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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를 배웁니다
[27] 버림받은 여자
by
잔잔한손수레
Aug 30. 2023
속옷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셔츠를 입은 도연은 블랙치마와 새빨간 입술포인트로 오늘의 패션을 완성했다.
매혹적인 입술색은 도연의 말을 더욱 도발적이고 섹시하게 만들었다.
유독 진상이 많았던 오늘이었다.
그녀는
온몸이 흐물거리는 미역처럼 흘러내렸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크러치백을 꽉 집어 들었다.
가게 문을 나서니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시끄러운 유흥가에서 조금 벗어나 조용한 거리로
접어들 때까지 혁수와 도연은 말없이 걸었다.
"나 3000만 원만."
드디어
혁수가 입을 뗐다.
"너, 또 도박했니?"
도연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혁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3000만 원만 달라고. 갚는다고."
발걸음은 멈춘 혁수가 도연을 향해
짜증 섞인 말을 뱉어낸다.
"내가 돈이 어딨니? 니가 다 들고 갔잖아."
도연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너 찬장밑에 통장 있는 거 다 알아.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줘. 갚는다고 했다."
혁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눈썹을 올리며 도연의 표정을 살폈다.
혁수의 말을 들은 도연은 손이 떨렸다.
'그 돈을 벌써
건드린 건 아니겠지? 그건 안돼...'
"3000만 원은 안돼. 없어. 일단 300만 원 줄게."
떨리는 손을 꽉 진채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하..."
혁수가 도연에게 돌아섰다.
"내가
갚. 는. 다. 잖. 아."
말이 없는 도연을 두고 혁수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도연은 달려가 혁수를 붙잡았다.
"지금, 어디가?"
"..."
"안돼, 그 통장은 안된다고!"
"..."
혁수는 말없이 도연을 길바닥에 내팽개쳤다.
바닥에 던져진 도연은 필사적으로 혁수를 붙잡았다.
팔에 매달리고 던져지고 다리에 매달리고 던져졌다.
급기야 발목을 붙잡았다.
혁수는 욕을 하며 도연을 발로 밟기 시작했다.
도연이 늘어지자 혁수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초점을 잃은 눈을 한 도연이 이미
한 뼘 열려있는 현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은 깨끗했다. 찬장만 빼고.
도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세하게 들어오는 가로등불이 그녀에게 퍽
잘 어울리던 입술색처럼 빨간 피멍 여기저기를 비추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에는 생기하나 없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며칠 뒤, 도연의 집 앞에 1톤 트럭이 서있다.
몇 개
의 물건들만 겨우 실은 1톤 트럭은 도연을 태운 뒤 출발했다.
그녀는 세상에서 한번 더 버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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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멋'을 위해 인생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야, 내 인생의 본론에 들어섭니다. <누가 선생님이 더 편하대> 저자. <절대 실패하지 않는 작은 학원 운영 백서>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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