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is just around the corner!
'아.. 내일은 진짜 그만둔다고 말해야지!'
퇴사가 너무 간절했지만 매일 고민만 했던 이유는 '돈'때문이었어요. 매월 따박 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없어진다면 당장 다음 달 카드값부터 걱정이거든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내면 되지 않냐고요? 네, 안돼요. 모아둔 돈이 없거든요! 나이가 서른 중반인데 비상금 하나도 없냐고요? 네! 쥐꼬리 같은 월급에서 월세, 공과금, 카드값 내면 진짜 모으기 힘들어요. 실제로 월급 이백 받아서 카드값 100~120만 원, 월세 공과금 50만 원, 식비랑 자질구레한 지출 좀 하면 모자랄 때도 많아요. (그리고 전세금 같은 진짜 비상금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못하는 상황에나 쓸 수 있어요. 병 걸려서 죽기 일보 직전, 이럴 때요!)
진짜 힘든 날은 사직서에 '이딴 식으로 일 못하겠음'이라고 적어 출력했어요.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고 나면 파쇄기에 자글자글 갈아버렸죠! 이깟 종이 한 장이 제 인생을 쥐락펴락 하는 거 같아 더 괴롭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결국 내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 아니까 언제부턴가 위안도 안 되더라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제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어요. 이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는 로디올라 영양제도 사 먹고, 아베다 스트레스 픽스도 써보고, 넷플릭스에서 '명상이 필요할 때'도 따라 해 봤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그러다 깊은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죠.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으니, 스트레스(감정)를 덜 느끼게 되더라고요. 얼마 후 좀 더 나을 거라 기대되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깊은 우울증은 많이 나아졌어요.
이직하고 6개월이 된 지금, 결국 퇴사하기로 했답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처럼 멋지고, 감동적인 사건은 전혀 없지만 온전한 제 모습을 되찾고자 사직서를 내고 말았어요. 퇴사하면 인생 다 망할 줄 알고 두려웠는데 진상들 덕분에 '에라~ 모르겠다!' 용기가 생겨버렸어요! ('무서운 이용자 덕분에 도서관 탈출' 글 참고 ㅋㅋ) 여기까지 오는데 1년 넘게 걸렸어요. 퇴사를 3주 앞둔 지금에서야 6개월 전 샀던 퇴사문답지('퇴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질문 99가지')를 적으며 제 자신을 돌아보았어요. 조금 더 일찍 퇴사준비를 시작했다면 좋았으련만, 어디 인생이 제 맘대로 되나요?! 지금부터라도 고대하던 (돈을 벌 때보다 더 지옥 같을지도 모를) 백수 라이프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죠!
*퇴사문답지 질문과 제 답변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질문이 반말이라 답변도 반말이니 오해 없으시길!
도서관계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순 없어. 그리고 나는 이 문제들을 체념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최소한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관심 없는 사람도 많아. 결국 '바뀔 기미도 없고,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거기서 비롯된 무력감이 나를 더 병들게 만들어. 이런 고통은 어차피 여기를 떠나면 모두 사라질 거니까 해결된다고 볼 수 있지. 더 이상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고통은 이제 끝이야! 끝!) 하지만 퇴사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겠지... 가령 경제적 어려움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사람들이 나의 직업을 물어보면 '사서였어요'라고 과거형으로 말하거나 '놀아요'라고 말해야겠지? 그리고 1년 후에는 취업이 돼야 하는데.. 내 뜻대로 될지 모르겠네.
재충전! 휴식을 통해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사서든 사서가 아니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앞으로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하려는 모습을 조금 버리고 다른 부분에서 더 많은 행복과 삶의 가치를 찾아갔으면 좋겠어! 궁극적인 목표는 '내 자신이 행복하기'인데 오로지 행복만을 좇지 않고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길 바래. 이번 퇴사도 내가 너무 나약해서 버티지 못했다며 자책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낼 거야. "나는 결국 잘 될 거야!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당장이 아니더라도 잘 될 거야!"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게 베스트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겠어!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요리를 좀 잘하잖아. 근데 난 요리를 하면서 '더 잘하고 싶다'던가 '요리할 때 정말 행복해'라고 느끼지 않아. 하지만 최근 좋아하게 된 글쓰기는 잘 못해도 재밌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그래서 오늘 15만 원짜리 글쓰기 강좌도 큰 맘먹고 결제했잖아. 이처럼 글쓰기에 내 노력과 시간, 비용을 투자하는 게 전혀 아깝지 않고 뿌듯해. 그러니 잘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나한테 만큼은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아!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잘하는 때도 오지 않을까!? (물론 안 올 수도 있지만ㅠㅠ)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신조어)
첫 번째는 커피! 기본적으로 아침에 한 잔 마시고 거의 매일 점심을 먹고 아무리 배가 불러도 커피를 사야 해. 커피는 내 에너지원이랄까? 커피가 있어야만 남은 오후를 버틸 수 있거든! 그리고 두 번째는 인터넷 쇼핑! 스트레스가 쌓인 날 돌아다닐 힘은 없어도 손가락 움직일 힘은 남아 있어. 그래서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편이야. 예쁘고 멋진 거 보다 보면 정신 팔려서 힘든 일을 잊게 되거든! 그리고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만 받아도 막 설레어! 퇴근하고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들고 들어갈 때 진짜 기뻐! (물론, 그 순간이 다 일 때도 있어. 가끔 며칠 지나서 뜯을 때도 있거든;; 하하..) 마지막으로는 사무용품! 회사에서 쓸 애플 매직 키보드를 산다던가, (149,000원이나 함!) 무선 마우스로 바꾼다던가 회사에서 쓸 물건을 그렇게 내 돈 주고 산다?! (열받으면 근무시간에 막 주문해!) 어떤 이들은 회사에서 쓰면 아깝지 않냐고 묻는데, 하루 8시간 이상 머무는 공간이라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야 기분이 그나마 멀쩡하거든. 그래서 탁상용 선풍기나 컵, 엽서, 연필꽂이, 볼펜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바꿔. 내 취향대로. 가끔은 과다지출로 현타가 올 때도 있는데 어쩌겠어.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는데. 누구는 돈 벌어서 병원비로 다 쓴다는데 나는 시발비용으로 다 쓰는 듯...(방송에서는 홧김비용이라고 하던데 난 시발비용이라고 하는 게 더 맘에 들어. 이상하게, 입에 착 잘 감겨!하하ㅎ ㅏㅏㅏ)
다행히 딱 한 명 있어! 내가 A도서관에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나를 붙잡아 주신 관리자분인데 나는 그냥 의례로 잡는 거라 생각했어. 근데 본인보다 더 높은 직급의 관리자까지 동원해서 앞으로 우리 조직이 어떻게 변화할 건지 설명하시고 제안도 하셨지. 일개 직원에 불과한 내게 관리자들만 아는 내부 사항까지 알려주시며 밥도 사주시고 커피도 사주셔서 굉장히 흔들렸어. 마치 뭐라도 된냥 기뻤지. 하지만 감당할 깜냥이 되지 못해 결국 퇴사(이직)를 하게 됐고, 마지막 근무 날 그분께서 찾아와 손편지와 함께 책을 선물로 주셨어! 편지에는 가슴 찡한 말들이 담겨 있었지. 그 후로도 (여전히 서툰) 나한테 항상 '잘하고 있다'며 응원해 주셔! 신기한 건 이 분과 같이 일해 본 적도 없어. 새로 부임하셨을 때 면담 한 번 한 게 전부였는데 다른 직원들과 달리 도서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게 보였대!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분이야! 그분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그리고 내가 받은 그 따뜻함을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줄 거야. 꼭!
사실 10년 후에 바라는 내 모습이 특별히 없어! 사서가 되고, 10년 후에는 관장까지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어. (될 수도 없고!) 암튼 그럴싸한 인생의 목표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최선인 거 같아. 작년 말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브런치를 시작하는 게 목표였고, 이제는 '브런치 구독자 100명 만들기'가 목표야. 어떤 걸 시작하면 그다음에 하고 싶은 게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지금은 직업적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어. (역시 나에겐 일이 중요한가 봐! 일 빼면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 일단은 퇴사 후에 고향집으로 이사하고, 그토록 바라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는 게 가까운 내 미래의 목표랄까? 이런 식으로 일 년씩 쌓다 보면 10년이 되겠지? 그 10년이 어떤 결을 만들어 낼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그래도 굳이 하나 말해보자면, 지금 보다는 좀 더 안정된 마음으로 삶을 대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남들의 평가나 인정에 조바심 내지 않고, 나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말이야.
당연히 '돈'이지! 사람이 돈이 있어야 기도 살고 커피도 한 잔 사지. 돈 없으면 데이트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나는 거 알지? 누구한테도 짐 되고 싶지 않아서 부랴부랴 삼백만 원 모으긴 했는데 이거로 몇 달을 버틸 수 있을까? 퇴사하면 이사도 해야 되고, 제주도도 가야 되고,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들도 한 트럭인데,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이야. 엄마한테 '내 앞가림은 다 해놨으니 괜찮아'라고 큰소리 쳐놨는데 잔소리 듣게 생겼어. 한 달이나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떻게?!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리고 돈 없어서 힘들어 봐야 또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일한다! 꼭 겪어봐야 안다니까! 그 쥐꼬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휴식이지! 엄연히 말하면 휴식이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일단 그동안 바라고 바라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 날 예정이야. 숙소 해결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스탭을 지원할 건데 잘 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돼! 하지만 나는 어디서든 잘 적응하니까 괜찮을 거야. 제주도에 머무는 한 달 동안 제주도에 있는 도서관도 많이 가고, 예쁜 카페도 가고, 바다랑 오름도 많이 가고 싶어! 거기서 사진도 많이 찍고, 제주도에서 보고 느낀 것들도 모조리 글로 남길 거야! (휴식마저 부지런해서 큰일..) 그리고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사랑하는 이들에게 손편지를 쓰고 싶어. 그 손편지는 우편으로 보내는 거지! 뭔가 굉장히 감성적이지 않아? 난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싶은데, 편지만큼은 아날로그가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