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 인생 최고의 순간

Feat.미스터선샤인

by 잔잔한손수레

모든 것이 제자리요.


다리 위에 소란스레 모인 열 다섯 얼굴.


상투를 틀어 올린 조선 사내들.


서양의 마술을 부리는 이나 쓸법한 빳빳한 둥근 모자를 쓴 이질적인 사내들.


얹은머리를 하고 서로 손 꼬옥 잡고서 있는 주모와 아이.


남사스럽게 몸이 돋보이는 서양옷으로 치장한 아녀자들.



하나같이 피어오르는 불꽃 반짝임에 떠들썩할 땐 언제고


모든 것이 멈추었소.



붉은 저고리에 푸른빛을 띤 검은 치마한복을 입은 어린 계집들의 댕기리본까지.


삼각 모자를 쓴 내 몸통만 한 네모난 등불의 일렁임까지.


끝을 모를 만큼 검은 하늘을 빼곡히 뒤덮은 하얀 연기의 작은 움직임조차도.



내 눈과 당신의 눈이 서로 맞닿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추었구려.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하라는 듯이.


당신과 나를 가로막고 있는 이 철길을 넘을 수 없다는 듯이.



순식간에 날아올라 최고의 빛을 태우고서 이내 사라지는 저 불꽃처럼 당신과 나는 그저 순간이었소.



내 인생에 최고의 순간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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