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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Jan 25. 2021

코리안리 - 보험회사에 보험을 파는 회사

신의 직장 말고, 신이 숨겨둔 회사라는 별명

코스피 상장사 ‘코리언리, Korean Re’ 재보험회사입니다. 재보험이란 말은 영어로 ‘Re-Insurance’라고 합니다. 보험회사에 보험을 파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보험을 파는 보험회사가 재보험회사에서 보험을 사는 이유는 개인이나 기업이 보험을 사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은 재난 상황을 대비해서 보험료를 내고 보험을 삽니다. 보험회사의 경우에도 대재난(금융, 보험용어로는 catastrophe라고 부릅니다) 상황이 발생하면 보험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크게 상승합니다. 회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이 바닥나고, 존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위기 상황을 대비해서 보험회사는 재보험회사에서 보험을 삽니다. 개인이나 회사가 보험회사에 내는 돈을 ‘보험료’, 사고로 인해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돈을 ‘보험금’이라고 부르는데, 보험회사가 재보험회사에 내는 보험료는 ‘재보험료’, 재보험회사로부터 받는 돈을 ‘재보험금’이라고 부릅니다. 재보험이 필요한 경우는 대재난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지진, 화산폭발, 태풍과 허리케인, 대화재 및 폭발사고(예를 들면, 최근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발사고)의 경우 하나의 사고로 손실이 크게 발생하게 되고, 그러면 보험회사가 개인이나 기업에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짧은 시간에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는 보험회사도 대재난의 상황이 오면, 지급불능의 상황이 되거나, 대규모 보험금 지급 이후에 신용도가 급락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에서 신용도와 안정성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보험회사는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를 확보하기 위해, 재보험을 미리 사두어 대재난 상황에 대비를 합니다. 보험회사는 재정 건정성, 지급 여력, 보험금 지급 소비자 만족도 이런 항목들이 광고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코리안리에 대하여     


‘코리안리’는 국내의 수많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재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재보험회사이고, 국내 유일의 재보험 회사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회사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한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60% 정도를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코리안리를 제외하면 국내에 회국계 재보험회사 ‘스위스 재보험, Swiss Re’, ‘뮌헨 재보험, Munich Re’라는 글로벌 재보험회사가 있습니다.      


코리안리는 종로구 미국대사관 뒤쪽, 광화문에 사옥이 있고, 해외에 여러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때, ‘신의 직장’ 시리즈가 유행을 할 때, ‘신의 직장’보다 높은 ‘신이 숨겨놓은 직장’ 등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국내 최고 대기업과 비교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신입사원 연봉과, 해외연수 기회가 많고, 해외 시장 홍콩, 싱가폴, 유럽, 미국으로 이직도 용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보험은 (망하기 어려운) 망하면 안되는 비즈니스       


보험과 특히 재보험은 ‘사회적 기능’이 높은 금융 비즈니스입니다. 예를 들어, 2011년 일본에 진도 9의 강력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니산’이라는 자동차 회사의 야적장에 츠나미로 인해서 완성된 자동차 제품들이 검은 바닷물에 둥둥 떠 다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니산 자동차 회사는 일본의 보험회사에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할 것이고, 다른 자동차 회사나 대기업도 지진과 츠나미로 인한 손해를 보험회사에 청구하게 됩니다. 수많은 사상자들과 유족도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합니다. 그러면 보험회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보험금 지출이 짧은 시간에 발생합니다.    

  

대재해로 인해 보험금 지출이 짧은 시간에 급증하여 보험회사가 지급불능 상황이 되면, 니산 자동차 회사와 많은 일본의 대기업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회사를 다시 세울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의 실직으로 이어지고, 경제 전체에 큰 부담과 위기가 됩니다. 그래서 보험은 대재해를 입은 경제에 ‘회복탄력성, Resilience’를 담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됩니다. 보험회사가 망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보험회사를 망하지 않게 하려면, 재보험회사가 망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경제적 회복탄력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보험회사가 있어야 하고, 최후의 순간에도 재보험회사가 망하는 일은 드문 일이 됩니다.      


투자 포인트    

  

재보험회사는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가 되는 ‘사회적 기능’이라는 특징 이외에도 ‘국제성’이 강한 비즈니스입니다. 미국의 허리케인, 2008년 금융위기에는 전 세계 재보험 시장이 함께 요동치게 됩니다. 그런 재보험 대재난이 있으면, 재보험회사는 대규모의 재보험금 지출이 발생하게 되고, 그 다음해에 글로벌 재보험 시장에서 재보험료는 급격하게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면 재보험회사의 수익이 같이 상승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해외 재보험 시장이 미국의 허리케인이나 금융 위기로 어려우면 재보험시장의 상품 가격이 급등합니다. 그런 경우에 국내 시장은 태풍 등의 대재난을 겪지 않았을 경우 수익성이 급격하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해외의 경쟁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왔을 때 국내 시장 상황이 안정적이라면 국제 재보험시장에서 마켓 하드닝의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고,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이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사고, 보험회사는 코리안리와 같은 재보험회사에서 재보험을 사고, 재보험회사는 그러면 리스크 헷징을 어떻게 할까요? 재보험회사도 ‘재재보험’의 형태로 재보험회사 상호간에 재재보험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고, 파생상품(derivative) 거래로 리스크를 헷징합니다. 필요한 경우 공적 원조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예를 들면, 미국 허리케인 위험, 일본 지진 위험, 네덜란드의 홍수 위험 등). 절대 망하면 안되는 비즈니스 이기 때문입니다.     

 

코리안리의 재보험 비즈니스는 ‘사회-경제적 기능’과 ‘국제성’ 그리고, ‘시장 독점성’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재보험 회사입니다. 세계 10위권의 회사인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덕에 비교적 낮은 1조원 내외의 시가총액 평가를 받는 회사입니다. 연 매출은 10조원 내외, 영업이익은 2,000 억원 수준을 유지합니다. 꾸준함이 메리트가 되는 회사입니다만, 국내외 뉴스를 통해 대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관심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투자를 하면 좋은 회사입니다. 앞서 언급한데로, 금융업에서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최고 수준의 임금을 지출하고 있고, 현재 세계 10위권에서 3위권 진입을 목표로 인재 양성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300 여명의 직원으로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최고 수준 금융 인재 양성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는 회사인 만큼 지금의 시가 총액은 저평가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매출 10조원 이상을 올리는 회사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300 명의 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더욱 드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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