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 내 몸 뉘일 곳은 어디인가
캄보디아의 전통 가옥은 우리가 아는 오두막과 비슷한 형태다. 나무 기둥을 세우고 거주 공간을 땅에서 약 2~3m 높여 짓는데, 이는 벌레와 습기를 피하고 우기에는 홍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띄워진 하부 공간은 생업에 활용되었다.
이 전통 가옥이 현대적으로 변형된 형태가 보레이(Borey)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흔하고 비교적 저렴한 주거형태로, 1층은 상업이나 공업 등 생업 공간으로, 2층 이상은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주거와 생업이 결합된 구조이며, 개별 단독주택이 아닌 3층 이상의 건물이 길게 연결된 형태라 한국의 타운하우스를 연상케 한다. 층별로 생활공간이 나뉘어 있어 대가족이 살기에 유리하다.
한국에서는 1층에 상가가 있으면 그 위층은 다른 사람이 소유하거나 임대해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캄보디아 보레이의 경우, 1층 상가와 상층부가 내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계단을 통해서만 위층으로 접근할 수 있다. 도심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이 바로 보레이다.
최근 지어진 보레이는 1층을 상업 공간이 아닌 거실 등 주거공간으로 꾸미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면과 가까운 구조 탓에 벌레가 자주 출몰하는 단점이 있고, 오래된 도심 보레이는 주변 환경과 치안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보레이보다는 더 사생활 보호가 되는 한국의 단독주택과 같은 형태의 집은 빌라라고 부른다. 프놈펜 외곽에 대단지 빌라단지를 짓고 있는 곳들이 있으며, 역시나 벌레와 습기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먼트(Apartment)와 콘도(Condo)다. 아파트먼트는 회사 소유, 콘도는 개인 소유라는 점이 다르다. 한국처럼 대단지 아파트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단독 건물 형태의 콘도다. 그럼에도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가구가 완비된 상태(Fully furnished)로 임대된다. 서비스드 아파트(Serviced Apartment)나 레지던스는 임대료가 비싸지만 청소와 침구 교체가 포함되는 편이다.
캄보디아의 임대 계약 시에는 보통 1~2개월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낸다. 하지만 계약 종료 시 보증금 반환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중개 수수료는 집주인이 부담하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없다. 특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부동산을 이용하면 언어 문제도 크게 줄어든다.
직접 집을 찾고 싶다면 khmer24나 Facebook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콘도는 모든 매물이 온라인에 올라오지 않으므로, 직접 콘도 사무실을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사진보다 실제 방이 더 좁거나 낡은 경우가 많아 실망할 수 있고, 방충망 등 부가적으로 체크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방문하여 확인이 필요하다. 콘도 사무실 직원들은 대부분 영어가 가능하며, 최근 프놈펜은 공실이 많아 텔레그램 연락처를 교환한 뒤 시간을 두고 협상하면 가격을 낮추거나 다른 괜찮은 매물을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집을 구할 때는 지역, 주거 형태, 방 개수, 예산을 먼저 확실히 정해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거리다. 프놈펜은 도로가 좁고 정비가 부족해 가까워 보이는 거리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주요 도로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심하며, 정부 행렬로 인한 교통 통제나 우기의 폭우로 길이 마비되는 경우도 잦다. 따라서 직장이나 학교와의 거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출퇴근 시간에 직접 그 길을 이동하며 시간을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자녀가 있는 경우 학교를 정하고 그 주변에 집을 구해야 한다. 성인은 출퇴근을 홀로 할 수 있지만 자녀의 경우 라이딩을 하거나 학교에 종종 들러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루 2번 통학을 위해 왕복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해로운 일이다.
만약 선택지가 여러 개라면 북향집을 고르는 것이 좋다. 캄보디아에서는 북향이 선호된다. 건기에는 햇볕이 덜 들어 시원하고, 우기에는 햇빛이 잘 들어 빨래 건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