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자 애들한테는 왜 왕자님이라고 안해요?

무라카미이도키ㅣS초등학교 1학년 I 7세

by 그랑

소년 인터뷰


#네모 아저씨 새 영상을 보려고 색종이를 준비 중인 7세 어린이와 인터뷰


안녕하세요. 잠깐 시간을 내 소년 인터뷰에 응해 줄 수 있나요?

지금 종이접기 해야 하거든요. 음.. 너무 오래 걸리는 건 아니죠?


시간을 많이 뺏진 않을게요. 우선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무라카미이도키 예요. 물병자리. 1학년이에요. 형아한테 자주 놀림거리가 돼요.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군요. 1학년이 된 소감은 어때요?

안 좋아요. 힘들고 지루해. 그냥 매일 1교시만 했으면 좋겠어요. 우선은 학교 선생님이 지루하고, 좀 못생겼고, 남녀차별이 심해요. 처음 선생님 얼굴을 봤을 때부터 그냥 그럴 거 같았거든요. 근데 실제로 그래요.


유치원과 학교는 많이 다른가요?

학교는 놀 수가 없어. 쉬는 시간은 화장실만 가야 해요. 딱 정해진 시간에만 가야 돼. 친구들하고 장난쳐도 안돼. 도서관도 가면 안돼. 선생님이 엄격해요.

아까 말했잖아요. 우리 선생님은 남녀 차별이 심해요. 유치원에선 안 그랬는데... 예를 들어 두 친구 다 혼나야 할 행동을 했는데도 남자 애만 혼나는 그런 느낌. 여자 애들이 잘못하면 부드럽게 한 번만 말하는데, 남자애들한테는 막 화를 내요.

남자애들한테는 왜 왕자님이라고 안 해요? 여자애들한테는 매번 예쁜 공주님이라면서. 치사하게.


선생님한테 혼나는 일이 자주 있어요?

지각하면 혼나.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장난치면 혼나.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면 혼나.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혼나. 돌봄 수업 빠지면 혼나.


혼나는 얘기 말고 음,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요?

과일을 좋아해요.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선 가을이 제일 좋아요. 난 겨울에 태어났는데, 엄마랑 아빠랑 형아는 다 가을에 태어났어요.


요즘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건 뭐예요?

브롤스타즈. 게임은 브롤스타즈만 해요.


브롤스타즈가 왜 그렇게 재미있어요?

음, 그냥 그 게임을 한 번 해보세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숙제하고 먹고 놀고 자고. 끝.


꿈이 있어요?

의사. 과학자. 해부학자.

학교를 없애는 대통령, 끝.


그중에서 가장 되고 싶은 건 뭐예요?

과학자. 500살까지 살 수 있는 약을 만들어서 세계 여행을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나눠 줄 거예요.


그런 생각을 언제부터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음, 유치원 때부터. 내가 그렇게 하면 먼가 미래가 완전히 바뀔 것 같아요.


500살까지 살 수 있는 약을 개발한 과학자가 되면 미래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그러니까 내가 과학자가 돼서 죽을 때까지 그 약을 나눠주면 사람들은 500살까지 살게 되니까. 그다음 사람들이 태어날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서 모든 게 쉬워질 거예요. 지금은 어려운 일이 많잖아요. 지구가 오염되는 일이나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 같은 일들이요.

아, 그리고 도둑이 못 쳐들어 오게 집 앞에 보안 시스템을 설치해 두고 나쁜 사람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게 하면 좋겠어요. 착한 일을 진짜로 딱 하나도 안 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음... 근데 그런 사람은 거의 없겠네요.


혹시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거나 고민이 있어요?

네. 내일이 바로 개학이야. 열대야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오는 거. 또 아빠는 너무 바빠. 목요일만 와요. 엄마 수업이 없을 때 주말에도 오면 좋을 텐데.

그리고 숙제를 다 해도 놀사람이 이젠 없어요. 아, 숙제는 한국사가 또 추가됐어. 참, 학교 방과 후 수업에 배드민턴을 신청을 했는데 너무 못할 거 같아. 내 말을 따라 하는 귀요미 선인장이 건전지가 다됐는데 엄마가 갈아주지 않고 있어. 그리고 핸드폰 금지 당했어. 아휴.


속상하고 화날 때는 어떤 방법으로 풀어요?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소리르 지를 수 없어. 진짜로 지르면 엄마가 혼내고 층간 소음으로 경찰이 출동할 거예요. 이불이나 인형을 입으로 물어뜯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찢어진 적은 없어요.

우선 화가 나게 하는 행동을 멈춰야 돼요. 그런데 그 행동을 남이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바로 범인은 형아. 복수하면 기분이 풀려요. 달콤한 걸 먹어도 기분이 나아져요.


최근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여행 갔을 때. 못 가봤던 곳을 가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여름 방학에 제주도에서 바다 수영을 했어요. 12일 동안 숙소를 세 번이나 바꿨어요. 두 번째 숙소는 이층 집이었어요. 엄청 멋졌어요.


친한 친구가 있어요?

예찬이랑 도윤이.


친구들이랑은 주로 뭐 하고 놀아요?

웃긴 얘기를 많이 해요. 그리고 좀비 바이러스 놀이. 약간 술래잡기 같은 놀인데, 그 놀이를 하다가 중간에 끊고 갑자기 웃긴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아요. 한 명이 술래가 되고 친구들을 잡는 건데, 잡힌 놈도 술래가 돼요. 그래서 딱 한 명만 빼고 다 잡히면 마지막 한 명이 생존자예요. 생존자가 된 애한테는 원래 약간 상 같은 무언가를 줘야 되는데 우린 어린이라서 그 무언가가 없어서 지금은 안 주고 있어요.


뭘 주면 좋겠어요?

간식. 쪼꼬만 자유시간 같은 거. 어른들도 아이들이 뭘 해냈을 때 선물로 간식을 많이 주니까요. 나도 친구에게 간식을 주고 싶어요.


친구들과 나눈 웃긴 이야기 하나만 해줘요.

친구들하고 웃긴 얘기할 때는 기억이 났는데, 방학 때 제주도 다녀오고는 다 까먹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엄마요. 아빠요. 형아 빼고 가족이요. 엄마는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었고, 땅을 밟게 해 주었고, 나의 꿈이 이루어지게 도와주고 있고, 나를 길러주고, 밥을 엄청나게 맛있게 해 줘요.

아빠는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고요. 아, 그 자유시간 초코바는 아니에요. 게임해도 뭐라 안 해요. 밥은 좀 별로인데 아, 가끔 맛있는 밥도 가끔 해줘요. 소시지, 햄, 참치 그런 거.


엄마와 아빠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아빠는 너무 바빠서 집에 오면 밥만 먹고 가고, 잠만 자고 다시 회사에 가요. 아빠는 친구가 없어요. 어른 되면 친구가 없어지는 걸까요? 어쩌면 엄마가 아빠의 친구인지도 모르죠. 아빠는 훌륭해요. 엄마가 못하는 물건 고치기를 잘해요. 아빠가 손 한번 가져다 대면 딱 고쳐져요. 엄마는 그런 아빠를 신기해해요.

이제부터 엄마. 엄마는 아빠에 비해서 요리를 엄청 잘해요. 아빠 요리는 맛있지만 건강하진 않아요. 엄마 요리는 맛있고 건강해요. 저는 건강한 음식을 좋아해요. 그래서 엄마 요리가 더 좋아요.

또 엄마는 영어공부 할 때 빼고는 핸드폰을 못 쓰게 해요. 아빠와 완전히 정 반대예요. 아빠랑은 핸드폰으로 같이 게임도 해요. 엄마는 잔소리를 해요. 하지만 아빠는 별로 안 해요. 엄마는 혼낼 때 소리를 지른 적이 몇 번 있어요. 아빠는 혼낼 때 소리 안 질러요. 아, 같은 것도 있어요. 엄마 아빠는 둘 다 나랑 형아를 사랑해요. 아빠는 씻으면 그만이라고 더러운 것도 만져요. 엄마도 그래요. 나는 그게 신기해요. 저는 더러운 거 못 만져요.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곰팡이 낀 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픈 사람을 살리는 사람. 어떤 약을 만들까 생각을 하고 그것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해서 그 약을 드디어 만들어 내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바라는 소망이 있어요?

하루 종일 게임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빠가 365일 매일 집에 왔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남녀차별 안 하면 좋겠어요. 학교 급식이 맨날 맛있는 거 나오면 좋겠어요. 주말에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 좋겠어요. 내가 초능력자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 집을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서 이쪽에는 커다란 전시관이 있고 어디에는 돌고래 키우는 수족관도 있고, 키즈 카페도 있고, 커피 마시는 카페도 있고. 엄마가 좋아하는 거랑 형아가 좋아하는 거가 우리 집에 다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내가 엄마 뒤를 졸졸 안 쫓아다녀도 되고, 엄마도 혼자 여유롭게 전시관에 갈 수 있고 우리는 커다란 거실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요. 그게 내 소망이에요.



인터뷰 끝.



IMG_3728.JPG 형아만 빼고 가족을 제일 사랑한다는 무라카미이도키씨는 형아와 있을 때 제일 사랑스러운 얼굴이 된다



3040 밀리니얼 세대 아버지의 다양한 삶을 수집하는 미디어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동시대 아버지들의 내밀한 삶을 탐구해 온 내게는 정작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해 '분류하지 못함 폴더'에 던져놓은 한 남자가 있었다. 내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에 대해 여전히 나는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그를 통해 남자 아이들 그러니까 아들, 남편, 아버지의 역할이 어려운 구겨진 마음들이 각자의 소년기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로카, 매일 아빠가 그리운 무라카미이도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소년들이 편안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소년 인터뷰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딸 같은 아들이라고 불리는 무라카미이도키씨를 앉혀 놓고 첫 인터뷰를 했다. 소년들의 마음속 말들을 꺼내기 위해 필요한 대화의 기술은 앞으로 차차 배워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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