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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Nov 22. 2023

멀쩡할 땐 절대 모르는 것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아들 밥을 간신히 주고 누워있는데 약을 먹어야 될 수준이 된 것 같아서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임신 중이기에 약은 최대한 멀리하고 있는데, 도저히 못 참겠는 수준.


보통 타이레놀을 먹으면 20분 정도면 괜찮아지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점점 더 안 좋아졌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지끈 거려서 누워있기도 힘들었다. 몸에는 한기가 돌아서 이불을 덮었더니 식은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아들을 씻기고 나온 남편이 내 상태를 보더니 체한 것 같다고 했다. 


우선 두통이 너무 심했기에 타이레놀을 한 알 더 먹었고, 그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정이 다된 시각 남편이 나가 매실과 탄산수를 사다 줬다.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결국 모든 걸 게워냈고, 매실과 탄산수를 먹으니 그나마 괜찮아졌다. 머리 아픈 게 잦아드니 살 것 같았다. 




아픈 곳이 없을 때는, 그 상태에 대한 감사함이 전혀 없다.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게 된다. 하지만 어딘가 아플 때는 이곳만 아프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간사하게도 다시 건강을 되찾으면 그 감사를 금세도 잊지만. 어제 그렇게 죽을 것 같았지만, 오늘 멀쩡해지니 내 멀쩡함에 대한 감사를 잊게 된다. 잊지 않고자 남겨놓는 기록.




건강해서 감사하다. 약이 있어서 감사하고, 자정에 매실과 탄산수를 구하러 다녀주는 남편이 있어 감사하고, 엄마가 아프다니 기도를 해주고 일찍 잠에 들어준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우리는 종종 가지지 못한 것만 바라보고 사느라 가진 것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은 가진 것을 돌아보며 감사에 머물러보려 한다.


생각보다. 우리는 가진 게 너무 많다. 감사를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행복이 내 옆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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