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언제쯤 잠자리에 드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기지개를 켤 때쯤, 답하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요새
너의 모습이 깜빡, 깜빡, 깜빡.
세 번 점멸하고 나면 전원이 막 꺼진 TV처럼
스르르 잠들곤 하였다
그러니 나의 하루는 너로 시작해서 너를 떠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는 뻔한 편지의 한 구절을 쓰고
도리어 낯설게 느껴지는 담배 연기를 내다보면서
너를 붙들어 두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연애는 치졸하고 시시한 삼류의 연극이다
너무 뻔한 사랑의 장면과 표현들과
극적이지 않은 극적인 전개와 어색한 눈물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오합지졸 코미디를 객석 한가운데서 구경하는 것이다 연애는 깊어질수록 유치해져서,
사랑한다는 답을 듣지 않으면 괜스레 불안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이 보이면 예민해지고
작은 해프닝도 큰 사건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연극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막이 내려갈 때
너와 손을 맞잡고 있는 게 더 기분 좋은 일이라면,
네가 오늘 나와 어떤 걸 하면서 어떤 기분으로 보냈는지
어떨 때 가장 즐거웠는지를 떠올리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이라면,
그렇다면 내 연애는 삼류 연극이라도 좋을 일이다
무대 위에 그 치열한 연기의 순간에 굳이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저 객석에 나란히 앉아 우리의 나날들을
하나씩 시퀀스에 집어넣는 것들이라면
그걸 나란히 앉아 감상하며 흐뭇한 기분이 든다면
나의 오늘 아침 역시나 네 모습이 세 번 점멸할 때까지
사랑은 나풀나풀 걸어 다닐 것이다
곧이어 너의 답장을 받을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