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희망보다 앞선다
어느 해보다 거칠었기에
지금 밋밋한 눈썹
나는 목을 가다듬는
비둘기들을 미워한다
사실 그들은
부러 살을 찌우고 있다
모순의 사자성어는 천고마비
새벽을 기워 다시 발에 욱여넣는
양말은
평소와 달리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무엇인가 모서리에 퍽, 하고 부딪친 뒤
통증은 싫증보다
앞선다 툭, 튀어 오른 정강이
잔뜩 보여주기 식으로
부풀다 언젠가 곧
꺼질 것
모순의 라이프 스타일은 인스타 계정에
사진을 왕창 업로드하는 것
별무리를 훔쳐 주머니에 숨기면
그것들은 가려운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프다고 내색 드러내기에
나는 강해야만 한다
모순의 동기부여는 나약한 인간은 없다.
무릇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므로,
아니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므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은
가장 적대적인 인사말
봄에 핀 코스모스를 안아 들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오늘이 원망스럽다
세상에는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함께 산다
모순의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실은 악어가 악어새를 잡아먹지 않는 이유는
악어새가 제시한 조건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갑판 밖으로 과자를 내밀어도
내 손만 쪼아대는 갈매기
지극히 산만하다
가야 할 데를 가지 못한 일
해야 할 일들을 때려치우기
아무 데서나 흥얼거리기
모두에게 잊혀진 영화 제목을 대며
학술적으로 떠들기
넘겨 짚기 뛰어넘기
이 울타리를 부순 다음에
나는 당신의 영역 안에 들어가
무얼 해볼까 고민하기
답 없다는 비난 들으며
다시 답을 구하기
다투기 전에는
꼭 심호흡 두 번
자기 전과 식후에는
약을 챙겨 먹기
한 번에 털어마시기
좋은 양으로
오늘을 꿀꺽 목구멍으로 넘긴다
당신에게 연락이 오는 것을
기다리며
방 한 구석을 서성인다
여울지고 방울지는 것은
테이프를 되감아
가장 아끼는 장면을
다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