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지구 한 바퀴 세계 여행

비행기가 이루어 준 나의 버킷리스트

by 김홍재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서 왜 '버킷' 리스트일까? 언젠가부터 자주 쓰는 말이지만, 버킷, 'bucket'에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서 담아두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버킷리스트의 버킷은 물을 '담아두는' 것처럼 꼭 하고 싶은 일을 '담아둔다'는 의미가 아니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7년에 영화 '버킷 리스트'(롭 라이너 감독, 모건 프리먼, 잭 니콜슨 주연) 이후로 알려지고 널리 쓰이고 있다. 영화는 말기 암 환자인 두 주인공(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정해 여행을 떠나는 떠나는 내용이다. 영화 때문에 그 이후로 많이 사용하는 말이 되었지만, '버킷리스트'라는 단어의 어원은 중세시대의 사형수가 죽음을 맞는 모습에 있다.


사형수가 검은 천을 머리에 쓰고, 발아래의 나무로 만든 버킷(양동이)을 발로 차는 순간에서 유래된 말이다. 버킷을 발로 차는 순간,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죽음을 의미하는 '버킷'이, 지금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말하는 '버킷리스트'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영화, '버킷리스트'를 통해 알려진 이후로 지금도 자주 쓰는 말이 되었다. 영화 덕분에 버킷리스트에 여러 가지 바램을 써두었고, 하나씩 이루어 지우면서 살고 있다. 작년에 특별한 하나를 더 지울 수 있었다. 비행기로 지구 한 바퀴 여행을 다녀오는 일이었고, 여행을 다녀와 브런치를 시작하고 쓴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팬데믹이 모든 여행을 멈추기 직전인 BC 1년(Before Corona), 작년에 다녀올 수 있었던 여행이었으니, 정말로 '운이 좋았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멕시코로, 남미로 떠났으며, 14시간을 비행한 뒤, 파리에 도착해서 유럽을 여행하고, 그리스에서 시드니로 가는 30시간의 비행을 했다. 시드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지구 한 바퀴 여행이었고, 허니문이었다. 지구 한 바퀴 여행은 버킷리스트에 있는 일이었고 꿈꾸던 여행이었지만,광화문 오피스에서 회사원으로 바쁘게 일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빠른 은퇴를 해도 50대가 되거나, 60대에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여행을 마치고, 버킷리스트에서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을 삭제했다. 이제 버킷리스트에는 하나의 꿈만 남아있다. 지구 한 바퀴 여행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면서, 지구 한 바퀴 여행을 이루고 보니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운이 따라주어야 하는 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버킷리스트에, 월드컵 결승전 직관을 꼽거나, 요즘에는 손흥민이 뛰는 경기의 직관을 꼽을 수 있다. 해외의 '아미'라면 BTS의 공연을 보거나 좋아하는 멤버와 사진을 찍는 일이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다.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이 될 수도 있고,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이 버킷리스트에 쓰여질 수 있다.


버킷리스트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쓰고, 그 일을 해내는 성취는 그 자체로 큰 의미 있는 일이 되고, 큰 기쁨이 된다. 계획을 하고, 노력을 통해, 목표로 정한 시한 내에 버킷리스트의 바램을 현실로 이루는 것은 당연히 즐거운 일이고, 버킷리스트의 성취, 그 자체로 축하를 받거나, 박수받을 만한 일이 되기도 한다. 보람을 느끼기도, 성장하고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으니 자부심을 느껴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 된다. 작년에 지구 한 바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오랫동안 바라던 일을 이루어 한동안 마음속으로 뿌듯함을 느끼고 긴 여행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 여행 이야기로 즐거워했고, 친구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킷리스트에 '지구 한 바퀴 여행'을 삭제하면서, 버킷리스트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랜 준비와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아채고, 다시 깊은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아마 올해 2020년에 여행을 계획했다면, 지구 한 바퀴 여행을 하는 어떤 나라에서라도 큰 고통과 위험을 느꼈을 것이다. 팬데믹이 여행을 중단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나름의 노력과 준비를 통해 작년에 '지구 한 바퀴' 여행을 이루었지만, 버킷리스트에 써둔 세계 일주 여행을 작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봐도 정말 '운이 좋아서'였기 때문이다.




버킷리스트의 성취보다 중요한 일


"목표로 삼은 일을 이루어 얻은 것만큼, 목표를 이루고 나서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라는 생각이다. 여행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일이다. 버킷리스트에 쓰여진 일을 이루기만 해도 인생에서 큰 의미 있는 일이 되지만, 보람과 기쁨,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값진 여행을 곱씹어 생각하게 되었다. 버킷리스트에 대해 다시 깊은 생각에 빠진다.


첫 번째로, 이제 버킷리스트에 꿈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기대 수명이 100년이라면, 아직 인생을 절반도 살지 못한 지금 시점에 버킷리스트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두 번째로, 지금부터 버킷리스트에 추가할 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어려움이 많았던 시절을 버텨내고, 공부를 마치고, 직업을 가질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가족의 응원은 항상 힘이 되었으며, 친구들은 슬플 때도, 힘들 때도 항상 옆에서 위로가 되었다. 무엇보다 '운'이 따라 주었기 때문에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세 번째로, 업데이트된 버킷리스트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람의 일이란, 열정과 노력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운이 따라주어야 하고, 불운이 닥쳐 일을 망칠 수도 있다. 작년에 다녀온 여행에는 분명히 행운이 있었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일을 꿈꾸고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PS) 여기까지 읽고 있는 당신의 버킷리스트에도 '지구 한 바퀴 세계 여행'이 들어있나요? 그러면, 다음 장, 다음 글을 꼭 읽어 주세요. '꿀팁'을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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