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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프놈펜에서 요가생활

매트 하나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멋지게 요가하는 그날이 올까요.

by 캄보캉

동남아 휴양지에 가면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새벽 요가 수업을 쉽게 볼 수 있다. ‘휴양지에서 요가라니, 참 멋있다. 부럽다.’ 하는 생각은 늘 했지만, 새벽에 일어난다는 게 너무 힘들었고, 요가를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기에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운동이라고 여겼던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회사에서 마흔 살을 맞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상 교육을 진행했는데, 그때 접한 명상과 가벼운 요가 시간에서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 것이다.

“마흔이 되면 운동 하나는 해야 한다더라. 그래, 요가 너로 정했다.”


그렇게 나의 요가 생활이 시작되었다. 실력은 부족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1년이 흐른 뒤, 여전히 서툴렀지만 전체적인 플로우를 따라갈 만큼은 되었을 때, 나는 프놈펜에 오게 되었다.

의외로 프놈펜에는 많은 요가원이 있었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알던 요가는 하타, 빈야사, 아쉬탕가 정도에 불과했지만, 아이엥가(Iyengar), 지바묵티(Jivamukti) 등 다양한 요가가 존재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수업의 시작과 마무리였다. 한국에서는 짧은 명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세 번의 ‘옴(Om)’을 소리 내고 때로는 ‘샨티 만트라(Shanti Mantra)’까지 낭송한 후에야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갔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옆사람을 따라 ‘옴’을 읊조렸다. 그러나 이 의식이 궁금해져 chatGPT와 구글링을 통해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옴(Om)은 요가와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만트라로, 산스크리트어의 발음 “A-U-M(아-우-움)”이 합쳐져 만들어진 소리라고 한다. 처음엔 단순히 ‘옴’처럼 들렸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선생님은 실제로 ‘아-우-움’ 하고 발음하고 있었다. 의미적으로는 A는 시작(창조, 깨어있음), U는 유지(삶, 꿈의 상태), M은 끝(소멸, 깊은 잠, 고요)을 뜻하며,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우주의 근원적인 소리로 여겨진다. 그래서 수업의 시작과 끝에 함께 옴을 읊조리며 에너지를 모으고 집중을 다지는 것이다.


또한 “옴 싸하나 바바투”라는 구절을 수업 전에 따라 하게 되는데, 이 역시 궁금해 chatGPT에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이것은 샨티 만트라의 하나로, 구루(선생님)와 제자(학생)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배움을 이어가길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


ॐ सह नाववतु ।
Om Saha Nāvavatu
함께 보호받게 하소서
सह नौ भुनक्तु ।
Saha Nau Bhunaktu
함께 영양을 받고 자라나게 하소서
सह वीर्यं करवावहै ।
Saha Vīryam Karavāvahai
함께 힘을 모아 배우고 나아가게 하소서
तेजस्वि नावधीतमस्तु मा विद्विषावहै ॥
Tejasvi Nāvadhītamastu Mā Vidviṣāvahai
우리의 배움이 밝고 서로에게 갈등이 없게 하소서
ॐ शान्तिः शान्तिः शान्तिः ॥
Om Shanti Shanti Shanti
옴, 평화 평화 평화


한국의 요가는 운동에 초점을 맞춘 역동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캄보디아의 요가는 심신의 조화를 중시하는 정통 요가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울창한 숲 속이나 파도가 부드럽게 부서지는 바닷가에서 시르사아사나를 멋지게 해내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낯선 이곳에서 요가를 수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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