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시간 속에서 고요함을 찾던 그는 어느새 그곳에 서있었다.
침묵하는 갈대 옆에서 기울어져가는 석양이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는 것을 말없이 바라본다.
등을 내준 소나무도 우두커니 함께 서있다.
적막이 그득하다.
공허한 공기가 피부에 차갑게 와닿는다.
잔 파도가 일렁이듯 구름이 스르륵 흘러간다.
까만 어둠이 보랏빛으로 석양을 밀어낼 때쯤이다.
그의 마음도 함께 물든 건.
서서히 조금씩 그는 잠식되어 갔다.
지칠 대로 지쳤다.
그렇게 쓸쓸한 온도 속에서 가만히 하늘을 보던 그는 눈이 점점 커졌다.
히익.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어둠으로 물든 까만 하늘은 온통 반짝임 투성이다.
어둠의 색들이 뒤섞인 하늘에는 여름바다에 새하얀 모래알이 반짝이듯 수만 개의 별들이 제각각 자기 만의 색을 당당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손을 뻗는 다.
그 희망을 잡기 위해 팔을 길게 늘려본다.
그의 손에, 그의 눈에, 그의 마음에 그 반짝임을 가득 담는 다.
그의 검은 물감은 이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나도 내 빛을 찾아가겠다.
언젠가 그가 또 어둠에 먹히는 날이 올 테지만 오늘의 그의 모습을 갈대가, 소나무가, 석양이, 무수한 별들이 기억하겠지.
그리고 그도 오늘을 기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