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아빠 오늘 회사에서 회식한대."
"나도 갈래!"
아빠가 삼촌들이랑 밥을 먹을 땐 술을 마신다.
그럴 때 내 손에는 아빠 폰이 오게 된다, 에헴!
게다가 삼촌들은 다 내편이라서 게임도 막 할 수 있다!
삼촌들이 폰을 내게 빌려주기도 한다.
지난번에 삼촌이 빌려준 폰은 화면 두 개가 펼쳐져서 진짜 크고 좋았는 데... 나도 갤럭시 사고 싶은 데.
어쨌거나 이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아빠 회사 회식은 회사사람들하고 밥 먹는 거야. 넌 못 가지."
"왜? 나도 갈래. 지난번엔 갔잖아."
"지난번에는 가족동반이었고. 그리고 우리 다 가면 두부는 혼자 어떡해."
"그럼 엄마가 집에 두부랑 있어."
"어차피 아빠 이미 회식 갔어."
"아..."
아빠 치사하게! 일 끝나고 집에도 안 들어왔으면서 바로 갔네. 나 보고는 맨날 집에 왔다가 놀러 가는 거라면서!
치사해!
눈앞에서 노블록스의 기회를 놓치다니 분하다.
혼자 괜히 씩씩대다 결국 엄마한테 혼났다.
더 화가 났다.
그때 손에 뭔가 닿았다.
"크렁."
두부가 내 손에다 코를 박으며 코를 곤다.
"두부야, 넌 왜 맨날 안 잘 때도 코를 골아?"
킁킁
검정 하트 콧구멍이 벌렁벌렁 거리며 내게 비비적댄다.
"두부야, 형아가 좋아?형아도 두부 좋아해. 그래 그래. 형아가 놀아줄게. 자, 두부야 물어와!"
내가 던진 공으로 똥똥한 몸을 날쌔게도 움직인다.
귀여운 우리 막내. 공도 잘 물어온다.
"두부야, 이제 형아 줘야지~"
"..."
"두부야, 형아 주세요. 응? 주세요. 형아 줘야지."
아, 진짜 공은 잘 물어오는 데 물어왔으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두부는 물어와서는 주지를 않는 다.
겨우 뺏어서 다시 던지면 또 물어와서 주지는 않고.
도대체가 줘야 된다는 걸 몇 번이나 알려줬는 데...
두부는 천재인 걸까. 바보인 걸까. 나참.
그렇게 두부랑 놀다 보니 엄마랑 김세아가 끼어들었다.
엄마도 끼면 두부가 자꾸 엄마한테만 가서 같이 하기 싫은 데.
그래도 엄마가 거실에 나온 이상 어차피 두부는 엄마한테 가니까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뭐, 김세아한테 제일 안 가니까. 김세아가 꼴찌라 괜찮다.
한참을 다 같이 공놀이를 했더니 벌써 9시다.
왜 어린이는 9시면 자야 되는지 모르겠다.
잠도 안 오는 데, 잠 온다고 하는 엄마가 자면 좋을 텐데.
시계의 짧은바늘 9와 긴 바늘 12를 확인하고 나랑 김세아는 방으로 들어갔다.
띡띡띡띡.
"아빠다!"
현관문소리에 김세아랑 소리를 질러대며 달려 나갔다.
훗. 내가 1등. 두부 2등. 역시 김세아가 꼴등.
"아빠 다녀오셨어요?"
"안 자고 있었네. 아빠 왔어.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자."
피이. 아빠는 지금 들어오면서.
결국 나랑 김세아는 얼마 안 있어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누워있는 데 아빠 목소리가 조곤조곤 들려왔다.
잠도 안 오고 살며시 문을 열었다.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지, 엄만가?
"... 그래서 그랬다고. 넌 오늘 산책은 갔다 왔어?"
와, 아빠가 말이 그렇게 많았다니.
아빠가 쉼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는 데 엄마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레 거실에 누워있는 아빠 뒷모습으로 다가갔다.
아빠 이야기친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엄마인 줄로만 알았던 아빠의 이야기친구는 바로 두부였다.
아빠랑 두부랑 이렇게 친했다니.
맨날 두부를 가둬놓으려고만 하는 줄 알았는 데.
아빠도 두부를 엄청 좋아하고 있었구나.
두부야, 너도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았네.
집만 지키는 줄 알았는 데.
아까 내가 화났을 때도 달래주고.
아빠의 이야기까지 들어주고 있었다니.
기특하다.
내일은 형아가 공 더 많이 던져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