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색소음

by 냉정과 열정 사이


귀담아듣는 것은

본디 집중을 한데 모아야 가능하다

귀 기울여 듣는 것도

주의 깊게 듣는 것 역시 마찬가지


수많은 시끄러움에 주목해 본다

갈갈, 하고 썰려나가는 돌덩이와

땅을 짓이겨 파내는 소리

두 사람이 핏대 세우며 싸우고

가시 돋친 비 내음은

하루살이처럼 파닥거린다


티브이를 끄는 데에 꼭 리모컨이 필요할까

화면 조정과 지지직거리는 소리의

경쾌한 하모니

시끄럽다! 안방에서 소리치신다

서둘러 끈다

이후에도 덜컥거리는 모난 소리 남아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들

창밖은 아우성

키득키득 웃음소리

곧이어 지나가는 취객

얼마 못 가 토할 것이다

역시 소음


화면 안에 수백 가지의 ASMR

듣다가 잠들 요량이다

고기를 썰거나 화장품 묻은 퍼프가 퍽퍽퍽

띠리링―저 놈 이제야 들어왔구나


이 흥미로운 유흥을

모텔 방에서 듣고 있어 보면

소음은 간결하고 질척거린다

팡팡, 경쾌한 공 튀기는 소리 같거나

쩌억쩌억, 땅이 갈라지는 것도 같다


창문을 반쯤 열고

옆방과 윗집 화장실과 창문 밖 다른 방들의

소리를 담아보는 중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밤공기

서늘한데 입김이 뜨겁다

오존층 파괴의 주역들! 자랑스럽다!


이윽고 쿵쾅이다가 딸깍거리다가

쭉쭉 늘어나는 무언의 소음 몇 번

그러곤 다들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

이 잔악한 생태계의

소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