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봄 Dec 13. 2023

삶에 지친 이들에게.

놓아도 아무 일 없었다.

나는 늘 행복하고 싶었다. 매일 즐겁길 바랐다. 사랑받고 싶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이상은 높았고, 현실 속의 나는 그 이상을 좇기 위해 늘 숨이 찼다.


번아웃이 왔고,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내가 꽤나 오래전부터 지쳐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쉬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었다. 뒤쳐질까 두려워 내 하루는 빡빡한 계획 속에 있었고 해야 할 일로 가득 찼었다.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모두 희생하고 있었으며 현재의 그 어떤 것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인생은 현재의 연속이라는 것을. 내일은 없다. 연속되는 오늘만 있을 뿐. 오늘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인생 전체를 즐기지 못한다.




번아웃이 오며 몸에 무리가 함께 왔고 난 강제로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그 시간은 참 값졌다. 나의 하루에 충실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꽤 괜찮은 날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줬다.


수영을 잘하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한다. 인생을 살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뭔갈 아주 잘하고 싶었을 때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조금 더 천천히 걷는 요즘. 나는 결론적으로 더 잘되고 있다.




평일 낮 12시. 지금 나는 해가 잘 들어오는 창문 밖으로 뭉게구름을 보고 있다. 온수매트가 깔린 침대에 누워서 따듯함을 느끼며 핸드폰으로 오늘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전엔 내 방에서 보고서 처리를 해서 전송을 완료했고, 이제 이 글을 발행한 뒤 먹고 싶은 점심 메뉴를 찾으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맛있는 걸 먹을 것이다.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아이 하원을 하러 갈 것이다.


나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 일들을 사랑하며, 주 2일 출근자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나의 하루는 꽤 괜찮다. 잔잔한 내 하루가 마음에 든다. 언젠가부터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즐겁지 않아도 괜찮다.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함이 점점 좋아진다.




삶에 지친 이가 있다면,

놓아도 될 것들을 놓고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놓는 것이 두려웠고, 놓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놓아도 아무 일 없었다.


오늘은 몸에 힘을 쫙 빼고, 편안히 숨을 고르는 '온전히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오늘 하루가 편안하길 마음으로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멀쩡할 땐 절대 모르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