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가 금방 금방 크니까 이 울타리는 의미 없을 것 같은 데..."
"그러게. 다 밀고 다니니까."
"내가 봐둔 게 있는 데 봐봐."
엄마랑 아빠랑 또 핸드폰을 들고서 이야기 중이다.
나 보고는 맨날 폰 하지 말라 하면서.
"근데 비싼데?"
"아냐, 이게 원래 가격이고 당근마켓에서 내가 본 게 지금 15만 원이니까."
"그래? 15만 원이 적은 건 아닌데 본래 가격에 이 금액이면 괜찮긴 하다. 짱짱하기도 하고."
"엄마, 두부 집사게?"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응. 두부가 이제 3.5킬로가 넘어가니까 이 울타리가 너무 작고 약해. 그래서 두부 집을 새로 해줄까 싶어서."
"우리 막내는 진짜 쑥쑥 잘 자란다, 그렇지?"
"잘 먹고 잘 자고 쑥쑥 크니까 이쁘지?"
"응. 난 두부가 너무 좋아요."
아기인 두부가 우리 집에 처음 올 때 엄마는 말했다. 두부는 아가기 때문에 아직 힘이 없고 약해서 우리가 만지면 안 된다고. 충분히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켜줘야 한다고.
그래서 자꾸 엄마 말 안 듣고 몰래몰래 두부를 만지는 김세아한테서 두부를 지키느라 고생했다. 나도 두부랑 진짜 같이 놀고 싶었는 데도 꾹 참았다.
두부가 이만큼 컸으니 이제 같이 놀아도 되지 않을까. 자꾸 기대하게 된다. 너무 커서 집까지 바꿔야 하니까. 신난다. 맨날 맨날 산책 데려나가야지. 기특한 두부. 뭔가 상을 주고 싶은 데...
"엄마, 두부 이제 간식 사줘도 돼요? 산책은? 이제 저만큼이나 컸잖아요."
"아니, 아직은 안돼. 예방접종도 6차까지 다 맞아야 자유로이 산책도 다닐 수 있고 먹는 것도 덜 조심할 수 있어. 그때까지는 그래도 조심해야 해."
벌써 무거워서 내가 잘 안지도 못 하겠던데 아직도 아기라니. 그럼 두부한테 뭘 선물해 주면 좋을 까.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 엄마. 두부 집 새로 살 꺼야?"
"응, 오늘 좀 이따 사러갈려고."
"그럼 엄마, 두부 집은 내가 사줄래!"
"에? 두부 집 비싸. 두부 선물 주고 싶어?"
"네. 나 돈 많아. 내가 사줄래."
"나중에 두부 데리고 산책 다니게 두부 옷 사주는 거 어때?"
"아니, 나중에 말고. 지금 두부 집 사줄 거라니까. 나 돈 있어요! 지난번에 초코할아버지한테 용돈 받았어요! 안 쓰고 저금해 놨지!"
나는 방으로 냅다 달려가 서랍을 열었다. 오만 원짜리 두 개를 찾아 쥐고서 엄마에게 돌아와서 재빨리 내밀었다.
"봐봐요. 돈 있죠? 이걸로 두부 집 사주세요. 내가 두부가 너무 기특해서 쏘는 거예요!"
"... 그럼 세현이가 5만 원 보태! 두부는 좋겠다. 형아가 집도 사줄라 하고."
"아니. 내가 사줄 거야! 보태는 거 아니고 내가!"
엄마에게 고래고래 이야기하는 데 그때 짜증 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사줄래!"
아... 진짜 김세아는 따라쟁이.
맨날 내가 뭐만 하면 따라 한다. 내가 사줄 거니까 끼어들지 말라고! 쫌!
"내가 먼저 사준 다했잖아! 닌 빠져."
"나도 사줄 거야. 나도 사주고 싶다고오... 나도 사주고 싶은 데..."
또 울보 김세아가 울기 시작했다. 쟨 툭하면 운다. 눈물이 무기다. 또 엄마 아빠한테 나만 혼나겠지.
"그럼 세아도 돈 있어?"
"...응."
"세아도 돈 가져와봐."
역시 아빠다. 김세아는 돈 없을 껄~
"세아는 지난번에 쵸코할아버지한테 받은 거 내가 갖고 있어. 세아는 5만 원이야."
아... 엄마는 왜 또 세아 편 들어주는 거지. 내가 사주고 싶은 데.. 아 진짜...
"그럼 세현이가 큰형이니까 10만 원. 세아가 5만 원 이렇게 내면 어때?"
"... 알겠어요."
내가 사주고 싶었는 데... 저 따라쟁이. 맨날 날 방해한다.
"세현아, 두부 집이 15만 원인데 세현이랑 세아가 힘을 합쳐서 두부 선물해 준다 하니 엄마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 심지어 너는 세아보다 두 배나 돈을 내잖아. 알지? 두 배? 곱하기? 그 큰돈을 내는 데도 아까워하지 않고 좀 짱인듯. 두부는 완전 행복하겠다!"
내게 다가와 살짝 말하는 엄마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다.
그렇네. 내가 김세아 두배나 냈어!
내가 더 많이 많이 낸거야.
"당연하죠. 엄마, 제가 두부 제일 큰 형이잖아요! 이 정도는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