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단의 시작은 트루 스토리 <The Greatest Showman>
현재 우리는 볼거리 컨텐츠가 넘쳐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만 해도 텔레비젼은 오후 6시가 되야 방송을 시작해서 밤 12시에 애국가가 나오고 나면 방송이 끝났다. 요즘은 공중파 텔레비젼 뿐만 아니라, 케이블 및 위성 방송도 24시간 전파를 내보내고, 네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내가 보고싶은 컨텐츠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다. 더구나 이젠 개인도 맘만 먹으면 유튜브를 통해 채널을 개설해 동영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시청할 수 있는 컨텐츠의 종류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그런데 이런 컨텐츠의 홍수가 시작되기 전, 미국에선 순회 서커스단이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타운 안으로 들어오는 서커스단의 행렬은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그날 저녁에 있을 공연 관람을 기대하며 남녀노소 모두를 들뜨게 만들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은 187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전국을 순회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였던 Ringling Brothers, Barnum & Bailey Circus의 창시자 중 한 명인 P.T. 바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텔레비젼과 영화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가 된 이후에도 이 서커스단은 명맥을 유지하며 미국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을 계속하였다. 마치 추억의 곡마단처럼 미국 어른들은 어렸을 적 한번쯤 이 서커스단의 공연을 구경한 기억이 있다. 2009년 엘에이 지역 공연을 왔을 때,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구경하러 갔었다. 이후 2011년 다시 한번 Ringling Brothers, Barnum & Bailey Circus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고, 2017년 마침내 서커스단은 해체되었다.
P.T.바넘은 당시 'freaks(괴물)'라고 소문난 사람들을 설득해 돈벌이할 구상을 하게 된다. 수염난 여자, 온 몸과 머리카락이 하얀 여자, 샴 트윈, 머리에 뿔나서 악마처럼 보이는 남자, 난장이, 거인 등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고, 평생 그늘에 숨어살던 이들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관중들로부터 '괴물', '돌연변이'라고 수없이 놀림을 당했다. 또한 당시 상류사회는 이런 서커스는 질이 낮다고 여겨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는 가수인 레티 러츠는 여자의 몸이지만 수염이 얼굴을 뒤덮고 있어서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고 숨어서 살고 있었다. 레티 역할을 맡은 배우인 키알라 세틀은 그동안 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하였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배우의 피지크(physique)를 갖춘 사람은 아니다. 물론 수염은 가짜로 붙인 것이다.
아래 인터뷰 클립을 보면, 영화의 감독인 마이클 그레이시가 이 영화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This is Me (이게 바로 나예요)>를 부를 적에 키알라가 리드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녀는 너무 무서워서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도 극중 레티 러츠가 느끼는 변두리인으로서의 소외감이 당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여배우가 탑스타들 앞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투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키알라는 이 날 처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했다는데, 자신없어 하는 모습에서 노래를 리드하기까지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부들부들 떠는 키알라의 손을 꼭 잡아주는 휴 잭맨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인간미도 느끼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코러스 뿐만 아니라, 휴 잭맨까지 노래에 몰입하며 감정을 쏟아내는 걸 보며 느껴지는게 많은 비디오다. 노래는 1:01 부분에서 시작된다.
현대 사회는 갈수록 모든 것이 정제화되고, 규격화되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현대적 시각으로 규정된 아름다움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남들과 비교해서 성향, 외모가 너무 특출난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기가 쉽다. 노래 가사의 한 구절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것은 본인이 퀴어라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이 영화는 세상의 모든 퀴어를 향한 소망의 메시지다.
<This is Me (이게 바로 나예요)>
I am not a stranger to the dark
(난 어두움에 익숙한 사람이에요)
Hide away, they say
(숨어 있어, 사람들은 말하죠)
'Cause we don't want your broken parts
(왜냐하면 우린 너희들의 망가진 모습을 원하지 않아)
I've learned to be ashamed of all my scars
(나는 내 모든 흉터를 부끄러워하게 되었어요)
Run away, they say
(도망가, 사람들은 말해요)
No one'll love you as you are
(네 모습 있는 그대로 널 사랑해줄 사람은 없어)
But I won't let them break me down to dust
(하지만 사람들이 날 먼지가 될 때까지 부숴버리도록 놔둘 순 없어요)
I know that there's a place for us
(난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요)
For we are glorious
(왜냐하면 우린 영광스런 존재니까요)
When the sharpest words wanna cut me down
(가장 날카로운 말이 나를 잘라내려고 할 때)
I'm gonna send a flood, gonna drown 'em out
(나는 홍수를 보내서 그 날카로운 말을 떠내려 보낼 거예요)
I am brave, I am bruised
(나는 용감하면서도 멍들었죠)
I am who I'm meant to be, this is me
(나는 이런 모습으로 작정되어 태어났어요, 이게 바로 나예요)
Look out 'cause here I come
(잘 보세요 왜냐하면 내가 오니까요)
And I'm marching on to the beat I drum
(난 내가 치고 있는 드럼 박자에 맞추어 행진할 거예요)
I'm not scared to be seen
(난 내 모습 보여주는게 두렵지 않아요)
I make no apologies, this is me
(난 내 자신이 잘못된 거라고 변명하지 않을 거예요, 이게 바로 나예요)
Another round of bullets hits my skin
(한바탕 총알이 다시 내 피부를 스쳐요)
Well, fire away 'cause today, I won't let the shame sink in
(자, 맞받아쳐요, 왜냐하면 오늘 부끄러움이 날 파고들지 못하게 할 거니까요))
We are bursting through the barricades and
(우린 이제 바리케이드를 박차고 뚫고 나가요)
Reaching for the sun (we are warriors)
(태양을 향해서요 우린 전사들이예요)
Yeah, that's what we've become (yeah, that's what we've become)
(맞아요, 우린 전사가 됐어요)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