홀로 있는 별
The Lone Star State
미국은 50개의 주가 모여서 이루어진 연방으로, 각 주마다 별명이 하나씩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싱턴 주는 숲이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계로 '에버그린 스테이트(Evergreen State. 언제나 푸르른 주)', 캘리포니아는 1848년 골드러시를 기점으로 형성되었다 하여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 황금의 주)'. 과일 농사가 잘되는 기후대인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의 경우 '피치 스테이트(Peach State. 복숭아 주)'라고 불립니다.
그러면, 남성다움을 큰 덕목으로 내거는 텍사스의 별명은 무엇일까요? 텍사스 아우라와 잘 어울리는 'Lone Star State(외로운 별 또는 홀로 있는 별)'입니다. 앞서 언급한 복숭아 주나 언제나 푸르른 주랑은 분위기부터가 다릅니다. 홀로 떠 있는 별이라니, 여기저기 떠도는 쓸쓸한 카우보이가 떠오르지 않나요? 남자답고, 센 척하는 텍사스에 잘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홀로 있는 별'이라는 별명은 텍사스의 역사에서 비롯됩니다. 텍사스는 미국의 나머지 49개 주와 다른,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텍사스는 10년 가까이 미 연방에 소속되지 않은 채 하나의 나라로 지냈던 전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홀로 있는 별은 독립 텍사스 공화국을 상징하며, 오늘날까지 3월 2일을 텍사스 독립 기념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텍사스 초창기 역사와 텍사스 공화국
텍사스는 초창기 미 대륙이 식민지로 출발하였던 것처럼 유럽 국가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탄생한 미국은 동부 13개 주로 구성된 나라였고, 텍사스는 연방에 속한 13개 주 중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텍사스는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독립하자, 자연스레 멕시코령이 되었죠.
한편 멕시코령 텍사스 영토는 광활하였던 반면, 거주민의 숫자가 매우 적었던 관계로 멕시코 정부는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지역에 거주하던 백인들이 텍사스 동부 국경을 넘어 멕시코령인 텍사스로 이주한 후 정착하게 되죠. 많은 백인들이 정착을 한 덕분에 곧 테하노(Tejano. 멕시코 혈통 텍사스인) 보다 정착 이민을 한 백인의 수가 많아지게 됩니다. 당시 미국에서 텍사스로 이주한 백인 대부분은 개신교도였고, 남부 출신답게 노예를 소유한 노예제 찬성론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멕시코인이 전통적으로 신봉하는 카톨릭을 멸시하였고, 1829년에 멕시코 정부가 노예제도를 폐지하자 크게 반발하였죠. (미국은 1863년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할 때까지 합법적으로 노예를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텍샨(Texian. 멕시코령 텍사스 내 백인을 일컫는 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세력이 커지다 보니, 위기를 느낀 멕시코 정부가 1830년 텍사스 내 세금을 올립니다. 또 노예제도를 금지하고, 백인의 텍사스 이주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되죠. 1832년, 안토니오 로페즈 드 산타 아나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후, 기존의 연방제 대신 중앙 정부의 세력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따라서 멕시코령 텍사스 내 백인의 불만이 커져만 갔습니다.
한편 1836년 텍사스 독립 선언이 있기 전까지, 모든 텍샨이 분리주의자(이들은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주장)는 아니었습니다. 텍샨 가운데는 1824년 멕시코 헌법을 존중하여 멕시코 연방의 일원으로 남아있자고 주장하였던 연방주의자들이 있긴 있었죠. 이들은 멕시코 연방 정부가 주의 자치권을 허용해 주는 한도 내에서 연방의 일원으로 남아있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1835년, 산타 아나가 연방 의회를 해산하고 민병대(militia)마저 해산할 것을 종용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연방주의자들마저 멕시코에 등을 돌리게 됩니다.
의회에서 발언권을 상실하고, 무장 해제마저 당할 위기에 처한 텍사스 내 백인들은 이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1836년 자치정부를 세우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멕시코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텍사스 독립전쟁은 샌 제이신토 전투에서 산타 아나가 패배하면서 싱겁게 끝났습니다. 그 후 1845년 연방 하원의 결정에 따라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기 전까지 약 9년 동안, 텍사스는 독립된 공화국으로 대통령과 의회는 물론이요, 런던과 파리에 대사관까지 설치하였습니다.
남북 전쟁과 텍사스 독립운동 (Texas Nationalist Movement)
1836년에 멕시코로부터 독립하여 자치정부를 수립한 텍사스는 1845년에 미 연방의 일원으로 합류하였습니다. 그런데 1861년 노예제의 존속 문제를 놓고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텍사스는 다시 한번 독립의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텍사스는 노예제를 찬성하는 주였기 때문에 미 연방을 탈퇴하여, 남부 11개 주와 더불어 남부 연맹을 만들죠. 처음 하는 독립 선언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그것도 쉬워지나 봅니다. 하지만 텍사스가 속한 남부군이 1865년 아포막토스에서 항복하면서 텍사스는 다시 미 연방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독립 텍사스 공화국을 수립하였던 역사를 가진 텍사스인들은 일부이긴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미연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자 보수적인 텍사스인의 절망은 하늘을 찔렀고, 텍사스 주민 십만 명 이상의 서명을 첨부한 텍사스 독립 청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하였습니다. 멕시코와 벌인 독립전쟁이나 남북전쟁 때처럼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롭게 미연방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겠다는 청원에 대해 오바마는 간단히 거절하였습니다.
미미하긴 하나, 미국 내 다른 주들의 독립 움직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중 유독 텍사스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텍사스의 역사와 그 경제적 위상 때문일 것입니다. 텍사스는 영토, 인구수, 경제 규모 측면에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 2위를 차지하죠. 알래스카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영토에 인구수와 GDP가 캘리포니아 바로 다음입니다. 게다가 주 법인세율이 낮은 관계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던 토요타 헤드쿼터는 이미 몇 년 전 텍사스로 이주 완료하였고, 캘리포니아에 뿌리를 둔 테슬라 역시 텍사스 이전 결정을 얼마 전에 발표하였습니다. 따라서 미합중국에서 텍사스를 제외시켜 버리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팔 하나 혹은 다리 하나 잘라내는 것과 유사합니다.
텍사스는 확실히 터프합니다. 텍사스가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웠던 역사 때문이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약성서에 입각한 세계관 때문이든, 터프합니다. 따라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텍사스 남자들이 터프가이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인 것 같습니다.
"So, don't mess with Tex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