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특징은 평가기준이다. 더 이상 아이들을 단순 지식수준으로만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 아이들의 역량과 태도, 기능 부분의 평가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내가 늘 추구해 오던 교육목표와 결이 같아 나는 내심 반가웠다.
나는 아이들의 공부가 단순 지식습득에서 그치지 않길 바란다. 단순 지식 습득이 목표가 되는 아이들은 늘 결과에 집착한다. 공부를 할 때도 답이 중요하고 그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중요하다. 당연히 시험을 치면 그 점수만 중요하다. 보통 이런 친구들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공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
나는 '수학'선생님이다.
내게 '수학'의 무게가 가벼운 건 아니지만 '선생님'의 무게가 나는 훨씬 무겁다.
학생들의 의무는 공부에 있음을 알려주어 의무감을 가르쳐야 한다. 하기 싫어도 해내는 책임감도 가르친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좌절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인내와 끈기도 격려해야 한다. 단단해진 아이들이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쟁취했을 때 누구보다 아낌없는 박수를 치며 그들의 성취열매를 축하한다. 그들의 노력은 부모님도 아닌 가르치며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의 삶의 태도에 열정이 스며들기를 원한다.
그래서 늘 아이들을 지도할 때
'수학'이라는 디테일을 얹기 전에 그들에게 '선생님'이 먼저 되려고 한다.
내가 진정한 '선생님'이 되었을 때 수학뿐만 아니라 아이는 어떤 공부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본질까지 꿰뚫는 공부를 시도하게 된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것에 있다.
입시는 하나의 수단이다.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대한민국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한민국의 인생이라 하더라도 절대 입시가 전부는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