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을 바라보며

2019년 10월 CD 리뷰

by 정준호

CD가 살아 있음을 유튜브로 알려야 하는 아이러니...

물성을 숭배하는 여러분께...


ALPHA544 에사 페카 살로넨의 ‘에로이카’와 ‘변용’

* 연주: 에사 페카 살로넨 (지휘), 신포니아 그랑주 오 락

명지휘자의 산실 핀란드에서도 발군의 행보를 이어온 에사 페카 살로넨이 새로운 악단을 이끌었다. 제네바 호반, 에비앙의 ‘그랑주 오 락’ 음악당에 소집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유럽 최고 악단에서 활동하는 젊은 주역들로 꾸렸다. 살로넨의 베토벤은 에비앙 생수만큼이나 투명하고 간결하다. 지휘자며 작곡가인 그가 뜻밖에 베토벤의 악보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 듯한 모습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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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현악 주자를 위한 ‘변용’은 바로 에비앙 건너편 몽트뢰에서 쓴 슈트라우스 최만년작으로 에로이카의 ‘장송’ 선율을 그 주제로 한다. 최선의 의도가 최상의 연주와 만났다.

촌평: 에로이카 4악장에서 봅슬레이 뒤집힐 뻔~ (구입해 들으시길...)


ALPHA465 비발디 시대 베네치아의 첼로 소나타

* 연주: 가에타노 나실로 (바로크 첼로), 안나 폰타나 (하프시코드) 외

고음악의 요람, 스위스 스콜라 칸토룸 바실리엔시스에서 파올로 판돌포에게 배운 가에타노 나실로. 그가 비발디 시대 베네치아 작곡가들의 소나타를 연주했다. 비발디의 수많은 기악곡 가운데 대부분은 바이올린곡이지만, 저음 악기 첼로와 바순 따위를 위한 곡 또한 숨은 보석이다. 오페라의 베이스 바리톤에 해당하는 첼로가, 소프라노나 테너인 바이올린에 가린 셈이다. G. 바사니, B. 마르첼로, D, 비갈리아, A. 반디니, M. 스트라티코와 같이 지금은 잊힌 작곡가들이지만, 이들이 첼로로 보여준 섬세한 에피소드가 나실로와 동료들의 연주에 사랑, 환희, 후회, 용서, 익살의 순간으로 거듭난다.

촌평: 참 고급진데 한 번에 다 듣긴 좀 지루~


SOMM ARIADNE 5004 캐슬린 페리어의 바흐 마니피카트와 칸타타

* 연주: 캐슬린 페리어 (콘트랄토), 빈 필하모닉,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 외

불세출의 영국 콘트랄토 캐슬린 페리어는 1949년 브루노 발터의 부름으로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말러 <대지의 노래>를 부르며 오스트리아에 데뷔했다. 이 역사적 명연을 본 카라얀은 바흐 서거 200주기가 되던 이듬해 그녀를 빈으로 초대했다. 당시의 <B단조 미사>와 <수난곡> 또한 기념비로 남았고, 여기 수록된 <마니피카트>는 영국 음반사 솜이 처음 발굴해 내놓는 귀한 자료이다. 커버 사진은 녹음 사흘 전에 찍은 것이며, 그녀는 클렘페러를 대신한 지휘자 폴크마르 안드레나 동료 성악가들을 제치고 이 음악의 주인공으로 빛을 발한다. 영어로 부른 세 칸타타는 직전 해 영국 공연.

촌평: 안동림 선생의 그녀~ 울컥


SOMM CELESTE SOMMCD 0198 피터 도노호의 모차르트 소나타 제2집

* 연주: 피터 도노호 (피아노)

제1집이 1770년 14세 모차르트 초상과 그 무렵 곡들의 결합이었다면, 제2집은 티슈바인(괴테 초상화로 유명하다)이 그린 약관의 모차르트와 당대 곡들을 연결한다. 소나타 7-9번(K309-311)과 만년의 론도를 통해 피터 도노호의 관점은 좀 더 뚜렷해진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난 도노호는 단짝 사이먼 래틀과 함께 팀파니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메시앙 부부를 만나면서 피아노에만 전념키로 하며 20세기 음악의 명인으로 거듭났다. 초로에 모차르트 앞에 선 그는 전에 없이 맑고 산뜻한 소리와 눈부신 아티큘레이션으로 베히슈타인 그랜드 피아노의 경계를 확장한다.

촌평: 뭐야 했다가, 다시 듣고 대박, 3집을 기대...


SOMM CELESTE SOMMCD 0193 아널드 백스와 그의 연인 해리엇 코언

* 연주: 마크 배빙턴 (피아노)

영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후기 낭만주의를 접한 아널드 백스는 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쇤베르크 음렬 음악의 전성기에 철저히 잊혔다. 동시대 영국 작곡가들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비하면 부당한 처사이다. 솜 레이블의 간판 피아니스트이자 영국 근현대 음악의 일인자인 마크 배빙턴이 그런 백스를 복권한다. 백스는 피아노 소나타 1번의 1, 3악장을 교향곡 1번으로 옮겼다. 피아니스트 해리엇 코언은 백스의 친구이자 연인, 평생의 뮤즈였다. 최초 녹음인 백스의 <네 소품>과 코언의 <러시아 인상>이 둘의 음악 동반자 관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촌평: 피아노가 아팠다가 간지러웠다가 했을 듯...


SOMM CELESTE SOMMCD 0186 코딜리어 윌리엄스의 바흐 인벤션 외

* 연주: 코딜리어 윌리엄스 (피아노)

젊은 영국 피아니스트 코딜리어 윌리엄스가 슈베르트, 슈만에 이어 솜에서 내놓은 세 번째 음반은 바흐가 큰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을 위해 쓴 초급 연습곡집 인벤션(2성)과 신포니아(3성). 윌리엄스는 자신의 역할을 연주에 국한하지 않고 적극적인 프로그래밍으로 확대한다. 그녀는 바흐의 곡 순서를 독창적인 순열로 재배치했다. 양끝에서 시작해 가운데서 만나는 순서에 더해, 윌리엄스는 각권 시작과 끝에 우리 시대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명상적인 음악을 더했다. ‘틴티나블리’(작은 종소리)로 요약되는 페르트의 헌정이 바흐와 만나 또 하나의 반향을 울린다.

촌평: 꿈보다 해몽이다


ATMA ACD2 2452 야니크 네제 세갱의 시벨리우스 1번

(첫 부분 대부 아님!) * 연주: 야니크 네제 세갱 / 오케스트르 메트로폴리텐

캐나다가 낳은 마에스트로 야니크 네제 세갱은 필라델피아 악단과 뉴욕 메트 오페라 음악감독에 전념하기 위해 로테르담 필과 결별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두 미국 단체에 비하면, 고향 몬트리올에 기반한 오케스트르 메트로폴리텐은 네제 세갱의 존재감이 더욱 큰 단체이다. 몬트리올 심포니의 아성을 뚫고 1981년에 창단했지만, 네제 세갱이 2000년에 부임하고서부터 몬트리올 밖으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브루크너와 말러 교향곡에 이은 아트마의 새 시벨리우스 시리즈는 익숙한 북유럽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 교향악에 편입된 듯한 세련된 느낌이다.

촌평: 수록시간이 무시기 깡패냐~ 달랑 40분!


ATMA ACD2 2772 비올리스트 마리나 티보의 ‘ELLES’

* 연주: 마리나 티보 (비올라), 마리 이브 스카르포네 (피아노)

캐나다의 젊은 비올리니스트 마리나 티보가 아트마에서 낸 두 번째 앨범. ‘Elles’는 불어로 ‘그녀들’이라는 인칭대명사이다. 클라라 슈만으로 시작해 나디아 불랑제, 파니 헨젤, 레베카 클라크, 릴리언 푹스, 안나 피드고르나 모두 19세기에서 우리 시대에 걸친 여성 연주자, 교육자, 작곡가이다. 특히 클라크와 푹스는 비올리니스트로 연주와 작곡 모두 제 역할을 했던 음악가이다. 클라라 슈만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함께 조명한 비올라의 뮤즈들인 것이다. 불랑제의 첼로 소품과 멘델스존의 누이 파니의 가곡을 비올라를 위해 편곡한 노력도 돋보인다.

촌평: 클라라의 위대함은 주제 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른 작곡가의 곡들이 좋다.


AVI 8553145 스테판 시모니안의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

1556129918.jpg * 연주: 스테판 시모니안 (피아노)

1981년 모스크바 태생의 스테판 시모니안이 동년배 바흐 피아니스트 가운데 단연 앞섰다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동향 대선배이자 모스크바 음악원 동문인 예브게니 코롤료프를 함부르크로 찾아가 배우고, 2010년 라이프치히 바흐 경연에서 2위를 했다면 이 음반이 궁금할 것이다. 앞선 바흐 토카타와 하차투리안 협주곡 음반으로 모두 호평을 들은 시모니안이 아비 레이블에서 택한 첫 레퍼토리가 야심 찬 <골트베르크 변주곡>이다. 러시아 후배 이고르 레비트의 기름진 해석이 불만인 사람이라면, 시모니안의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발걸음에 귀가 쫑긋할 것이다.

촌평: Stepan? ‘h’ 말고 점도 좀 빼고 사진 찍자~



AVI 8553403 벤야민 모저의 ‘픽처스 앤 송스’

1556204329.jpg * 연주: 벤야민 모저 (피아노)

1981년 독일에서 난 피아니스트 벤야민 모저는 두 살 많은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의 동생이다. 형제의 고모는 저명한 소프라노 에다 모저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형에 이어, 같은 콩쿠르에 출전한 벤야민은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임동혁이 1위 없는 3위를 하고 나머지는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입상한 논란 많은 대회였다), 깊은 인상을 남겨 청중상과 차이콥스키 해석상을 받았다. 그 모습을 짐작케 하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거슈윈, 얼 와일드, 라흐마니노프의 초월 기교 음악과 만났다. 전자가 그림, 후자가 노래이다. 숨 막히는 ‘시화전’이다.

촌평: 동혁아, 친구 왔다~ 아님 말고~


FIRST HAND RECORDS FHR59 하이든 97번 / 모차르트 34번 / 슈베르트 3번 등


* 연주: 토머스 비첨 / 로열 필, 루돌프 켐페 / 필하모니아 외

퍼스트 핸드 레코드가 ‘아카이브 오브 레코디드 사운드’(ARS)와 협력해 내놓은 초기 스테레오 레코딩 제2집. 제1집 낭만주의 선집에 이어, 이번에는 1954년부터 1957년 사이 녹음된 하이든과 모차르트, 슈베르트 음악의 첫 스테레오 발매이다. 공들인 1950년대 스테레오가 컴컴한 EMI 자료실을 빠져나온 반가움 못지않게 지휘자의 면면이 흥미롭다. 하이든을 지휘한 토머스 비첨은 모차르트를 녹음한 루돌프 켐페 같은 외국 지휘자들이 영국 악단을 장악한 것을 못마땅해했다. 비첨은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를 창단해 슈베르트를 지휘한 해리 블레치가 누구보다 기특했을 것이다.

촌평: 미망인들이 아니면, 이런 걸 누가 사나? 알라딘 중고가 사지!


FIRST HAND RECORDS FHR49 첼리스트 로한 데 사람, 80세 기념 앨범

* 연주: 로한 데 사람 (첼로)

생소한 이름과 다소 힘든 레퍼토리 탓에 이 음반을 지나치는 첼로 애호가는 후회할 것이다. 로한 데 사람Rohan de Saram은 스리랑카가 낳은 독보적인 첼리스트이다. 가스파르 카사도와 파블로 카살스에게 배우며 당대 제일의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로한은 흔치 않은 길을 갔다. 1977년부터 2005년까지 38년 동안 현대 음악의 최전선을 지킨 아르디티 사중주단의 첼리스트로 재임한 것이다. 창단 3년 뒤 합류했지만 그보다 오래 앙상블을 지킨 멤버는 없다. 그런 로한이 80세를 기념하는 독집 앨범에 스승 카사도와 스승의 친구 달라피콜라, 자신이 초연한 백스와 리게티를 고른 것은 ‘숙명’이다.

촌평: 스리랑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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