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태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한 Tips
이제까지 수동태를 이해하고, 수동태에 어떤 용도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막상 미국인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수동태를 사용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면 수동태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내 경험에 비추어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팁을 써보고자 한다.
1. 직역하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한국어를 외국어로 옮길 때 아니면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 '직역을 해야 한다', '의역을 해야 한다' 의견이 갈리는 걸로 알지만, 난 수동태에 한해선 직역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쪽이다. 원래 한국어에는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적절한 counterpart가 없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글을 영어로 직역할 경우 뜻하지 않게 의미가 바뀌는 경우가 있을뿐더러 수동태처럼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이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바닷가에 가서 해수욕을 한 후 피부가 탔다. 이 문장을 직역하면 이렇게 된다.
My skin tanned. (x)
한국어로는 피부가 탄 것이지만, 피부가 스스로 탄게 아니라 햇빛에 의해 탄 것이다. 따라서 수동형을 사용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My skin is tanned.
2. 내가 사고의 중심에 서야 한다.
수동태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선 내가 문장의 주어로서 동사의 형태를 컨트롤한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도둑맞았다' 혹은 '우리 집이 도둑맞았다'라는 문장을 rob (도둑질하다)라는 동사를 사용해서 영어로 써보자. 한국인은 동일한 상황을 경험할 때,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 이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미국인은 누군지도 모르는 도둑을 주어로 쓰지 않는다. 사고의 중심엔 항상 내가 있다. 주어는 나로 정해졌고, 동사도 rob를 쓸 계획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내가 도둑질한 게 아니다. 따라서 수동형을 쓰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I was robbed.
My house was robbed.
3. 많이 들어야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단어 21,000개 듣고 자란 세 살 아기와 오직 6,000개만 듣고 자란 세 살 아기의 언어 구사 능력이 10살이 된 시점에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모두 알아듣건 말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나도 시트콤이나 뉴스를 많이 시청했고, 지금도 시트콤과 뉴스 시청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트콤이나 뉴스 시청의 장점은 영어 표현을 컨텍스트와 함께 흡수하기 때문에 내가 의식하건 안하건 의식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 수동태의 용도를 설명하기 전, 다카라는 제도를 설명하면서 어린 시절 부모에 이끌려 미국으로 온 자녀들의 이야기를 길게 쓴 이유이기도 하다.(이전 글 참조) 언어 습득은 표현 하나를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컨텍스트와 함께 받아들여야 이해도 쉽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것저것 많이 보는 것보다 특정 시트콤의 시즌 하나를 정해놓고 반복해서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빅뱅 이론>의 팬이어서 시즌별로 여러 번 시청하였다. 같은 에피소드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세 번째 볼 때마다 들리는 영어의 양이 점점 달라지는 걸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캡션을 켜놓고 보다가, 나중엔 캡션을 꺼도 신기하게 영어가 들리는 걸 경험하게 된다. 또한 대화 내용 가운데 수동태가 나올 때마다 mental note (여기서 수동태를 쓰는구나 이렇게 머릿속으로 인지하는 것)를 해 보자. 그렇게 하다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던 수동태가 어느 날부터 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한다.
4. 많이 읽어야 한다.
많이 들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책 읽는 건 시트콤 시청하는 것보다 좀 더 노력이 필요하고, 덜 재미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관심분야에 맞는 읽을거리를 찾는 게 관건이다.
나의 경우, 영어를 읽는 취미는 두꺼운 서양 미술사 텍스트북을 읽으며 생기게 되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난 미국에 와서 하고 싶어 하던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전공은 금속공예이긴 하지만, 미술 분야 골고루 수업은 다 들어야 했다. 두 파트로 나누어진 서양 미술사 두 과목과 현대 미술사 모두 같은 교수를 선택했는데, 그녀는 항상 진도에 나가기 앞서서 예습할 분량을 알려줬었다. 보통 텍스트북 이삼십 페이지를 미리 읽어오는 것인데, 일주일에 한 번인 수업 시간 전까지 다 읽어가려면 하루에 서너 페이지 정도 읽어가야 했다.
일단 서양미술사에 사전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 두꺼운 텍스트북 읽는 데 도움이 되긴 됐다. 또 하나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처음엔 모르는 단어 사전 찾아가며 읽는 게 힘들지 몰라도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된다. 이렇게 세 학기 꾸준히 미술사 텍스트북을 읽고 났더니, 영어 읽는 것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영어 읽는 습관은 강제성이 따라주는 게 좋다. 내 진도를 체크해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영어 읽는 습관의 정착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외부의 도움 없이도 내가 읽고 싶은 주제를 찾아 꾸준히 읽으면 된다. 요즘은 소설이나 기사 말고도 인터넷에 가면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여자인 경우 뷰티나 패션 쪽도 좋고, 남자라면 차, 스포츠 아니면 온라인 게임에 관한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5. 많이 써야 한다.
최대한 많이 쓰고, 일부러라도 써야 한다. 간단하게 몇 문장만이라도 수동태를 이용해 써 보도록 하자. 요즘은 일기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대신 소셜 미디어를 한다. 소셜 미디어 포스팅할 적에 영어로 쓰는 걸 고려해보자. 소셜 미디어라는 게 원래 긴 글 쓸 필요도 없으니까, 딱 좋다. 뭐, 이게 영 쑥스럽게 느껴진다면 일기를 쓰는 수밖에......
하지만 단문 위주의 작문만 쓰다 보면 싫증이 나게 돼 있다. 기사나 텍스트북을 읽어보면 대부분 복문의 긴 문장들이다. 역설 같지만, 잘 쓰기 위해선 많이 읽어야 한다. 진공 상태에서 좋은 영어 문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작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영어를 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습득된 영어 표현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는 만큼 쓰는 것도 잘 쓰게 된다.
공교롭게도 난 앞서 언급했던 미술사 강의를 들으면서 영어 읽는 습관을 들였을 뿐만 아니라, 영어 쓰는 연습도 할 수 있었다. 한 학기 두 번 페이퍼를 써서 제출해야 됐는데,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쓰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작문의 좋은 점은 일단 써놓고 수차례 수정이 가능하다는 거다. 게다가 미술작품을 논하는 것이었기에 수동형을 쓸 기회가 많았다. (영어에서 주어가 사람이 아닌 경우. 이전 글 참조)
스피킹은 여기서 제외시켰다. 그 이유는 아마 다음 글을 읽으면 알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