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를 위한 강제 루틴 만들기
돈, 돈 하는 시대이다. 직장은 당장 필요한 돈을 벌러 다니고, 퇴근 후 부업을 한다. 직장을 통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으니 부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 자유를 얻고 나서 직장을 퇴사하는 것이 여러 직장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다 좋다. 사람마다 본인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랴. 무엇을 하든 본인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가면 되니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늘 글은 직장을 권하는 글이다. 그리고 오늘 내가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대상은 '경증의 우울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울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장을 권하다니? 뭔가 의아할 수 있다. 직장은 스트레스집합소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퇴사짤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유를 얻으려면 퇴사가 답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퇴사짤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유롭다. 또한 우울할 때는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하기 싫다'기 보단 '할 수 없다' 쪽이 맞을 수도 있다. 물론 당연히 우울이 심한 중증이라면,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며 회복을 위한 쉼을 갖는 것이 일정기간 필요하다.
우울이 심했으나 약을 먹으며 일정기간 휴식을 취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을 때 혹은 경증일 때, 우울 극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밖으로 나가 루틴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것이다. 아마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가지고 생활하고, 밥을 제때 잘 챙겨 먹고, 제때 자고, 밖으로 나가서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는 것.
이 같은 생활을 몇 번은 의지로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가기 싫어져서 안 나가면 그다음 날도 나가기 싫어지고, 그러다 보면 또 장기간 칩거생활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고립되어있다 보면 우울은 더 심해진다. 그리고 다시 밖에 나갈 용기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을 하게 되면, 밖으로 강제로 나가게 되고 몸을 움직이게 되고 사람들과 싫든 좋든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혼자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생활패턴도 제대로 잡히고, 밥도 제때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를 위한 강제 루틴을 만들어 밖으로 나가는 것. 나에게 직장은 그런 강제 루틴이었다.
우울이 계속 지속되어 퇴사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질 것 같아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마음먹었다. 일 나가기 전날밤부터 또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울기도 하며 밤을 새운 적도 있었지만, 출근할 시간이 되면 그저 움직여서 나갔다. 생각은 접어놓고,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행동을 앞세워 몸을 움직여서 다니다 보니 어느새 2년을 다니고 있었다. 평일에 육아를 도맡아서 해야 했기 때문에 주 2회만 나가는 일을 했지만, 그래도 주 2회는 울다 나가든, 밤을 새우고 나가든 성실하게 출근했고, 충실하게 일을 했다. 업무평가가 상위일 정도로 몰입해서 일을 했다. 직장은 나에게 생계를 유지할 돈도 주었고, 경력을 쌓아준 고마운 곳이다. 하지만 제일 고마운 부분은 나를 살게 해 준 것이다. 책임감 있게 나의 삶을 영위해 가면서 나는 나의 삶을 아예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왜 없었겠는가. 삶을 놓고 싶었던 적이. 하지만, 극으로 치닫지 않았던 것은 내가 움직였기 때문이고, 또 집단에 소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만히 집에 틀어박혀서 고립되어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의 폭도 좁아진다. 생각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인지오류가 극대화되며, 점점 더 깊은 우울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일하고 몰입하고, 가끔은 웃기도 하면서 지내면 우울한 감정을 잊을 때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우울을 극복할 터닝포인트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그저 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내가 이번 달도 해냈다는 것. 내가 내 삶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내가 회사의 일에 일정 부분에 기여를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며 사회를 돕는 일에 쓰임 받고 있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사람에게 이러한 가치를 느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울로 인하여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고 부정적 자아상이 내 안에 자리 잡았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우울해요!'라고 해서 회사를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을 것 같아서 못 나갈 것 같았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나가서 오늘도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참으로 달콤하다. 그리고 집 안에 있을 때는 이젠 정말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가도 막상 나가면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냐는 듯 멀쩡해질 때도 많았다. 직장은 돈도 주면서 나를 강제로 밖으로 이끌어주는 고마운 곳이다. 그래서 난 우울한 당신에게 직장을 권한다.
당신의 요즘 생활은 어떤가?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루틴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강제로라도 움직일 수 있는 루틴을 만들자.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울이 찾아오면, 일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며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쉼에 돌입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일정기간의 쉼은 찬성이다. 그리고 정말 스트레스가 큰 직장이었고, 이곳을 계속 다니다간 죽을 것 같다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퇴사를 선택하는 것이 백번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의 두려움 혹은 조금의 귀찮음 때문에 칩거하고 있다면 꼭 당장 주 5일, 9 to 6 근무를 하는 직장에 가지 않아도 되니 주 1일, 혹은 2일 3~4시간 정도씩 일하는 알바부터 구해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당신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