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덮고 있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희박한 산소를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아본다
잠들지도 않겠지만, 하는 생각으로 다시 눈을 떠 보면
내가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무언가의 무언가가 잔상을 남기고
나는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 있다
순간
내 생각보다 죽음이 두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네가 쓴 시의 첫마디구나
그러면 이제 내가 이어 써볼까, 자아
죽음이라는 건 순간을 상관하지 않고 하혈했다
이를테면 스물일곱의 나이에 악성 종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아 죽고 싶지 않다며 글을 남긴 한 숙녀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나,
오래도록 삶을 영위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던,
그러니 나를 만나기 위해 돌아오는 월요일까지는
살아있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고 덤덤히 말했던 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나,
펄펄 눈이 내려 지상에 닿을 때 녹거나 혹은
얼어서 도로변에 붙어 있는 까닭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찰나에 선택된 거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
네가 음― 하고 첫 운을 띄운 이 시가 익어가는 밤
너의 이불 맡에서 시작된 것처럼
결국엔 살아있으니 죽고, 죽은 후엔 다시 태어날까 하는
공상은 끝도 없으니까
우리는 그저 지금을 사랑하기로 하자
영화나 드라마, 소설 모두 결말이 있어야만 하니까
죽음을 향해 걷거나 달려가는 게 우리 삶이니까
우리는 그저 지금의 시선을 기억하자
결말에 얽매이지 말고 궁금해하지도 말고
지금의 너와 나를 사랑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