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 좀 나야겠어.

사고뭉치 아가 두부

by 잔잔한손수레


오늘도 흔한 초2의 일과를 소화해냈다.

태권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하고 장난을 치다와서인지 어느새 시계의 긴 바늘이 2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었을 뿐인데 두부가 엄청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엄마, 두부 풀어줘도 돼요?"


엄마에게 전화 걸어 허락을 받았다.

엄마의 허락을 받고서야 두부는 내가 열어주는 울타리 밖으로 신나게 나왔다. 가여운 두부.


두부의 예방접종이 끝나면 울타리 없이 키우기로 해놓고 엄마아빠는 거짓말쟁이다. 두부는 지금도 여전히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다.


내가 없는 동안 두부는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했을까.


똥도 하나 싸놨네. 나는 용감해서 이제 두부의 이런 똥 하나쯤은 거뜬히 치울 수 있다. 두부만 달려들지 않는 다면.


"두부,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두부! 기다려!"


두부는 꼭 여러 번 말을 해야지만 말을 듣는 다.

아기라 그런 건가, 아이 참.


두부는 내가 공으로 놀아주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내가 공을 던지면 달려가 물어온다.

뭐, 아직 가져온 공을 내게 돌려주지 않아 다시 빼앗아 던져야 하지만 말이다. 김세아도 매번 놀이할 때 엉뚱하게 했던 걸 떠올리면 아가들은 다 그런 모양이다.


몇 번 공놀이를 해줬더니 뿌듯하다. 이만하면 큰형아가 충분히 놀아줬지? 두부의 대답이 들리는 것만 같다. 내 말이 맞다고.


그럼 이제 티비를 좀 봐볼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티비로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백앤아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게 흠이지만.

엄마아빠방으로 달려가 침대로 점프했다.

빨리빨리. 두근두근. 설렌다. 얼른.


정신없이 백앤아에 빠져들었다. 게임유튜버는 좋겠다. 게임도 실컷 하고 돈도 버니까.


크르르릉

뭐야. 두부가 왜 그러지.


갑자기 거실에서 들려오는 두부 소리에 백앤아를 보면서 몸만 거실 쪽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거실을 보는 순간.


으악. 이게 뭐야. 히익.


"두부, 두부! 두부, 안돼! 안돼! 놔!"

뭔지 모를 종이 조각들이 잔뜩 어질러져있었다.

두부가 물어뜯은 것 같은 데 이게 다 뭐지.

어디에 있었지? 참, 두부 꺼낼 때 바닥을 안 치웠구나.


황급히 두부를 들어 울타리에 넣었다.

매일 점점 무거워지는 두부. 이제 두부를 안을 때 정말 팔이 빠질만큼 무겁다.


그나저나 이 종이는 뭐지. 아, 백앤아 봐야 하는 데.

두부는 아기니까 봐주겠지 뭐.


홀린 듯 두부만 울타리에 넣어두고 다시 티비앞 침대로 달려갔다.


한참 뒤 아빠가 오셨다. 요란스러운 김세아랑 함께.


"으아아아아앙. 이건... 으아아앙. 선생님한테. 끄으윽. 내가 쓴 편지란 말이야. 으아아앙. 이게 뭐야아아.으아앙.얼마나 열심히 쓴 건데..."


아. 아까 그 종이 김세아껀가보다. 엄마 일하는 건 줄 알았는 데. 다행이다.


"세아야, 세아야. 오빠 말 좀 들어봐 봐. 두부가 아기라서 잘 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이럴 땐 최대한 친절하게 타일러야 한다.


"아니 이이. 내가 얼마나 열심히 꾸민 건데. 아아아앙."

"아니, 세아야. 봐봐. 두부는 아기잖아. 그치? 두부는 그걸 모르는 아기야."

"그래도 속상하단 말이야. 으아아앙."

"아기면 그럴 수도 있지. 양심 없는 사람아!"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자꾸 큰 소리로 우는 김세아 때문에 나도 짜증이 났다. 무심결에 엄마가 나쁜 말이라며 못 쓰게 하는 말이 나와버렸다. 재빨리 아빠 표정을 봤는 데 아빠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그럼 두부를 혼내? 아긴데? 아기라서 몰라서 그랬는 데?"

"그렇지만 나도 속상하단 말이야. 내일 선생님 줄 건데!"

"그래, 그럼 아기니까 조금만 혼내. 어때? 너도 그렇게 중요한 거였으면 잘 놔뒀어야지."

"알겠어."


"두부! 이거 세아가 쓴 편진데 이렇게 물어뜯으면 어떡해! 너 잘못했지? 앞으로는 이러면 안 된다. 알겠지? 세아야. 오빠가 두부 혼냈어. 이제 됐지?"

"응, 고마워. 오빠."


아빠가 저녁을 차리다 말고 김세아랑 나를 보더니 계속 웃었다.

역시 내가 큰 형아 노릇을 잘해서인가.

두부가 조금 기가 죽은 것 같아 신경 쓰였지만 괜찮다.

공놀이 한 번 더해주면 기분 풀릴 거야.


다음에 두부 풀어줄 때는 바닥을 제대로 확인하고 풀어줘야겠다.

두부는 사고뭉치 막내 동생이라 내가 도와줄 일이 많다.

두부야, 사고 좀 치지마! 형아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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