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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Sep 25. 2023

1년 반 고민하다 둘째를 가졌다.

낳기로 결정한 5가지 이유

독박육아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조리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독박육아가 시작되었다. 틈날 때마다 남편도 육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틈이 자주 안나는 사람이었다. 수면 시간도 부족할 정도의 업무강도를 가진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에.


자주 울었다. 힘들고 내 인생이 매몰된 것 같았다. 아이는 너무 이쁘다가, 너무 힘들게 하다가를 반복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나를 보는 것도 괴로웠다. 나는 아이를 키울 그릇이 아니구나 자책하기도 했다.


3개월 후 복직을 하려는데, 시어머니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친정엄마는 무슨 소리냐 너는 너의 꿈을 찾아 계속 가라고 말씀하셨다. 시어머니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포커스를 맞추셨고, 우리 엄마는 '나'를 먼저 생각해 주셨다. 엄마는 정말 아이를 맡아주셨고, 나는 일을 다닐 수 있었다.


나는 심리상담을 하고 있어서 주 5일 출근하지 않고, 주 2일 출근한다. 하지만, 100일 아가를 두고 출근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엄마가 봐주시지 않았다면, 내 성향상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출근하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본인의 커리어를 접어두고 희생을 하나보다.


그렇게 주 2일은 일, 주 5일은 육아하는 일이 반복되며, 둘째 생각은 자연스레 접혔다. 계속 바쁜 남편, 점점 힘들어 보이시는 친정엄마, 지쳐가는 나까지. 낳을 이유보다 낳지 않을 이유만 늘어갔다. 그런데, 낳지 않아야 될 이유가 늘어가는 만큼 아이가 성장하며 주는 기쁨과 행복도 늘어갔다.




그렇게 둘째를 가지는 것에 장단점을 따져보며, 꼬박 1년 반을 고민했다. 어느 날은 너무나도 원했다가, 어느 날은 미친 생각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결론만 나면, 둘째가 바로 생길 것처럼 생각하고 고민을 했는데. 결론을 내고도 둘째가 생기지 않았다. 고군분투 끝에 현재는 둘째를 품고 있다.




내가 지금 둘째를 갖기로 결정한 5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아이가 언제까지 어리지는 않다. 지금이야 내 손이 많이 가지만, 둘 다 스스로 해내는 날이 온다. 그리고 둘이 같이 노는 날이 온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며 내 삶에 여유가 생긴 것처럼. 둘째를 낳으면 내 삶이 끝날 것 같지만, (잠깐은 끝나겠지만..) 곧 내 삶에 페이스를 찾을 것이다.


2)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다른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건 지금 아니면 힘들다.


3) 일에서 성과를 내 보람을 얻는 것도 좋고, 성공을 추구하며 성취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동시에 아이를 키우며 오는 기쁨도 매우 컸다. 아이를 양육하며 오는 기쁨을 더 누리고 싶다. 한 번으로 끝내기는 아쉽다. 처음이라 너무 미숙했고, 놓친 부분들도 많다. 소중한 생명이 두 명이면, 얼마나 더 기쁠까.


4) 남동생이 있어 집에 오는 것이 심심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다 같이 놀다가 집에 돌아와도 같이 사는 놀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 크고 나서도 집에 일이 생기면, 남동생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며 의지할 가족이 가장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나는 크리스천이고, 천국의 존재를 믿는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죽을 때 다 두고 가야 하지만 생명은 다르다. 예수님을 믿는 아이들로 잘 키운다면, 천국에 함께 갈 수 있다. 훗날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생명을 낳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이 세상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주양육자이다. 주양육자라는 단어에서 오는 책임감과 무게가 있다. 주양육자는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며 고단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주양육자라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많다. 남편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 크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배냇웃음하고, 옹알이하고, 뒤집기 하고, 기고, 걷고, 뛰고, 말하고, 애교 부리고, 웃는 모든 모습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내 배 아이를 품고, 태동을 느끼고, 함께 교감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단점만 찾으면 주양육자라서, 여자라서 불행하고, 힘들고, 희생만 해야 하고..라는 불평이 나오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 때문에 얻은 복들도 많다.


이제 둘째 고민에서 해방되어 기쁘다. 둘째 고민은 낳아야 끝난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이후 펼쳐질 또 다른 세상이 기대되기도 한다.


아, 둘째가 생겼다고 하니 본인도 하나 더 낳고 싶지만 돈 걱정 때문에 못 낳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돈은 어차피 있어도 없고, 없어도 없다. 애가 하나라 하나에만 돈이 들어간다면, 남은 돈은 다 어디엔가 쓰게 될 것이다.


이제 첫째에게만 '온갖 투자를 몰빵 해주기'는 불가능해지겠지만, 둘에게 나눠주며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다. 세상엔 돈으로 가르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이 많다.


물론, 돈은 열심히 벌 것이다.

결론, 행복하다. 건강하게 태어나. 우리의 기쁨. 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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