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어, 나는 아메리카노
과장님은요?
나는 됐어, 오늘 벌써 네 잔 째야.
야근이 한몫했나 봐요
죽겠어. ―나 바닐라 라떼.
네네
뜨거운 걸로, 이가 시려 요새
치과 가 보시지, 스케일링도 보험처리 다 되는데.
나는 진짜 치과가 싫어. 왜, 알잖아. 치과의 그 특유의 냄새, 그 하얀색.
아, 그거 뭔 줄 알아요. 너무 하얘서 좀 무섭긴 하죠.
야, 박대리, 뭔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아.
에이 과장님이 하실 말씀이 아니죠. 조그마한 날벌레도 무서워하시면서.
벌레는 징그럽잖아.
그건 그래요 어후, 소름 돋아.
커피 주문하려다 말고 뭔 벌레 얘기야, 이 양반들은.
앗, 팀장님 오셨어요. ―오셨어요?
나도 아메리카노로, 시럽 많이 넣어 달라 그래.
네, 알겠습니다.
야, 김 과장아. 이번 기획서 빠꾸 먹어서 개고생 한 거 알지. 수정본 나한테 보냈어?
지금 마무리 중입니다, 팀장님. 세부 수정은 박대리가 하고 있어요. 그렇지, 박대리?
넵. 포인트 안 빠지게 다듬고 있는데 오탈자 점검을 서아 씨한테 맡겼어요. 그렇지, 서아 씨?
예? 지금 커피 주문받아서 카페 내려갔다 와야 하는데요.
뭐 하고 있어, 빨리 주라니까. 일이 먼저인 걸 왜 몰라?
네...... 죄송합니다, 바로 하겠습니다.
커피는 언제 와?
서류 마무리는 언제 돼?
점심 예약은 어디로 할 거야?
내가 맡겨 놓은 일은 대체 언제 마무리해서 줄 거야?
―무슨 일 말씀이신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옥상)
뚜… 뚜…
어, 엄마. 나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두려고.
에이, 그런 거 아냐. 힘든 건 아닌데 슬슬 이직 준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