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커피 한 잔의 여유...

2019년 12월 CD 리뷰 1

by 정준호

CD가 살아 있음을 유튜브로 알려야 하는 아이러니...

물성을 숭배하는 여러분께...


ERATO 9029563393 르노 카퓌송의 시네마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의 <시네마>는 딱히 크리스마스 앨범은 아니지만 요즘 듣기에 특히 어울린다. 엔니오 모리코네를 필두로, 말 그대로 구슬을 꿴 듯한 음악들이 이어진다. <바그다드 카페>에 나오는 ‘Calling you’는 한창 잘 나가는 싱어송 라이터 놀웬 르루아(Nolwenn Leroy)가 직접 노래로 찬조했다.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영화 음악으로 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라는 작곡가를 만나는 것도 수확이다. 카퓌송의 명인기와 더불어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영화 매체와 거둔 시너지를 만끽할 수 있다. 딱 한 곡만 고르라면 역시 <가을의 전설>이 아닐까?

촌평: 유튜브에 녹음 장면이 넷이나 있어 아쉽다. 음반 판매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차라리 DVD로 내던가!


LPH032 슈만: 교향곡 2번 & 4번

* 연주: 필립 헤레베헤 (지휘), 안트베르펜 심포니 오케스트라

직접 창단한 라 샤펠 루아얄과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에 이어, 만년의 헤레베헤가 이끄는 악단은 약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열 플랑드르 오케스트라이다. 2017년부터 안트베르펜 심포니로 이름을 바꾸고, 홍콩 태생의 여성 엘림 찬이 수석, 옛 음악감독인 헤레베헤가 명예 지휘자로 이끈다. 고악기를 쓰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슈만 교향곡과 협주곡 전곡을 녹음했던 헤레베헤가 이번에는 그 유전자를 좀 더 근육질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접목했다. 하지만, 역시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에서 런던 심포니로 갈아탄 선배 존 엘리엇 가디너에 비해 훨씬 섬세한 짜임새의 슈만을 들려준다.

촌평: 가드너가 더 드라마틱한 것 같다는 얘기.. ㅋㅋ


ALPHA543 커피의 전파 경로를 따라 - 바흐: 커피 칸타타 외

* 연주: 올리비에 포르탱(리더), 앙상블 마스크, 하나 블라지코바(소프라노) 외

‘커피’라는 주제를 두고, 앉은자리에서 시간과 공간의 여행을 하는 호사이다. 16세기 중반 오스만 튀르크에 처음 카페가 문을 열었고, 이는 곧 루이 14세의 프랑스와 명예혁명 이후 영국 같은 유럽 근대 시민사회까지 깊이 뿌리내린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침머만의 카페라 문을 연 것이 1715년이다. 올리비에 포르탱이 이끄는 마스크 앙상블은 파리의 니콜라 베르니에와 라이프치히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쓴 ‘커피’ 칸타타에, 당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민속음악과 영국 커피 애호 작곡가 매튜 로크가 쓴 판타지아를 더했다. 아홉 명의 기악과 세 성악가가 번갈아 ‘볶고 갈아 내린’ 최상급 커피이다.

촌평: 파줄 사이보다 나은 듯.. 알파 참 대단한 음반사!


ALPHA547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외

* 연주: 빅토르 쥘리엥 라페리에르 (첼로), 조나 비토 (피아노)

프랑스의 27세 젊은이 빅토르 쥘리엥 라페리에르는 80년 전통의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2017년 신설한 첼로 부문에서 우승했다. 롤랑 피두와 하인리히 쉬프, 클레멘스 하겐에게 배운 그가 알파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내놓은 첫 레퍼토리는 20세기 러시아의 소나타이다. 늘 신랄하고 풍자적으로 듣던 쇼스타코비치 소나타가 쥘리엥 라페리에르의 손으로 따뜻한 낭만주의로 탈바꿈한다. 피아노가 과도한 것으로 치부되곤 하는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도 피아니스트 조나 비토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앙상블을 이룬다. 그 둘을 이어주는 곡은 러시아 후배 작곡가 에디슨 데니소프가 슈베르트 즉흥곡 주제를 가지고 쓴 변주곡이다.

*피치카토 수퍼소닉 (초음속 피치카토?)

촌평: 이름 어렵지만 기억하자! 또래 첼리스트들 가운데 치고 나가겠네...


FUG752 하르트만, 린드베리: 클라리넷 협주곡

* 연주: 장 뤼크 보타노 (클라리넷), 크리스티안 아르밍 (지휘), 리에주 필하모닉 외

베를린 필하모닉의 목관 트리오, 에마뉘엘 파위, 알브레히트 마이어, 안드레아스 오텐자머 이후로 관악 주자가 솔로로 활동하기 위해 굳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접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메이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리에주 로열 필하모닉과 같은 변방 악단이라면 얘기가 또 다를까? 장 뤼크 보타노는 다르지 않다고 웅변하는 듯하다. 보타노는 클라리넷이 주인공인 20-21세기 음악으로 동료 단원들 이끈다. 린드베리의 협주곡은 짧은 판타지 영화를 보는 느낌이고, 하르트만이 클라리넷과 현악 사중주를 위해 쓴 실내 협주곡은 독일 최후의 심포니스트의 운명을 한데 모은 것이다. 아르밍의 지휘 또한 일사불란하다.

*디아파종 황금상, 피치카토 수퍼소닉

촌평: 그래서 곧 악단을 떠날 듯.. 솔로든 메이저든..


FUG753 리라의 눈물 - 리라와 비올로 연주하는 다울랜드: 라크리메

* 연주: 소크라티스 시노포울로 (리라), 라케롱 앙상블 (비올라 다 감바)

소크라티스 시노포울로의 리라와 프랑수아 주베르 케예가 이끄는 라케롱 앙상블의 비올라 다 감바가 영국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존 다울랜드로 만났다. 고대 리라는 손으로 뜯는 발현 악기였지만, 비잔틴 시대를 거치면서 활로 긋는 찰현악기가 되었다. 리라와 감바 모두 17세기 전후가 전성기였고, 그 시대와 음악을 비추는 데 가장 적합하다. 다울랜드가 쓴 <라크리메 또는 일곱 눈물>이 바로 그 예이다. 멜랑콜리를 주제로 한 일곱 파반느는 낱낱의 눈물이 모여 도도한 강물을 이루는 듯하다. 그 강의 이름은 ‘아케론’, 곧 그룹의 이름일 것이다. 저승과 이승,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오르페우스의 강이다.

촌평: 음반은 참 좋은데 대여섯 줄로 쓰려니 지면이 너무 모자라네.. 하마터면 공부할 뻔... 다행..


RIC407 토카타 - 메룰로에서 바흐에 이르기까지

* 연주: 안드레아 부카렐라 (하프시코드)

‘토카타’ 양식에 대한 충실한 보고서. ‘메룰로에서 바흐까지’라는 부제는 오히려 너무 한정적이다. 약 150년 동안 활동한 열한 명의 작곡가가 남긴 곡들을 일별 했기 때문이다. 메룰로, 스벨링크, 피치, 프레스코발디, 로시, 프로베르거, 케를, 베크만, 북스테후데, 라인켄 그리고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데 넉 대의 하프시코드를 동원했다. 두 대의 이탈리아 악기, 나머지는 각각 플랑드르와 독일에서 제작된 복제품이다. 1987년 생으로 스콜라 칸토룸 바실리엔시스에서 안드레아 마르콘에게 배운 안드레아 부카렐라는 압도적인 테크닉과 폭풍 같은 열기로 단조로운 하프시코드 음색에 생기를 띄게 한다.

촌평: 역시 뭔가 쓰려하니 끝나네.. 크리스마스에 공부하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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