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캄보디아 여행 가도 되나요?

대한민국보다 안전한 나라는 없다.

by 캄보캉

최근 들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연락은 “괜찮냐”는 안부다.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싶을 만큼 우리 가족은 평온하게 지내고 있지만,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에 비친 캄보디아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살 수 없는 위험한 나라’처럼 그려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이 여행경보 2단계로 지정되면서 가족들의 걱정이 더 커졌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행 가도 괜찮냐”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평범한 여행객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태국과의 국경 지역, 즉 전쟁 관련 긴장이 있는 구역에만 특별 여행주의보가 내려졌었다. 그런데 9월 16일 새롭게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대부분 범죄단지가 형성된 곳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취업시켜 줄게”, “놀러 한번 와봐”라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왔다가 감금·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바로 이런 곳에서 발생한다. 과거에는 “돈을 많이 준다”는 유혹이나 “서류를 가져오라”는 요청으로 의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취업’을 미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많아졌기에 캄보디아 취업 제안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캄보디아에는 정말 일자리가 많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캄보디아에서 3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조차 월급이 500달러를 넘기 어렵고, 대부분은 300달러 이하를 받는다. 이처럼 임금이 낮은 나라에서 굳이 한국인 근로자를 데려온다는 말부터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능력이 뛰어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질문엔 또다시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에는 뚜렷한 산업 기반이 없고, 대부분의 생활물자가 수입에 의존한다. 전기를 수입하여 전기 요금이 비싼 것도 산업 발달에 저해되는 요소이다. 이런 환경에서 누군가 한국에서 사람을 데려와 큰 사업을 벌인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이야기다.


한국 기업에 정식으로 채용되어 몇 년간 근무 후 파견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캄보디아 현지 취업’은 추천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하루 종일 보이스피싱에 동원되거나, 명의가 도용돼 모르는 회사의 대표로 등록되어 소송을 당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캄보디아는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과거 필리핀에 있던 중국계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로 옮겨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단순 여행은 어떨까? 문제없다고 판단된다. 길거리에서 휴대폰 날치기를 조심하고,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카지노에 가지 않는다면 충분히 안전하다. 대한민국을 벗어나면 주의해야 할 것들이 동일하게 적용될 뿐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여행 갔다가 감금’, ‘의식불명’ 같은 사건들은 대부분 범죄 조직과 연관된 특수한 사례일 뿐, 평범한 여행자가 길거리에서 공격당하는 일은 없다. 다만 캄보디아는 물가가 꽤 높은 나라라는 점은 기억하자.


여행이란 게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가더라도 예기치 못한 불편함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마음 한편에 불안이 남은 채로 여행을 오면, 혹시라도 작은 일이 생겼을 때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는 후회가 남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억지로 불안함을 누르고 여행을 오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과거 외국인들이 “한국은 휴전국이라 위험하다”며 방문을 망설였던 것처럼, 막연히 “캄보디아는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시선에는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 그렇지 않다고.


우리 가족은 오늘도 평소처럼 차를 몰고 출근했고, 아이들은 하교 후 운동을 갈 예정이다. 이처럼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이 이어지는, 캄보디아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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