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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ellia Wealth Sep 06. 2021

플랫폼인가 모노폴리인가?

새로운 산업인가? 새로운 형태의 독점인가?

오래된 유명 보드게임 중에 모노폴리가 있다. 국내에서는 브루마블이란 유사 게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모노폴리 게임을 하다 보면 끝까지 가는 경우는 잘 없다. 어느 정도 승패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게임은 급속도로 재미를 잃고 그렇게 게임의 흥이 깨지고 나면 '그만하자' 내지는 '집에 갈 시간이다'라는 표현으로 대충 마무리가 된다. 바둑으로 치면 점수를 세지 않고도 승자와 패자를 알 수 있는 불계승 또는 불계패로 끝나는 셈이다. 바둑에서 느낄 수 있는 한점 또는 반점짜리 아슬아슬한 게임의 묘미가 모노폴리에서는 왜 없을까?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작은 아마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였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그곳에 앱을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열어주어 앱 개발자와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생겼다. 물론 그 공간에서의 거래에는 일종의 자릿세인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니까 결국 여러 가게를 입점시켜 장사를 하게 하고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과거의 백화점과 같은 역할인데, 넓은 땅과 높은 건물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다는 면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여기저기에서 차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선점 경쟁이 다양한 산업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용어부터 개념까지도 일반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느끼는 친숙함에 비해서 그 영향은 다소 파괴적이다. 일례로 빠른 배송 서비스로 유명해져 음식 배달로도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국내의 한 온라인 쇼핑몰은 열광적인 소비자들의 일관된 반응에 비해 사업자들의 반응은 재각각으로 나뉘기도 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크게 매출을 올린 기업도 있겠지만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며 최저가 갑질 이슈 등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그렇다.


플랫폼이란 용어의 뜻처럼 열차 정거장처럼 이용되게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야 하므로 플랫폼 기업들은 초기에 사용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 대단한 노력을 들인다. 그런 노력을 들여 한번 순조롭게 정착된 이후에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정거장을 거쳐가게 되므로 정거장의 주인인 플랫폼 기업의 힘이 거대해진다. 이때쯤이 되면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장 운영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되면서 이 플랫폼 속에 생계를 걸고 사업을 하는 사업주들에게 특히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어떻게 될까?


모노폴리 보드게임과 브루마블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모노폴리 게임 룰에는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모노폴리에서는 한 가지 색깔의 땅(2~3개로 구성)을 다 소유했을 때만 통행료를 크게 올려 받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통행료 상승의 폭은 매우 커서 통행료가 최대치로 오른 땅에 한 두 차례만 머무르게 되면 금세 파산하기에 이른다. 모노폴리에서처럼 플랫폼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얻고 난 뒤에는 사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율 인상을 통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앞서 예를 들었던 온라인 쇼핑몰 기업도 이미 작년부터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고 보면 요새 이슈가 되는 플랫폼 기업의 인앱 결제 제한에 따른 논란이나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도 그러한 문제와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다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실상이 결국 공존하는 상생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혼자 살아남고자 하는 독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파산하고 혼자 살아남을 때 비로소 승자가 되는 모노폴리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 게임이 끝날 때까지 다 같이 즐겁기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판세가 기울어지면 승자 혼자만 신이 날 뿐이다. 간혹 눈치 없는 승자만 본인 말고도 다 같이 즐거울 거라 착각할 뿐이다. 보드게임이라면 진즉에 포기 선언하고 그만두었겠지만 삶은 중간에 멈출 수 없다는 면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 한다. 이 게임이 현실이라면 승자만 홀로 재밌는 세상은 과연 살만한 세상일까? 장기적으로 승자에게도 좋은 세상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플랫폼 기업들도 눈치 없이 신나 하기보다는 주위를 좀 둘러보는 지혜를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Cover Image :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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