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무작정 나가서 걸어봐

8) 몸을 움직여 운동하기

by 하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알고만 있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아쉽게도 나는 운동보다는 누워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점점 체력이 안 좋아졌고, 그러니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바닥나 더욱 침대만 찾게 되는 악순환 계속되었다. 요즘은 걸으면 걸음수를 체크해 주는 어플들이 많다. 우울이 한참 심할 당시 내 하루 걸음수는 100걸음, 200걸음 대였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외출을 최소화했기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느라 돌아다니는 걸음이 전부였던 것이다. 어쩌다 1,000걸음 대가 넘어가는 날엔 아이를 시간제 보육에 맡기려고 나갔다 온 날이었다.




그 당시 나의 일과는 주로 아이의 필요에 맞춰 움직이는 생활을 하는 것과 누워 있는 것이었다. 아이가 통잠을 잔 이후부터는 특히 잠을 많이 잤는데 하루에 평균 12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깨어있는 시간에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떠오르니 그것이 싫어서 현실 회피의 수단으로 잠을 선택했던 것 같다. 12시간을 잔다고 해도 이어서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눠서 자다 깨다 해서 늘 피곤을 달고 살았다.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정신은 정신대로 피폐해지는 수면패턴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는 아프지. 오늘도 이렇게 형편없이 살았구나 하는 자괴감에 기분은 더 우울하지. 나 자신이 점점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 패턴을 끊어내야만 내가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다 선잠이 들었나 보다. 아이 울음소리에 깨고 나니 또다시 한심함과 무력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그 기분에 머무르기가 싫고, 괴로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무작정 나갔다. 속 안에 무언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을까? 분노의 원인은 정확하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화가 나있었다. 아주 빠르게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체력이 다하자 이제 더 이상 빨리 걸을 순 없었고, 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폭풍파워워킹을 하고 나서 인지 처음 나왔을 때보다 마음이 훨씬 차분해졌다. 천천히 걷자 놓쳤던 풍경들이 보였다. 언제나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나무들, 높이와 넓이가 가늠도 안 되는 광활한 하늘. 언제 가을이 찾아온 건지, 날씨는 꽤나 선선했다.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얼굴을 쓱 스쳐 지나갔다. 내 혼란했던 머릿 속도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산책로를 걷는데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집 앞에 산책로가 있다는 것,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다는 것, 유모차 안에 사랑하는 아이와 같이 걸으며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보채지 않고 가만히 있어준 것,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아이를 보고 예쁘다고 한 번씩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 등등. 분노는 어느새 멀리 사라진 뒤였다.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봤다. 날이 조금씩 저물어가며 하늘이 분홍빛이 되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참 좋아해서 자주 봤었는데, 꽤나 오랜만에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하늘은 참 아름답다. 인간이 만들어 낸 어떤 것과도 비교불가한 신의 독보적인 예술성이 느껴진다. 하늘은 언제나 볼 수 있게 어디에든 있는데 심지어 공짜인데, 내가 보지 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행복도 언제든 누릴 수 있게 어디에나 있는데 내가 행복을 보지 않고 사는 건 아닐까? 내가 가진 것은 보지 않고, 내게 없는 것에만 집중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흔히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심리학에서는 변화를 원한다면 감정, 행동, 생각 중 가장 먼저 행동을 변화시키라고 말한다. 행동을 변화시키면, 생각이 변화되고, 그 생각의 변화에서부터 감정의 변화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는 것은 여러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는 우울을 극복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당신의 지금 기분은 어떠한가? 당신은 지난 일주일 내 몇 번이나 몸을 움직여 운동을 했는가? 만약 없다면, 지금 당장 나가서 10분이라도 걷고 오라. 걷다 보면 나의 심장 박동 수가 느껴지고, 살아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또한 스트레스가 낮아지며, 생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만보를 걷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 딱 10분, 무작정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일이 아니고, 1시간 뒤도 아니고, 바로 지금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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