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목에 중고차 매매시장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하고 수많은 차들이 서 있습니다.
작은 차와 큰 차, 경차와 대형차,
색깔도 모양도 나이도 각양각색인 차들이
같은 장소에 만나 묵묵히 새 주인을 기다립니다.
저 차들 모두가,
한때는 누군가의 꿈이었고 설렘이었고, 자랑이었을 것입니다.
매일 닦아주고, 작은 흠집에도 마음 아파하고, 아낌없이 사랑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매물로 나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오래 되고 낡아서 새 차에게 자리를 내주었거나, 쓸모가 적어졌거나, 주인의 형편이 어려워져
저 자리에 나온 것이겠지요.
온갖 차들이 씽씽 오가는 대로변에서, 말없이 침묵하고 있는 중고차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그토록 사랑해주던 이들과 헤어져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수많은 중고차...
어쩌면 사람도, 사랑도, 저 차들처럼 모두가
뜨거웠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토록 쓸쓸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쓸쓸함은 확신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지, 그럴 거야.
사람도, 사랑도, 저기 저 중고차들처럼, 그럴 거야. 그럴 거야.
시내 중심가에는 화려한 신차 매장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중고차 매매시장이 있습니다.
시내 밖으로 더 나가다 보면,
군데군데 폐차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자동차나 사람이나,
그 일생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매일 중고차 매매시장 앞을 지나면서 나는
다음부터는 반대쪽 길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입니다.
중고차 매매시장에 서 있는 차들을 보면,
문득문득 슬픔이, 가슴 안쪽으로 조금씩 밀려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중고차 매매시장을 지나갈 때면,
나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누군가의 사랑이여,
언젠가는 자신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대도,
부디, 슬퍼하지 않기를.
오지랖 넓게도 나의 기도는,
중고차 매매시장을 한참 지나고 나서도, 끝날 줄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