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호출 앱이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프놈펜에는 예상했듯이 지하철이 없다. 호치민도 24년에서야 1호선이 개통되었으니 뭐 당연한 거 같다. 대신 시내버스는 있다. 시내버스는 부영에서 기증한 버스라 버스에 부영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있어 매우 친근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용객이 많지 않다. 대부분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탑승한다. 왜 프놈펜의 시내버스는 인기가 없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열악한 보행 환경: 프놈펜은 걷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인도가 없는 구역이 많고, 인도가 있더라도 차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어서 걷기 힘들다. 게다가 날씨도 너무 더워서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게 불편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비용과 편의성: 오토바이 기름값이 1리터에 4,000리엘(약 1달러)도 안 되는데, 버스 요금은 한 번에 1,500리엘이다. 어쩌면 1500리엘이나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오토바이가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훨씬 이득인 상황. 그래서 많은 현지인이 오토바이로 출퇴근하고, 오토바이 주차장도 곳곳에 많다.
그렇다면 관광객이나 단기체류 외국인들은 주로 어떻게 이동할까? 관광객이나 외국인들은 주로 Grab, TADA, Pass App 같은 차량 호출 앱을 이용한다. Grab이나 TADA는 카드 연동이 돼서 잔돈 걱정 없이 편하게 쓸 수 있으며 리엘로 결제된다.
앱마다 차량을 부르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Tuktuk(툭툭), Car(자동차), Remorque(르목)으로 나뉜다.
Tuktuk(툭툭)은 LPG로 움직이는 삼륜차이다. 3명 정도 앉을 수 있고 좁은 길도 잘 빠져나가는 장점이 있지만, 옆 차에서 나오는 매연을 그대로 다 마셔야 하는 단점도 있다. 요즘은 전기 툭툭도 조금씩 들어오는 추세지만, LPG 대비 느린 속도감은 기분 탓일까.
Car(자동차)는 우리가 아는 택시처럼 승용차를 부르는 서비스로 멀리 가거나 짐을 실어야 할 경우에 부른다.
Remorque(르목)은 오토바이 뒤에 좌석이 달린 차량인데, 3명 초과 인원이 탈 때 유용하지만 프놈펜 시내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그렇기에 호출 시 오래 걸리는 점과 승차감의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다. 대도시에서는 그랩 하나로 문제없이 이동이 가능하지만 그랩이 연결되지 않는 지방 도시를 여행할 때, 호텔 로비에 이동을 요청하면 remorque이 온다.
Pass App은 카드 결제가 안 돼서 현지 QR이 없으면 쓰기 불편하지만, 사용하게 되는 경우 우리가 흔히 아는 툭툭을 부르려면 Rickshaw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3개의 앱 중에 Grab을 선호하는 데, 이유는 지도가 최신판이기 때문이다. 프놈펜은 발전하는 도시로 늪지를 메워서 개발되는 지역이 많은데,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앱들은 새로 생긴 길을 못 찾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Grab에서 조금 더 큰 tuktuk인 maxima를 부르거나 car에서 SUV를 부르고 싶을 때는 요금 옆 아래 화살표로 확장하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간혹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행하는 툭툭을 만나기도 한다. 차량 호출 앱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도 바꾸어놓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