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폴리가 대세였네

2019년 11월 CD 리뷰

by 정준호

CD가 살아 있음을 유튜브로 알려야 하는 아이러니...

물성을 숭배하는 여러분께...


ARCANA A115 스카를라티: 만돌린 소나타

* 연주: 안나 스카바자파 (만돌린) 외 피치카르 갈란테 앙상블

별 정보 없이 음반을 듣는다면 어떤 곡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낙관적인 분위기와 음색으로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라고 추측할 수 있다. “비발디는 아니고, 코렐리?” 생각할 때쯤, 건반악기라고 여겼던 주선율이 열 손가락 음전이 아니라 단조로운 한 손의 발현악기 연주라는 것이 들린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건반음악 중 상당수가 만돌린을 비롯한 다른 악기를 위한 것이지만, 좀 더 보편적인 건반용으로 전용되었음을 증언하는 ‘사료에 근거한 연주'이다. 피치카르 갈란테 앙상블은 서민의 해학과 궁정의 양식을 아우르는 나폴리악파의 성과를 신명 나게 펼쳐 보인다.

촌평: 견물생심이라고 이런 음반을 애장할 줄이야.. 고맙다..


ARCANA A455 로그로시노: 스타바트 마테르, 플루트 협주곡

* 연주: 스테파노 데미켈리 (지휘), 탈렌티 불카니치 외

나폴리는 18세기 전반까지 유럽에서 런던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물자가 풍부했다. 지중해 중심지로 스카를라티에서 페르골레시에 이르는 나폴리악파를 낳았다. 19세기 콜레라와 신대륙 러시, 20세기 세계대전 탓에 옛 영광을 상실했지만, 그 부활이 진행 중이다. 니콜라 로그로시노(1698-1764)는 요절한 천재 페르골레시의 성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숨은 거장이다. 나폴리와 팔레르모에서 활동한 그의 대표작 세 곡이 250년을 뚫고 마치 어제 작곡된 것처럼 가슴을 울린다. 역시 나폴리 음악가들로 이뤄진 앙상블은 ‘불카누스가 준 재능’이라는 이름만큼이나 활활 타오른다.

촌평: 알라딘 MD에게 선물했는데 다시 들으니 아깝다.


ALPHA545 코파친스카야의 Time & Eternity

* 연주: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바이올린), 카메라타 베른

대개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손가락에 꼽을 몇 개의 협주곡과 그보다 좀 많은 실내악, 독주곡만을 가지고 평생 전 세계 호텔을 전전한다.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는 채 마흔이 되기 전에 그런 챗바퀴를 극복하고 자기가 하고픈 음악만 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청중을 이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축복받은 동시에 어깨가 무거운 모험가인 그녀가 이번에는 중세 작곡가 G. 마쇼로부터, JS 바흐를 거쳐, 20세기 작곡가 KA 하르트만과 F. 마르탱, 그리고 생존 작곡가 존 존까지 하나로 묶었다. 주제는 ‘상처 받은 영혼의 치유'. 음표 하나부터 내지 한 장까지 버릴 것이 없다.

촌평: 아래 포스팅에 난생처음 사인받는 장면 포함

ALPHA548 메시앙: 관현악 작품집 - 그리스도의 승천 외

* 연주: 파보 예르비 (지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파보 예르비가 새롭게 둥지 튼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첫 곡은 메시앙의 초기와 후기 대표작이다. 악단과 지휘자 모두 처음 녹음하는 작곡가이지만, 예르비는 일찍부터 20세기 프랑스 음악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고백한다. 브루크너의 연장선상에 있는 깊은 신앙과, 드뷔시 라벨에서 대폭발한 화려한 화성을 결합한 메시앙 음악은 톤할레 오케스트라에게도 큰 자극이다. 1930년대 초 20대에 쓴 <눈부신 무덤> <잊힌 제물> <승천>에 비해, 최 만년인 1989년 모차르트 서거 200주기를 앞두고 쓴 <미소>는 녹음이 많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들어야 할 20세기 고전이다.

촌평: 이런 세속 음악을 쓴 메시앙이 독실한 신자였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ALPHA542 코렐리, 당드리외: 소나타 작품집

* 연주: 르 콩소르 앙상블 (2 바이올린, 첼로, 감바, 건반)

라모와 동갑내기 프랑스 작곡가 장 프랑수아 당드리외(1682-1738)는 소수의 작품 외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다섯 살 때 베르사유에서 하프시코드를 연주할 정도로 천재였고, 성년에 성직자가 되었다. 서신 왕래도 없었고, 희미한 목판화 한 장만 남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루이 15세에게 헌정한 건반악곡집과 이 음반에 실린 트리오 소나타들을 듣는 것뿐이다. 당드리외가 소나타를 쓴 것과 같은 23세에 처음 모인 다섯 젊은이들이 프랑스 바로크가 남긴 최고의 기악을 선사한다. 쿠프랭을 잇는 숨은 천재와 그가 코렐리로부터 받은 영향을 비교할 수 있다.

촌평: <지하철 1호선> 광고 아님!


BZ1036 오펜바흐: 오페라 <페리콜> (하드커버 BOOK+ 전곡 2CD)

* 연주: 마르크 밍콥스키 (지휘), 루브르의 음악가들, 보르도 오페라 합창단 외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샹젤리제의 모차르트’ 자크 오펜바흐(1819-1880). <페리콜>은 이미 <저승의 오르페오>, <아름다운 엘렌>, <파리의 삶>을 쓴 그가 49세에 작곡한 샴페인 같은 곡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페루가 무대. 페리콜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피키요는 거리의 가수이다. 페리콜이 총독의 시녀가 되자 피키요도 그녀를 따라 궁에 들어간다. 좌충우돌 감방까지 갔다가 결국은 음악 덕분에 부와 사랑을 찾게 된다는 결말이다. 최고의 오펜바흐 전문가 마르크 밍콥스키가 수족 같은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젊은 성악가들을 이끌고, 2막과 3막 버전을 절충한 결정판을 지휘했다.

촌평: 호화 장정 말고 영상물을 발매했어야!


BZ1037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1859년 원전판 (하드커버 BOOK+ 전곡 3CD)

* 연주: 크리스토프 루세 (지휘), 르 탈랑 리리크, 플레미시 라디오 합창단 외

2018년 구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원전판을 공연했던 크리스토프 루세의 화제작. 파리 오페라의 이번 시즌 아티스트이자 DG 독점 계약 신예인 테너 벵자맹 베르넹은 젊은 파우스트에 합당한 목소리이다. 반대로 베테랑 베로니크 장은 마르게리트가 순수한 소녀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시킨다. 메피스토의 앤드루 포스터 윌리엄스 또한 이들을 나락으로 안내하기에 충분히 낮고 탄탄한 저음을 울린다. 초판 이후 삭제되었던 대사와 음악을 살려, 구노 드라마의 짜임새를 복원했다. 앙드레 클뤼탕스의 고전에 만족해 왔거나, 아니거나 모두 이 음반으로 바꿔야 한다.

촌평: 지휘자의 변신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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