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정리가 주는 유익

7) 아주 작은 시작하기

by 하봄

나는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충 어지르고 살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몰아서 치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울이 찾아오니 '더 이상 안 되겠다. 이제 좀 치워야지.' 하면서도 좀처럼 치우질 못했다. 힘이 없으니 치울 엄두 나지 않아서였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치울 것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았지만 혼자 사는 게 아니었기에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순 없었다. 한 번에 다 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이니 아주 조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정리를 시도해 볼 만한 작은 용기가 생겼다.







내가 처음 정리를 시작한 곳은 화장대였다. 화장대를 보니 뭐부터 손을 대야할 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돌아서려다가 화장대 위에 있는 것들을 보이는 대로 집어들어 싹 다 바닥에 내려놨다. 이제 억지로라도 치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화장대를 한번 닦고 바닥에 앉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 다 써서 버릴 것들, 안 쓰는 것들을 분류했다. 분류해 보니 대부분 버릴 것들이었고 정작 내가 쓰는 건 몇 개 없었다. 버릴 것들로 포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리를 하다 보니 내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여러 문제가 마구 엉켜있어 들여다봐도 해결이 안 될 거 같지만, 막상 분류해 보면 실제로 해결해야 될 문제는 몇 개 없지 않을까? 싶었다. 엉망진창처럼 느껴져서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던 마음에도 해결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

번에 청소를 하며 배운 교훈이다. '가 오늘 온 집안을 다 완벽하게 청소를 할 거야!' 마음먹었으면 아마 아직도 청소 시작을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작게, 내가 할 수 있을 정도의 화장대만을 목표로 했을 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 그 뒤 탄력을 받아 또 하나하나의 작은 목표들을 세워 실행할 수 있었다. 결국 난 래지않아 온 집안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


우울증의 극복도 이와 같을 것 같다. 지금 당장 말끔하게 기분이 상쾌해지고, 행복감이 들고,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솟아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본 실용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솔루션들을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해 나가며 먼저 작은 행복감과 작은 변화를 맛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나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는 방법도 있겠지만 분명 효과가 있는 방법들도 있을 것이고 그걸 개발해 나가면 나만의 우울증 극복 무기가 생길 것이 생각한다.


마음을 정돈하는 것도 동일하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을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접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하나의 미해결 된 감정에서 해소를 경험하면 다른 감정을 또 돌봐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교훈을 준 것 외에도 정리가 주는 유익이 더 있었다. 상황은 내가 어떻게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좌절감을 줄 때가 있다. 하지만 정리를 하면 내가 버리고 싶은 건 버릴 수 있고 두고 싶은 건 그냥 둘 수 있다. 내가 어떤 한 상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건 도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또한 정리되어 있는 나의 생활공간을 보고 있자면, 내 삶을 잘 가꾸며 꽤 잘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새로운 어떤 것을 시도해 볼 용기가 생긴다. 책상에 이것저것 널브러져 있어 책을 놓을 틈도 없을 때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을 때를 생각해 보라. 우리는 후자의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을 더 많이 느낀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정리를 생활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정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집이 정리가 되자, 마음도 차분하게 정리해 볼 용기가 생겼다. 깔끔히 정돈된 책상에 앉아 펜과 노트를 꺼내 차분히 오늘의 감정에 대해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자 놀랍도록 차분하고 평안해졌다.


실제로 부자들의 공통적인 아침루틴을 살펴본 사람이 있었는데 부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정돈을 먼저 해둔다고 한다. 단순한 이불 정리이지만, 그것도 하루의 삶을 질서 정연하게 펼쳐지게 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는 여러모로 유익하다.




당신이 생활하는 공간의 상태는 현재 어떠한가? 만약 정돈이 되어있지 않고, 치울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오늘은 아주 작은 공간 한 부분이라도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작은 변화에서부터 큰 변화가 나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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