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이 되어야 보이는 것들
다이빙 선수가 코를 수면으로 향하게 하고 물속으로 떨어질 때의 모양을 ‘Nosedive’라고 표현한다. 비행기와 관련해서 ‘Nosedive’를 검색하면 사고로 추락하는 비행기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고가 아니라 능숙한 기장이 의도적으로 내리막의 롤러코스터처럼 ‘Nosedive’하는 모양으로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하는 공항이 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도착지의 공항에 가까워지면서, 양 날개의 수평을 잡고 활주로의 방향과 직선으로 비행기를 맞추고, 수직적으로 활주로와 각도를 3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고도를 낮춘다. 활주로 끝에 설치되어 있는 ILS(Instrument Landing System)라는 장치의 도움을 받는다. 착륙 직전 창밖 아래로 큰 안테나들을 볼 수 있는데 비행기의 안전한 착륙을 위해서 필요한 장비이다.
전쟁 중이거나 정세 불안으로 테러가 빈발한 공항 근처에서 이런 통상적인 방법으로 천천히 고도를 낮추면서 활주로에 접근하면, 고도를 천천히 내리는 동안 테러리스트의 로켓포나 총격의 위험에 오래 노출된다. 그래서 천천히 고도를 낮추는 안전한 방법 대신, 그런 공격의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급강하’해서 활주로에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위험한 착륙 방법을 ‘Nosedive’라고 표현한다.
노즈다이브라고 해도 다이빙 선수가 수면에 수직으로 내리꽂는 모양은 아니다. 비행기는 공항 근처에 접근하고, 안전이 확보된 Safety Zone의 상공에서 나선형으로 하늘을 빙빙 돌면서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어야 한다. 그래서 나선형 하강, ‘Spiral Descent’, 또는 ‘Spiral Dive’라고도 부른다.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기자, UN 직원, 또는 특수한 목적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로 가는 사람들이 노즈다이브 비행을 경험하고 소개한 적이 있다. 비행기가 순항 중일 때는 평소보다 훨씬 높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적의 레이더를 피하고, 공항에 착륙할 때는 고도를 급격하게 낮추어 적의 지대공 공격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행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비행기 조종이라는 전문성이 높은 일을 하는 파일럿 중에서도 경험이 많은 최고 베테랑 파일럿만 쓰는 위험천만한 착륙 방법이다.
다이빙하는 모습과 비견되는 방법으로 비행기 착륙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사고가 나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헬멧을 쓰고,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딱딱한 의자에 불편해도 고성능 안전벨트를 메야한다. 딱딱하지만 안전벨트를 어깨와 다리 사이에도 끼워 넣는 롤러코스터의 의자를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노즈다이브가 예정되어 있는 비행에는 기내식이나 음료를 주지 않는다. 기내식과 음료를 준비하기 위한 모든 그릇과 컵 등의 도구는 비행기가 ‘급강하’하는 순간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노즈바이브 착륙 시도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생략하고, 오로지 ‘목적지에 안전한 착륙’이라는 궁극적인 단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한다.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를 생략해도 이해해줄 수 있는 상황이다. 위기 상황이 되면 이렇게 본질적인 것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분하고, 안전한 착륙이라는 비행의 최종 목적과 본질만 남는다.
도착지의 활주로가 가까워질수록, 노즈다이브 착륙을 실수 없이 성공시켜야 하는 파일럿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솟는다. 파일럿의 실수 한 번으로 ‘인생 마감’을 경험할 수도 있는 승객의 긴장감도 마찬가지이다. 비행기 밖에는 매복하고 있을 테러리스트의 로켓포나 총격은 또 다른 차원의 공포이다. 이라크 바그다드를 다녀온 사람들은 보통의 비행기 흔들림으로 인한 터뷸런스 공포와 차원이 다른 죽음의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에서 흔히 기대하는 비행의 즐거움과 안락함을 주는 요소는 진짜 딴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되면 찰나에 다른 나라가 아니라 다른 세상에 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해도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어야 하고, 스나이퍼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지하 주차장에서 숙소로 가는 방탄 차량을 타야 한다. ‘안전’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끝까지 사수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생략하고, 궁극의 목표인 ‘안전’을 위해 불편함도 끝까지 참아낸다.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알고 나면, 이런 비행을 경험해 보고 싶지도 않고, 돈을 받고 타라고 해도 싫은 일이다. 출장과 여행으로 많은 비행을 해보았지만, 다행히 이렇게 위험한 곳으로 위험한 착륙 방식으로 출장을 가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인생에는 이렇게 위험한 상황, 즉 일상을 살다가 감당할 필요가 없는 예상 밖의 위험이나 위협이 절대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전쟁터가 될지, 재난으로 긴박한 상황의 비행기 착륙을 경험하게 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예고 없이 깨지는 것이 ‘컴포트 존(comfort zone)’
노즈다이브 비행과 같이 일상적인 비행과 다른, 편안하고 익숙한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벗어나는 상황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언제 올지, 어떻게 올지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2020년이 시작한 이후로 모두에게 ‘컴포트 존’을 벗어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구에서 숨 쉬는 모든 사람에게 지금의 팬데믹 상황은 익숙한 ‘컴포트 존’을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다.
예고 없이 깨지는 것이 ‘컴포트 존’이고 이어지는 위기가 발생하지만, 위기는 언젠가 끝이 난다. 위기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컴포트 존'이 깨진 위기 상황에도 어려운 노즈다이브 착륙 방법으로 위기 상황을 거쳐가는 것처럼, 팬데믹에 대처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적응해 가는 중이다. ‘안전한 착륙’이라는 단 하나의 성공을 위해 비행의 즐거움, 안락함, 기내식 등의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 했고, 팬데믹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불편함을 참아내고, 줄일 것은 줄이고 살아가고 있다.
기업은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도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바뀐 상황에 필요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 내고 있다. 헬멧을 쓰고 방탄조끼를 입는 불편함과 같이 마스크로 무장하고 출근을 하고 사무실에서도 거리를 유지한다. 잘 준비된 조직은 재빠르게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기업과 조직은 IT 기술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최대한 조직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준비된 조직은 효과를 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조직도 있다.
재택근무, 위기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가능성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새롭고 낯선 재택근무를 하며 영상으로 통화와 회의를 진행하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만 가능한 상황이다. 효율이 원하는 만큼 나오는 경우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사무실에서 모여 함께 일하던 익숙한 상황과는 여러모로 다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IT 기술이 사무실에서의 업무를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재택근무를 통해 그동안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많았었는지를 깨닫고 있다. 불평을 하거나 줄이지 못해 항상 ‘줄여보자’와 ‘없애보자’라는 타도의 대상이 되었던 불필요한 회의나 회식은 얼마나 많았으며, 과연 그렇게 많았던 회의와 회식이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었는지, 조직의 효율을 위해 그렇게 많이 필요한 일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꼭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조직은 운영될 수 있음을 조각조각 발견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일 출퇴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에서 왕복으로 허비되는 시간은 얼마나 많았었는지를 계산해보면 이번 기회를 통해 재택근무가 가진 엄청난 장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팬데믹을 지나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 돌봄을 위해서 부부가 격일로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면 아이 돌봄에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세계 1등 저출산 국가가 되어버린 우리의 암울한 현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이번 팬데믹 상황의 재택근무를 통해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자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출퇴근의 편리를 위해 굳이 도심의 작고 비싼 아파트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면, 오르기만 하는 도심의 아파트도 인기를 잃고 가격이 안정될 수도, 도심의 부족한 전세 공급에도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러시아워의 교통체증에 대한 대안으로도, 출퇴근 차량의 감소는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컴포트 존이 깨지는 위기가 왔을 때, 불필요한 일을 구분해내고 줄여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있을지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위기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점들이 더 있을 것이다. 노즈다이브 비행에서 불편함을 감내하고, 동시에 불필요한 것들을 생략하는 모습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컴포트 존에 있을 때, 볼 필요가 없었거나, 잘 보이지 않았던 불필요한 습관과 관습들이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시선을 통해 하나하나 발견된다. 본질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필요하지 않은 일을 구분해 내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다.
‘필요한가’, ‘가능할까’라며 의문을 가지고 있던 일을 강제로 실행에 옮겼을 때, ‘Nosedive’ 말고는 대안이 없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장점에 대한 고민이다. 여러 산업 현장에서, 오피스 환경에서, 학교의 모습도 이번 위기를 겪고 나면 이모저모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1. ‘컴포트 존’은 예기치 않게 깨진다.
2. 위기 상황에서는 궁극적인 목표만 남겨두고, 불필요한 것을 생략한다.
3.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보면, 본질을 더 잘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이 생긴다.
‘컴포트 존’이 깨지는 순간 두려움이 생기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발전적인 모험의 시간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