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입술과 퍽 어울리는 붉은 모자를 쓴 여인은 역시나 붉은색이 포인트가 되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다.새하얀 원피스의 끝 박음질은 붉은 실로 한 땀 한 땀 새겨져 있다.모든 걸 놓아버린 그녀를 겨우 붙들고 있는 애처롭고 강인한 그녀의 의지가 실이 된 듯하다.
노란 모자에 청색 정장을 입은 그녀의 남편은 그의 속내처럼 검은 티를 입고 있다.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그의 손과 배려 없는 밀착에 그녀는 시선을 돌린다. 남편의 사교 모임은 한 달에 두 번이다. 이번에는 꽤 외곽으로 나왔다.
여인은 울창한 나무들이 선사하는 자연 속에서 잠시 숨이 트였다. 하지만 이내 남편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녀에게 선택권이란 없었다. 그녀는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귀족 부인들과 신사들에게, 여인과 남편처럼 무미건조한 춤을 추고 있는 커플들에게 이 사람의 시커먼 모습을 숨기기 위해 잘 입혀놓은 인형에 불과하다.
그의 움직임대로 그녀는 발을 옮겼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그의 기분나쁜 숨결에 눈을 질끈 감는다.그녀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꽉 묶은 허리끈 아래로 퍼져가는 나팔치마가 펄럭이며 몸부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