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남을 대접하듯 나를 대접하기

5)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기

by 하봄

결혼 전엔 늘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밥을 차려주셨다. 신혼땐 그래도 느낌을 낸다고 이것저것 블로그 찾아가며 저녁 한 끼 정도는 만들어 먹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난 후엔 밀키트 아니면, 배달음식을 먹었다. 요리는 사치였다. 저녁이 되면 이미 육아에 지친 나의 체력도 방전,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체력도 방전이었다.


나는 요리에 적성이 없다. 그래서 배달을 시키지만, 설령 배달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음식이 담겨온 플라스틱통 채로 남편에게 주진 않고, 그릇에 옮겨 담아 차려주곤 했다. 하지만 나 혼자 먹을 때는 플라스틱채로 대충 먹었다. 옮기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고, 굳이 나한테 까지 그런 격식을 차려야 하나 싶어서.


사실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대부분 아이가 먹다 남긴 밥을 아이 숟가락으로 그냥 퍼먹는 게 나의 한 끼였다. 남편과 아이는 챙기면서도 나는 챙기지 않았다.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 정확히는 나까지 돌볼 에너지를 남겨놓지 않았었다. 그런데 슬픈 현실은 내가 나를 돌봐주지 않으니,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나를 돌볼 에너지를 남기기로 했다. 집안일을 조금 덜 했으며, 힘들면 잠시 누워 쉬고, 남편에게 일정 부분의 일은 부탁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한 뒤, 하루는 나에게도 멋지게 식사를 대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먹다 남긴 밥 말고, 우아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차려주고 싶었다. 마침 고기가 먹고 싶어 고기를 꺼냈다. 평소의 나 같으면 고기를 구워 프라이팬 채로 식탁에 올려놓고 먹었지만 이 날은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하고, 소스도 몇 가지를 작은 그릇에 덜어서 남들을 대접하듯 나를 대접해 줬다.


요리사와 손님 1인 2역을 맡았지만, 말끔하게 차려진 식탁에 앉는 기분은 꽤나 근사했다. 고급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재즈를 틀고, 앉아서 식사를 했다. 차려진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자니 자세도 우아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는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 갔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다. 남이 나를 그렇게 대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나를 먼저 그렇게 대해주자 남들도 나를 존중해 주는 것 같았으며,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내 마음이 조금씩 만족감으로 채워져 갔다.


남에게 하는 만큼의 반만 나에게 해도 될 정도로, 남에게는 잘하면서 정작 본인에게는 푸대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남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비난의 말도, 스스로에게는 쉽게 한다. 이제 그런 것들을 끊어낼 시간이다. 요즘의 나는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있다.


과거의 나는 다른 사람에게는 칭찬을 잘하고, 격려의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나에게는 유독 모진 말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칭찬하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격려해 주고 응원한다. 처음엔 이 모든 게 오글거렸지만, 이제는 나의 격려의 말이 없으면 아쉽다. 요즘도 여전히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오늘도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며 한쪽 팔로 나의 다른 쪽 어깨를 토닥여준다.




당신은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며, 존재 자체 만으로도 가치 있고 소중하다. 당신은 대접받을만하다. 당신은 당신을 어떻게 대하는가. 당신은 당신에게 어떤 말을 주로 하는가. 오늘은 당신을 최고로 대접해 주며,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스스로 해줌으로써 당신을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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