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Change Management

팬데믹에도 흑자를 내는 항공사

by 김홍재

맛있는 레몬 맛 맥주 ‘코로나 엑스트라(Corona Extra)’를 생산하는 멕시코의 공장이 2020년 3월에 생산을 중지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COVID-19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여 생산을 중지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았지만, 매출 감소 때문이 아니라 빠르게 확산하는 COVID-19의 위험으로부터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정지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에서 ‘코로나’ 맥주를 단종시키거나, ‘코로나’라는 제품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코로나 맥주를 생산하는 멕시코의 회사는 그런 질문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발표했다.


회사의 그런 발표에도 팬데믹의 불편함과 아픔이 길어져 버려서, 언젠가는 제품의 이름을 바꾸어야 할지 않을까. 맥주 맛이 변하진 않겠지만, 여름이면 차가운 황금색 맥주에 레몬을 떨어뜨려 마시던 상큼함과 시원함을 예전처럼 즐기지는 못할 것 같다.


팬데믹을 통해서 맥주가 개명을 생각해야 할 만큼 큰 변화가 나에게도 생겼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인 거실을 일하는 공간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홈 오피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있다. 단색의 벽면을 영상 회의용 배경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구의 배치를 바꾸었다. 큰 책상을 놓고, 컴퓨터와 모니터를 설치했다.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키감 좋은 기계식 키보드를 이번 기회를 핑계 삼아 새로 장만하고. 책꽂이와 커피 머신도 책상 가까운 곳으로 옮겼고 약간의 데코레이션을 더했다.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초기에는 반년 동안 수입이 ‘제로’로 바뀐 프리랜서 부부에게 홈오피스로 변신을 위한 약간의 지출도 부담이었다. 쓸만한 모니터와 키보드, 영상 강의를 위한 소품, 몇 가지 사무용품을 갖추는 것이 그랬다.


비행기도 팬데믹 상황이 버거워 보인다. 여행하는 사람이 급감이 아니라 거의 없어진 상황이다. 비행기를 소유하거나 빌려서 쓰는 항공사에게 비행기는 매일 값비싼 주차비용을 내고 그냥 놀릴 수 있는 가벼운 자산이 아니다. 팬데믹에도 임대료를 내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울상이 되어버린 수많은 자영업자의 모습과 닮았다.


비행기는 사라진 승객 대신 화물을 실어 나르기로 선택했다. 날개 아래에 위치한 엔진은 비행기의 생명과 같은 것이니 그대로 두고, 우리나라 항공사는 비행기에 대수술을 감행했다. 승객용 좌석이 있던 공간에 화물을 싣기 위해 의자를 모두 뜯어내는 수술이었다.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덕분에 전 세계의 모든 항공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수술을 감행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팬데믹에도 흑자를 기록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발 빠르게 의자를 뜯어내는 대수술을 결정하여, 항공 화물의 수요를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의자를 모두 들어내는 일만큼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거실의 가구를 재배치하고 홈 오피스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며칠의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다. 비행기만큼 복잡하지 않은 24평 아파트의 거실 공간이어도 좁은 집에 배치도를 그려보고 가구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넓은 집에 산다면 공간 재배치가 덜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구의 길이와 남는 코너 공간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야 하는 어려움은 없었을 테니까. 무엇보다 수입이 급감한 상황에 비용 지출은 억울한 일이었고, 홈오피스를 꾸며서 영상 회의와 강의를 해야 하는 것도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세상의 불행은 주로 나를 비켜 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뉴스와 영상으로 보는 세상의 재난은 항상 다른 나라의 일이었다. 동정심이 생기고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간접적이라도 공감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재난의 상황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는 일이 되면 그런 일을 보고 들었던 동정심이 지금은 억울함이 되어 있었다. 억울하긴 해도 지구에서 숨 쉬고 있는 모든 호모 사피엔스가 다 겪는 일이라는 팩트 앞에서 남 탓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억울한 변화를 이유로 한두 시간 힘을 들여 무거운 가구를 옮기기는 했지만, 다행히 몇 시간이 지나 새로 생긴 홈 오피스 공간은 꽤 그럴싸한 모양을 갖추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정리가 끝나고 사진을 찍어 SNS 피드로 올렸고,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렸더니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홈오피스로 사용하고 있는 책상과 책꽂이를 어디서 샀는지 묻거나 특히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질문이 댓글로 여럿 달렸다.


그리고, 홈오피스로 변신한 새로운 거실을 본 사람들 중에 방송국 사람들이 있었다. ‘#홈오피스’ 태그가 좁아서 불만이었던 공간을 자랑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뭐 대단한 일일까 싶었지만 전화를 걸어온 방송작가는 매일 보는 공중파 방송국 소속이었고, 모두가 알만한 유명한 출연진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나름 공을 들였고, 생각보다 결과물이 잘 나와 주어서 뿌듯해하는 와중에 들려온 깜짝 놀라게 만든 소식이었다.


팬데믹에 수입이 사라지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어 우울한 프리랜서에게 이전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송 출연이라는 제안이었다. 비행기를 개조하는 것처럼, 거실의 용도를 바꾸는 변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기분 좋은 일이다. 환경의 변화에 끌려다니면서 우울해하면서 주저앉아버렸다면 없었을 놀라운 기회가 변화를 먼저 만들었더니 찾아왔다. 방송 출연 한 번으로 인생에 대단한 변화가 생기는 걸 바랄 만한 일은 아니지만, 거실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었다.



'Do change' vs. 'Being changed'


‘우리는 변화를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에 저항하는 것이지, 변화 그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 Peter Senge,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People don't resist change, they resist being changed’


‘위기와 기회는 한 몸이다’ 또는 ‘동시에 찾아온다’ 같은 말은 맞는 말이긴 하지만 많이 들어봐서 따분함이 얹어져 있다. 위기를 만나 기회를 보고 잘 된 극소수의 케이스에나 대보고 예시로 재생산하기 위한 표현이고, 결과론적인 장면만 부각하는 비겁함도 녹아든 말 같이 느껴진다. 피터 센게 교수의 말은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변화’ 그 자체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말이 되었다.


비행기를 개조하고, 거실의 용도를 바꾸는 지금의 변화는 모두 팬데믹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겪고 있는 변화, ‘Change’는 불안함을 주거나 두려움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피터 센게 교수의 말처럼, 수동적으로 변화를 맞는 일에는 거부반응이 생긴다. 하지만 먼저 변화를 만들어 내는 ‘Do Change’를 하면, 즉 수익을 내기 위해 비행기를 개조하고, 집에서 쉬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거실을 홈오피스로 바꾸는 일은 도전이 되는 일이면서 긍정적인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변화에 대처하는 일, ‘Change Manangement’는 변하는 상황에 대해 수동적으로 ‘Being Changed’를 느끼면서 끌려다니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Do Change’를 생각하는 일이어야 했다. 변화, ‘Change’라는 단어를 쓰지만, ‘Being Changed’와 ‘Do Change’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제2, 제3의 팬데믹이 오면,

팬데믹과 같은 변화는 절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과 같은 강력한 팬데믹은 처음이라 매뉴얼도 노하우도 없어 처음에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Do Change‘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시행착오를 통해 하나하나 얻고 있는 노하우를 쌓아가며 버텨내고 있다. 다음에 제2, 제3의 팬데믹이 왔을 때, 처음 팬데믹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는 필요를 느꼈지만 처음인 이번 팬데믹 위기에는 없어서 아쉬웠던 노하우가 되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덜 당황하고, 더 수월하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겪으며 그리고 Change Manangement를 겪으며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져 가고 있다.


Change Management, 변화를 다루는 우리의 자세,


1. 팬데믹의 비행기처럼, 대수술이 필요한 수도 있는 일

2. 항공사처럼, 수동적으로 ‘Being changed’ 되지 말고, ‘Do change’

3. 변화를 통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일


팬데믹이 다 지나가고 가장 먼저 비행기는 다시 한번 대수술을 받을 것이다. 화물을 싣던 몸체의 빈 공간을 다시 좌석으로 가득 메우게 될 것이다. 의자를 뜯어내던 처음의 변화보다 쉽고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다. 팬데믹의 종료라는 두 번째 변화를 맞을 비행기는 다시 한번 수술을 받겠지만, 이제 변화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 우리는 팬데믹이 오기 전 보다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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