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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굿 오피스

일 잘하는 HRBP팀은 어떻게 일할까

HRBP 2

by 김홍재

HRBP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 하면,


HRBP를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극 대문자 E의 성향과 이와 반대인 극 대문자 I의 성향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극 E와 극 I가 내 안에 공존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본래의 '나' 와 정반대 성향의 '나'가 공존해야 한다는 난이도 측면에서 극상의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작은 제스처나 눈빛 만으로 나를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는 사장님부터, 실무에 전문성이 있는 팀장급 고인물까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극 E 성향의 장점에 더해, 차분하게 긴 시간 동안 HR 실무, 어려운 노동법률과 판례, 비즈니스까지 분석할 줄 알아야 하는 극 I 성향의 장점도 놓치지 말아야 성공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이렇게 깊은 사고가 필요한 T,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감정이입도 잘 할 수 있는 F가 동시에 발휘되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지요.


세상에 그렇게 극 대문자 E와 극 대문자 I의 장점만 꼭 붙들고 발휘하는 사람이라야 성공적인 HRBP의 롤모델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건 너무 어려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캐릭터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아직은 새로운 역할이라 설명서, 매뉴얼도 잘 없습니다.


직접 보고 겪어본 HRBP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적인 HRBP의 작동 형태를 세 가지로 요약해봅니다.


1. HR 분야에서 경험이 많을 것 + 비즈니스 업무 경험이 있을 것

2. 문제 해결 능력을 어필하여 조직의 최고 대표와 직접 소통할 수 있을 것

3.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하는 HR 아젠다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1. HR 분야에서 경험이 많을 것 + 비즈니스 업무 경험이 있을 것


신입 주니어를 HRBP 팀에 선발하는 경우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HRBP 팀에서는 신입 구성원을 HRBP 담당자로 뽑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HRM, HRD, HRP, L&D, OD와 같이 HR 관련 업무를 해본 경력이 있거나, 비즈니스 부서에서 마케팅, 세일즈를 경험이 있거나, 때로는 연구 조직에서 경험이 있는 구성원들이 HRBP 팀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미래의 커리어를 HRBP 역할로 생각하는 주니어는 HR 경력에 더해 회사의 비즈니스 부서에서 근무해보는 것을 필요한 커리어 패스로 삼아야 합니다. 비즈니스 부서에서만 주니어 시절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HRBP 역할을 맡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HRBP로 커리어 전환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HR 분야에 대한 관심과 사전 준비는 필요하겠지요.


가까운 곳에서 봤던 예시로, 시드니 지점에서 저와 같은 비즈니스 부서에서 커리어를 해온 동료가 아시아 팀 전체를 관할하는 HRBP로 2년간 파견되어 일했던 모습입니다. 또 다른 예시는 한국 지점 HR 부서의 팀장이 새로 만들어지는 HRBP 팀으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HR 팀장의 자리를 새로 채용하던 형태가 있었습니다. HRBP로 자리를 옮긴 HR 팀장의 커리어는 HR 업무 뿐만 아니라 최고위 임원의 비서실 근무 경력도 있어 회사의 비즈니스와 HR 이슈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40대였습니다.


2. 조직의 최고위 임원과 직접 소통이 가능할 것


조직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사일로 효과의 발생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가지 곡물을 구분해서 저장하는 사일로(silo)처럼 사업부나 업무 부서가 서로 협업하지 않고 부서의 이익만 내세우면서 개별적으로 일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사일로 효과라고 합니다. 사일로가 발생하면 성과와 기여에 대한 크레딧을 꼭 확인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려는 나쁜 습관과 부서 이기주의, 무엇보다 중복되는 업무가 발생한다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럴 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사일로 문제를 겪는 두 부서의 고위 임원이 만나 토론하고 해결하거나, 그러지 못하면 임원간의 힘싸움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중재 역시 최고위급 임원이나 경영자가 나서야 하는데, 승자와 패자로 갈라져 조직 안에 불만이 하나 둘 자리잡을 수도 있습니다.


사일로 효과를 예방하거나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HRBP가 분석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일로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진단하고, 발생한 문제 상황에 대해 HRBP는 합리적인 분석과 대책을 세웁니다. 부서간 이기주의와 사일로 효과는 결국 HR 이슈, Credit & Recognition이라는 성과 측정과 보상의 영역에 두고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존의 HR 팀에서 먼저 나서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조직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있어서 놓쳐서는 안될 문제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높은 HRBP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해서 최고위 임원과 소통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면서 HR 팀장과 Credit & Recognition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적인 HRBP 팀이 되기 위해서 ‘최고 경영진과 직접 소통이 가능할 것’을 꼽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소통 창구가 있습니다. HRBP 역할을 수행할 때는 Managerial Level, 즉 중간 관리자, 팀의 리더급과 소통하는 역량도 지속해서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최고경영진과 CEO와 중요한 비즈니스 아젠다를 놓고 직접 소통하는 위치에 있지만, 중간 매니저와 팀장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경청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코칭,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꾸준히 연습해 둘 필요도 있습니다.


최고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여 해결을 위한 시간을 줄이고,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로 사일로 문제를 하나의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HRBP의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조직 내 이슈는 너무 많습니다.


3.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하는 HR 아젠다를 숫자로 제시할 수 있을 것


HRBP는 IT 인프라와 인적 자원의 활용, 요즘은 놓칠 수 없는 AI 활용 수준 및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점검, 법무/재무 등의 전문가 자문 비용과 같은 다양한 이슈를 모두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 인적 자원의 배치, 재배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한 비즈니스 방향과 맞게 인적 자원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는지 숫자로 말할 수 있어야하고, Redundancy, Reshuffling, Reskilling의 관점에서 대안을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최고 경영진의 고민을 깊이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CEO와 최고 경영진이 사용하는 언어, Financial Acumen(재무회계의 언어와 감각)과 Business Acumen(비즈니스적 센스)로 설득할 수 없다면 HRBP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HRBP가 앞으로 더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HRBP라는 명칭은 변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과 호주에서 좀 더 많은 사례가 보이는데 영미권 국가에서는 조직 안에서 HRBP라는 용어가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용어는 거의 모두가 낯설어하고 HR 업무를 하는 사람들조차 익숙하지 않습니다. 파트너라는 어감이 아직 우리 조직 안에서는 역할이 직관적이지 못한 것 같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HRBP를 도입하는 대기업에서는 HRBP를 그대로 쓰는 기업도 있습니다. ICT 분야의 대기업들은 HRBP 명칭을 그대로 쓰는 경향이, 삼성, SK, 현대, LX 등의 전통 대기업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서명을 만들고 HRBP의 기능만 도입해서 활용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부서의 업무를 구성원들이 잘 인식할 수 있어야 HRBP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협업과 협조가 빠르게 진행되리라 생각됩니다. 아직 국내에서 활용하기 좋은 다른 이름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HRBP의 기능에 맞는 우리 방식의 이름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저도 국내 사례를 좀 더 찾아서 더 적합한 이름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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