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by 잔잔한손수레



4개의 노란 구슬이 하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줄 서 있다.

까만 두 눈에 입을 삐죽 올리고 있는 첫 번째 노란 공은 희뿌옇게 지나간다.


보일 듯 말 듯 내 눈을 손으로 비비고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먼 마지막 네 번째 공은 양 끝의 눈썹이 아래로 향해 슬픔이 묻어난다. 첫 번째 공의 삐죽 내민 입보다 완만하게 그려진 입은 슬픔을 참고 있다. 이는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그런 슬픔 이를 지켜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잔뜩 성난 눈썹을 치켜세우고 있는 세 번째 공은 앙다문 입이 제법 고집 있다. 이 세 개의 흐릿한 공들 사이의 두 번째 공은 저 혼자 싱글벙글이다. 입꼬리가 하늘을 향한다. 어쩐지 두 번째 공만 하얀 조명이 내리쬐는 것 같이 밝다. 또렷하게 보이는 두 번째 공을 보고 있노라니 즐거움이 내게도 퍼져온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공들은 내 속의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는 슬펐던 때도 있고,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슬픔을 참으려 한 적도 있고 그런 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잔뜩 날을 세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가장 뚜렷하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은 무엇보다 내가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저 4개의 공들의 눈썹과 입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눈은 한결같이 똑같다. 같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늘 변함없었겠지.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이 바뀔 때마다 나의 표정이 바뀌었겠지. 이제 나는 늘 행복하게 웃는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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