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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살이 Jul 06. 2021

공공도서관 이용자 7가지 유형

서울시 공공도서관 기준 입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제가 6년 동안 근무하며 겪은 다양한 이용자들을 7가지 유형으로 소개해 보려고 해요. 본인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1. 소리 소문 없이 이용하는 ‘모범 이용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입니다. 도서관에 가끔 오는 분부터 자주 오는 분까지 여기에 해당하시는 경우가 가장 많은 거 같아요. 굳이 숫자로 표현한다면 약 50% 정도?! 이분들이야말로 ‘모범시민’이자 ‘모범독서인'이에요. 자료실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책만 골라 조용히 대출해 갑니다.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도 않으며 사서와의 대화도 간단명료 합니다! (도서관에 오래 머물거나, 오시는 게 싫다는  아니니 오해 마세요!)

 

 "오늘 대출하신 0권은 0월 00일까지 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별다른 말 없이 깔끔하게 떠나시지요. 자주 오시는 분들 중에는 "책을 정말 많이 보시네요" 라던가 "혹시 이 작가 좋아하세요? 저도 정말 좋아해요"라고 한 마디 건네고 싶을 정도로 내적 친밀감이 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말은 건네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취향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섣불리 아는 척했다가 저의 얕은 독서력이 간파당한다거나, 조용한 자료실에서 대화를 주고받기도 조심스러우며, 다음에 뵐 때도 뭔가 한 마디 건네야 할 것 같은 부담감 같은 게 생기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었습니다.)    


 이 와달리 이용자 중 간혹 자신의 취향을 사서에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개인적으로 난처했습니다.


 "제가 읽을만한 소설책 좀 추천해주세요."

 "혹시, 좋아하는 장르나 재미있게 읽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냥 사서 선생님께서 재밌게 읽으신 책으로 추천해주세요."

 "........(내가 최근에 뭘 읽었더라...?!) "

 

 이런 이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많지 않아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보통은 '이 책 어디에 있어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저런 질문을 받으면, '사서'인 제가 '댁의 취향은 스스로 탐색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추천할 수도 없으니 말이죠! 그리고 한 명의 이용자에게 충분한 참고봉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자료실에 혼자 있을 때도 많고 전화나 다른 이용자분들도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취향 탐험을 떠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서로 근무하며 제대로 된 참고봉사를 한 기억이.... (이건 부끄러운  경험담입니다. 모든 사서들이 저와 같진 않아요ㅋㅋ)


 암튼 소리 소문 없이 이용하는 분들, 아주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많이 이용해 주세요!!



2. 도서관 직원보다 더 친절한 '천사 이용자'

 사서도 결국 서비스업이나 다름없지만, 다른 서비스 직종처럼 철저한 친절 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친절교육을 내부적으로 받긴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진 않아요) 그래서 대민업무가 서툰 직원도 있고, 본투비 친절한 직원도 있습니다. 아무튼! 약 2% 정도밖에 안되지만 마더 테레사와 같은 이용자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직원이 실수해도 너그럽게 이해하시고, 대출한 도서를 일부 훼손했을 때도 정말 미안해하시며 새 책을 사 오십니다. 이 외에도 평소 대출을 할 때나, 책을 찾아 드리면 꼭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중히 인사하시죠! (제 도움이 보잘것없어 부끄러워질 정도예요) 소란을 피운 아이 대신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시며 아이한테도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지~'라며 부드럽게 말씀하십니다. (아이한테도 절대 화를 내지 않으셔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런 분들 뵈면 '친절도 자가검진'을 실행하게 됩니다.


'내가 요즘 많이 나태해졌구나! 더욱 친절한 사서로 거듭나야지!'


하지만 이다음 유형을 만나면 쏴-악 사라지죠! (안타깝...)



3. 잔잔바리 하게 분노 유발하는 ‘무례 이용자’

 주위에도 묘하게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네! 도서관에도 있습니다. 직원의 안내에도 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안 한다거나, 안 되는 걸 해달라며 떼쓰다가 실패하면 '정말 너무하시네요'라고 하거나 반대로 떼쓰다가 성공하면 '아니, 처음부터 그냥 해주시지..'라고 하거나.. 혹은 뉴페이스다 싶은 도서관 직원과 쓸데없이 기싸움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이제 막 입사했거나, 자료실로 발령받아 근무를 막 시작하면 오래된 이용자 중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신고식을 치러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처럼 적당한(?) 선에서 직원 기분을 상하게 하는 분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꼭 있어요. 도서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 민원 앞에 취약하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쉽게 감정을 표출하거나 짜증을 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4. 살면서 만날까 말까 하는 ‘악성 민원인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는 상식 밖의 유형이에요. 백 명 중 2명 정도밖에 안되지만 데미지는 아주 치명적입니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집요함'인 거 같아요. 본인들이 원하는 걸 이뤄내야지만 끝이 납니다. 잘못은 본인이 더 많이 해놓고 직원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낸다거나 규정에는 어긋나는 서비스일지라도 이유불문 무조건 자기 방식으로 결론을 내야 직성이 풀리시는 듯합니다. 정말 끈질깁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반말, 고성, 욕설, 살의가 담긴 눈빛, 무리한 요구, 위협적인 행동(건물을 발로 찬다거나, 문을 아주 세게 닫는다거나, 책을 던지는 행위 등), 상위기관(구청, 국민고 등)에 민원, 인격모독, 억지 중 최소 4~5개는 기본 장착합니다.


 몇 년 전, 건물 출입구가 하나였던 도서관에 근무할 때 직원 출근 때문에 오픈 시간 전부터 문이 개방되어있었는데, 출근했더니 어느 이용자분이 자녀와 함께 자료실에 들어와 계셔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문 열려 있던데요?!"

"아~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라, 밖에서 잠시 대기해 주시겠어요."

"이미 들어왔는데 그냥 있게 해 줘요!!"

"아.. 아직 30분이나 남았고, 오픈 준비도 해야 돼서 밖에서 기다려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 계약직이죠?"

"네?.. 네...!"

"그렇게 일하시니 계약직밖에 못하시는 거예요."

"........."


 네.. 정말 너무너무 황당했습니다. 제 고용형태를 물어본 것 자체부터 실례라고 생각하는데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아주 더 실례였죠! 하하.. 참나..! 그리고 도서관 오픈하자마자 '자료실에 있는 계약직 직원이 자기를 내쫓았다'며 관리자에게 민원을 넣으셨습니다. 자료실 입구에는 벨트 차단봉까지 설치되어 있었는데 끝내 들어가면 안 되는지 몰랐다며 말이죠...


 이 외에도 악성 민원인의 행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그분들이   보시고  잡으러 올까 봐 무서워서  쓰겠네요!) 요금 만원을 내려고 일부러 은행까지 가서 십 원짜리 천 개를 바꿔와 지불한다거나, '내가 너 여기서 일 못하게 할 거야! 가만 안 둬!' 무서운 협박을 내던지고 온갖 진상을 부려가며 괴롭힌다거나, 화가 나면 가방에서 위협 기구를 꺼낸다거나, 세상에는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들이 진짜 있습니다! 으으..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네요.    



5. 없던 인류애도 생기게 하는 ‘유아 이용자

 평소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공감하기 힘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 유아실에서 근무할 때 행복했습니다. 말을 잘하는 초등학생들도 귀엽지만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맑은 눈동자로 저를 빤히 바라볼 때는 완전 '심정지', (끼아아악약!!!!!느무 귀여워!!!!) 평소 유기농 과자를 사두고 이런 아이에게 선물로 주고 싶을 만큼 설레고 좋았습니다. 그런 아이들 중에는 저한테 달려와 머리를 쿵 찍으면 존재감을 알리는 아이가 한 두 명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사비를 들여서라도 이 세상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유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도서관을 뛰어다니는 건 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모를 나이니까요:-)



6. 책이 목적이 아닌 ‘그 외 이용자’

 수험생이나 고시생들은 열람실만 이용하기 때문에 자료실에서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또는 컴퓨터나 프린터만 이용하시려고 오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분들도 전자정보실이 아니라면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사법고시와 같은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 도서관 오픈 시간에 맞춰 입실하셔서 도서관 마감시간에 퇴실하시는데 몇 년째 같은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 볼 때는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고 속상하고 그래요.. ㅠㅠ


‘내년에는 정말 안 오셨으면…’

 


7. 문화 프로그램 마니아 ‘실속 이용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이 무료입니다.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는 강의도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도서관 직원인 저도 탐나는 프로그램이 종종 있는데,  일부 이용자 중에는 도서관 서비스 중 이 부분만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공예 프로그램을 공략하시죠! 예를 들어, 리본 공예, 냅킨 공예, 가죽 공예, 테라리움(미니정원), 바느질 공예, 라탄 공예처럼 결과물이 남는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지인분들까지 동원해서요:-)



 



 도서관 종사자들도 감정노동에 시달립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전국 최초 '공공도서관 사서 감정노동 피해예방' 7대 지침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지요. 외부에서는 도서관 직원들이 이용자한테 얼마나 시달리는지 모릅니다. 인식이 부족하니 당연히 경영지원팀 같은 부서에서 협조적이지 않아요! '너희만 대면 하니? 다른 부서도 대면해! 근데 다들 잘하는데 도서관 너네는 왜 이렇게 유난 떠니?' 


 하지만 낙담하긴 이릅니다. 최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보호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도서관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도서관 이용자 응대 업무 매뉴얼'을 제작/배포했습니다. 서울시 A구 도서관에서는 악성민원을 상대한 직원에게 일정 휴게 시간을 제공한다는 규정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떠날 거지만) 앞으로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도서관 근무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07976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111000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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