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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May 18. 2024

사진도 찍을 줄 모르는 가족



"엄마, 이제 일어나."

"... 음..."

"엄마! 엄마! 일어나세요!"

"... 아오.. 몇 시야?"

"벌써 10시 30분이라고요!"


엥? 화들짝 놀라 눈을 뜨려 했지만 떠지지 않았다.


'이렇게나 피곤한데 벌써 10시 30분이라고? 와... 진짜 못 일어나겠는 데...'


겨우 실눈을 떠서 더듬어 찾은 폰을 보았다.

8:00


".. 하... 8시잖아. 토요일이니까 좀 더 자. 엄마 어제 일하느라 무지 늦게 잤어. 응?"

"일어나..."


시무룩한 생일 주인공의 목소리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아이를 보아하니, 생일이라 들뜬 건지 벌써 일어나서 유치원이며 팩토 숙제를 다 해놓고 날 깨운 거였다. 시계는 고장 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손목시계는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참... 너털웃음이 났다.


"공주, 생일축하해."

"고마워요. 엄마."


맞아, 오늘은 꽤 일정이 빠듯했지.


일어나 아이들 밥을 챙겨주었다.


저녁에 삼촌들이 딸아이를 위해 우리 집에 모여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낮에는 놀이공원도 가기로 했고.


아이들이 밥을 먹자 남편이 퇴근하기까지 (남편은 토요일 오후 1시~ 오후 2시에 퇴근한다.) 3시간 좀 넘게 남았다. 시작해 볼까.


아이들을 진두지휘하여 집 대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참 못하는 나지만 '두부'(우리 집 막내, 강아지)가 온 뒤로 최선을 다한다.


거실과 부엌, 화장실, 빨래. 보통 일이 아니다. 역시 주부가 젤 힘든 직업이다. 아이들은 각자 방을 정리하고 두부 배변존까지 다 정리했더니 도저히 안방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 방정리 이후 각자 샤워를 하고 옷 입으니 남편이 들어왔다.


부랴부랴 챙겨서 광주 패밀리 랜드로 향했다.


딸아이 생일의 메인이벤트다.


생일 당사자와 동반 1인까지 생일이벤트로 50프로 할인받아 자유 이용권을 끊고, 카드할인을 받으니 오히려 저렴해져 우리 부부 또한 빅 5가 아닌 자유 이용권을 끊었다. 이거, 이럼 어쩔 수 없이 또 뽕을 뽑아줘야지.


놀이공원까지 타고 가는 기차를 시작으로 우리는 쉼 없이 기구를 탔다. 아이들의 놀이기구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 이곳에 오면 늘 만족하며 하루를 보낸다.(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청소년이면 오히려 탈 게 적은 듯한 이곳에서 앞으로 한 4년 정도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남편과 연간회원권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다.


생일이라고 동생을 애지중지 챙겨주는 첫째를 보니 많이 컸다 싶기도 하고, 신난다고 내내 길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보면 아직도 어리다 싶기도 하고.


연신 웃는 소리로 오늘 하루를 보낸듯하다.


광주 패밀리 랜드의 패점을 알리는 방송을 마지막까지 듣고서야 출구로 향했다. 출구 쪽에는 사진을 남기는 '인생 네 컷'이 있었고 우리는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우리의 추억을 기록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의 행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이들의 표정을 간직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 부부의 보물이지 않을까.


서로 가발도 씌워보고 안경도 씌워보고

연신 깔깔대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의 "하트, 하트"  소리에 급하게 팔을 올려 사진을 찍고 "뽀뽀, 뽀뽀"  소리에 급하게 입술을 내밀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오늘의 하루를 기록한 마지막 순간이 나는 가장 인상 깊었는 데, 내 손에 쥐어진 사진은 또 다른 의미로 인상 깊다.


우리의 추억과 행복, 아이의 표정을 남겼지만

우리 둘 부부의 표정을 남기지 못했다.


얘들아, 오늘부터 사진 찍기 연습 들어간다.

각자 위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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