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면 몸이 대신 소리를 내줄 때가 있다. 정신없이 치여 살다 보면 마음을 돌보기는커녕 내 몸도 돌보지 못할 때가 많다. 몸이 정말 아프고 나서야 누워서 휴식하는 시간을 만든다. 그래서 때로 마음은 몸을 통해 소리치는 것 같다. '나 좀 돌봐달라고, 잠시 멈추고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그날도 몸이 아팠다. 아이를 시간제보육에 맡기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아이를 챙겨서 15분을 유모차를 끌고가 맡기고 나올 수 있었지?' 싶을 정도로 아팠다. 긴장하고 있을 땐 안아프다가 긴장이 풀리는 순간 아픈 사람처럼 돌아오는 길엔 너무 아파서 걸으며 눈물이 날 정도였다. 실제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어 오듯 걸어왔다.
집에 간신히 도착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팠고, 서러웠다. 조금 쉬어봤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한이 있어 몸에 계속 힘이 들어가 있다 보니 근육통이 왔다. 어느새 시간제보육 3시간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평소에 남편이 회사에 있을 땐 업무에 집중하라고 연락을 잘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은 연락을 해서 아이 하원을 해야 하는데 내가 많이 아파서 못 가니 대신 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히 남편 회사가 가까워 금방 와서 아이하원을 해줬고, 친정 엄마가 오셔서 아이를 잠깐 봐주실 때 병원 진료를 보고 약을 타올 수 있었다.
남편이 회사에 돌아갔다가 업무를 서둘러 마치고 평소보다 이른 퇴근을 했다.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초저녁 시간 혼자 방문을 닫고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있자니 낯설었다. 나가서 아이를 봐야 할 것 같고, 저녁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모처럼의 여유가 어색했달까. 약기운이 돌아 몸도 괜찮아진 것 같은데 나가서 집안일을 할까 하다가 그냥 오늘은 마음껏 쉬기로 마음먹었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보니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허리 쪽이 쿡쿡 쑤시고, 오른쪽 팔목이 아팠다. 아픈 것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가만히 있으니 아픈 곳이 느껴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화장대 서랍 안에 있던 팔목보호대를 꺼내 팔목에 둘렀다. 왼쪽 손을 이용해 허리도 꾹꾹 눌러 마사지를 해줬다. 묵직했던 허리가 한결 시원해졌다.
고요함과 여유가 좋았다. 방문만 닫았을 뿐인데 온전한 내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느껴져서인지 편안했다. 몸을 축 늘어뜨리고 제일 편안한 자세를 찾아보았다. 그 자세로 핸드폰도 만지지 않은 채 30분가량을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마음에서도 말을 걸어왔다. 너에게는 온전한 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는 MBTI가 I로 시작하는 내향형의 사람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바깥 활동에서는 에너지를 빼앗긴다. 혼자 에너지를 채울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쫓겨사느라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별도의 채움 없이 소진되어 바닥이 드러난 에너지만 박박 긁어쓰며 살았으니 우울이 올 수 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몸이 아파야 쉬면서 그제야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니 마음이 자꾸 몸을 통해서 얘기했구나. 앞으로는 몸이 아프기 전에 자주 내 마음을 봐줘야지.' 싶었다.
이 일이 있은 뒤 자려고 누웠을 때 나는 몸에 아픈 곳은 없는지 내 마음은 오늘 어떠했는지 잠시 시간을 내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을 해본다. 몸도 살피고, 내가 느꼈던 감정도 수용하며 토닥이는 시간을 갖는다. 잠들기 전 5분도 안걸리는 일이다. 매우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지지 않는 한 거의 매일 몸과 마음에 말을 걸고 있다.
이는 내가 우울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방법이다.
당신의 건강은 요즘 어떠한가. 마음이 몸의 아픔을 통해 말을 걸 때까지 미뤄두지 말고, 오늘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말 걸어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마음도 어쩌면 간절하게 당신의 관심을 바라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