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랑이와의 짧은 만남

by 잔잔한손수레

시댁에 정자가 생겼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보인다. 꽤 우람하다. 단단한 짙은 갈색 원목의 바닥과 기둥은 위엄을 더한다.


아직 미쳐 치우지 못한 지푸라기와 잔해들이 그간 아버님의 땀방울을 설명한다.


고개를 자라만큼 쭉 빼든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살펴보니 널찍한 공간이 고기 굽기 딱이다.


'여기서 고기 구워 먹으면 맛있겠지?'


익숙한 고기 맛이 혀 끝에 전해지는 듯하다.


침을 꼴깍 삼키며 숨을 크게 들이 마시니 지붕 장식용 지푸라기의 기분 좋은 매퀘한 냄새가 굽이쳐 들어온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정자 안을 걸었다.


그러다 나는 한 곳에 시선이 멈췄다.


원목 바닥 위에 파란색 껍데기의 알이 두 조각으로 반토막 나있다.


알 껍질의 뾰족 뾰족한 경계가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샛노란 무언가가 보였다.


'투명 침대에 누워있는 노랑이는 저 알을 깨고 나온 걸까?'


볼록한 엉덩이는 그 선까지 또렷하다. 닭다리 다리만큼 통실한 허벅지와 상반되게 종아리는 짧고 얇다.


발가락이 없는 두 발은 작고 앙증맞다. 발처럼 손가락이 없는 손은 투명침대를 짚고 있는 것인지 만세를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 노랑이는 머리와 허리의 경계가 허물어져있었다.


'햇빛에 누워 있는 걸까? 흘러내리고 있는 걸까?'


정답이라도 찾을 듯 가까이 다가갔다. 투명침대는 이미 노란 물이 퍼지고 있었다.


노랑이는 까만 두 눈은 감고 있다. 미세하게 벌린 노랑이의 하얀 입에서 무슨 소린가 들린다.


"귀찮아"



노랑이는 침대로 점점 퍼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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