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네다 라인-편리한 만큼 피곤해지는 세상 I

김포~하네다

by 김홍재

서울의 김포공항과 도쿄 도심이 가까운 하네다공항을 잇는 직항 편이 있다. 큰 공항이지만 멀리 떨어진 인천공항과 나리타공항을 대신해서 비즈니스 트래블러를 위해 도심과 가까운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을 잇는 비행 편이다. 김포-하네다 비행 편을 줄여서 '김네다'라고 부른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출발한다. 항공사에서는 'Frequent Flyer'를 표시하며 고객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김네다 라인이면 항상 비즈니스 클래스 업그레이드를 해준다. 이름 뒤에 'SFU, Suitable For Upgrade'로 기록이 남는다고 한다. 사실 비즈니스 클래스인데, 김네다 라인은 좌석이 조금 클 뿐 비행시간이 짧으니 코스요리는 어림없고 밥도 이코노미와 거의 똑같다. 대신 슈트 재킷은 받아서 넣어주고 도착하면 클로젯에서 다시 꺼내 준다. 금방 도착하니 비즈니스 클래스, 의미 없는 일이다. 다만 비행기에서도 랩탑을 열고 뭔가 일을 조금 더 할 수 있을 뿐이다.


김네다 출장을 다녀오기 전날이다. 급하게 다녀오는 출장인 만큼 전날까지 자료 준비를 하느라 피곤했지만 맥주 한 캔 따지 않으면 잠이 들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였다. 늦은 시간에 맥주를 마셨지만, 내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5시에 일어나야 했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이른 오전에 동경역 근처 마루노우치의 호텔에 도착해서 짐만 맡기고 오테마치에 위치한 사무실로 갔다. 동료들을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업무 모드'로 전환했다. 오후에는 내부 미팅을 하고, 4시 클라이언트 미팅에 참석한다. 4시에 미팅을 잡은 이유는 일이 잘 성사될 것이었기 때문에 미팅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겸하기 위함이었다. 오테마치의 사무실을 떠나 긴자에서 저녁을 먹고, 오모테산도 와인바에서 2차를 한다. 밤늦은 시간 다시 마루노우치의 호텔로 돌아왔다. 랩탑을 열었다. 런던 사람들이 한참 일하고 있는 시간이다. 밤늦은 시간이지만 런던에서 실시간으로 오는 이메일에 답을 한다. 그러고 난 뒤 오늘 하루 종일 서울에서 날아온 이메일과 뉴스 정보지를 읽고 버리고를 반복한다. 12시가 넘었다. 메신저로 런던 사람들이 퇴근한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퇴근한다고 굳이 알려준다. 나는 아직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음날 새벽 5시 하네다 공항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반대로 하네다에서 김포로 가는 김네다 항공편을 탔다. 술이 덜 깨서 기내식을 먹을 수가 없다. 어젯밤 마신 사케와 와인이면 숙취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오전 10시, 지난 24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어지러운데 택시를 타고 광화문 사무실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도쿄 출장을 다녀온 직후이니 상사와 점심을 먹으며 출장 디브리핑을 했다.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밥을 먹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가끔은 밥을 먹고 사무실에 앉으면 토하기도 한다. 헤드셋을 끼고 전화를 하고, 클라이언트의 어지러운 요청을 듣고 이메일을 수십 통 쓰고 나면 퇴근시간이 된다. 그리고 또 광화문에서 비즈니스 디너.


어젯밤 도쿄에서 마신 술이 깨지도 앉았는데 또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 도쿄 출장을 위해 꾸렸던 캐리어를 열고 셔츠와 양말, 속옷만 갈아 넣었다. 내일 새벽에는 인천공항에서 홍콩행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가끔 홍콩은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 모레 온다는 태풍이 내일 홍콩을 덮어주길 바라기도 했다. 아예 유럽이나 미국 장거리 비행이 덜 피곤하다. 싱가포르도 가장 긴 단거리 비행에 속하고, 단거리일수록 일정과 약속이 빡세다. 그중에서 초단거리 초편리 스케줄 김네다가 제일 빡세다.


1박 2일 김네다는 너무 편리하지만 김네다 출장이 끼어 있을 때는 죽도록 피곤하다. 서울 집에서 도쿄 사무실로 바로 출근했다. 다음날 새벽에 도쿄 호텔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고 서울 집으로 퇴근한다.


종종 업계 형, 아재들이 이런 말을 한다.


"Cabin is our home."

"사람을 아주 갈아 넣는다."


이럴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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