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CD 리뷰 2
ERATO 9029541735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천벌
2019년은 베를리오즈의 타계 150주기였다. 이를 기념하는 몇몇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존 넬슨의 <파우스트의 천벌>이다. 2017년에 나온 <트로이인들>과 같은 디자인 콘셉트이며, 이번에도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타이틀롤을 부른 젊은 미국 테너 마이클 스파이어스는 존 넬슨이 베를리오즈 <레퀴엠>, <트로이인들>에도 기용한 오른팔이다. 그러나 역시 무게 중심은 베테랑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에게 쏠린다. 발라드 ‘툴레의 왕’과 로망스 ‘뜨거운 사랑의 불꽃’에서 디도나토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가진 공연에서 보여준 아쉬움을 만회한다. 그땐 너무 긴장했던 듯하다. 넬슨의 집중력과 넓은 시야는 베를리오즈를 향한 그의 항해를 더욱 신뢰하게 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로미오와 줄리엣>과 제일 유명한 <환상 교향곡>을 아직 녹음하지 않았다.
촌평: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패셔니스타의 조커 미소!
DG 4836078 테너 벵자맹 베르넹 데뷔 앨범
20여 년 전 로베르토 알라냐를 떠올리게 하는 프랑스 테너가 등장했다. 벵자맹 베르넹은 모국 프랑스 오페라의 금자탑들을 중심으로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앨범을 채웠다. 마스네의 <베르테르>와 <마농>,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천벌>이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루이자 밀러>, 푸치니의 <라 보엠>과 경쟁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잘 차린 상차림과 같은 선곡이다. 무엇보다 구노 <파우스트>의 ‘정결한 집’과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천벌>에 나오는 ‘자연에 눈뜸’에서 그는 괴테가 바라던 바로 그 인물이 된다. 롤란도 비야손을 데려다 재미 보지 못한 DG가 이번엔 성공하길 바란다!
촌평: 비야손, 베르넹, 카우프만으로 쓰리 테너 공연을 하면 대박이겠다.
AVI 8553206 리릭 테너가 부르는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독일의 중견 테너 마르쿠스 셰퍼는 오랜 세월, 지기스발트 쿠이켄,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같은 고음악의 거장들과 활동한 베테랑이다. 초로의 그가 내놓은 첫 독집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집 <백조의 노래>이다. 이 작품에 익숙한 청중이라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해석이다. 셰퍼는 만연한 매너리즘을 경계하며 슈베르트 당대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 방식에 조심스레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 본다. 200년 전에 쓴 자신의 곡을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부르는 것을 슈베르트가 알았다면 셰퍼의 노래를 더욱 높이 평가했으리라!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을 리트 팬이라도 반복해 듣다 보면 셰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 연주: 마르쿠스 셰퍼 (테너), 토비아스 코흐 (포르테피아노) 외
촌평: 아무리 그래도 1절은 제대로 불러야지.. 처음부터 산으로...
AVI 8553078 타냐 테츨라프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누이인 첼리스트 타냐 테츨라프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집 첫 앨범. 타냐는 후반부인 모음곡 4, 5, 6번에 생존 작곡가 토르스텐 엔케의 소품을 간주곡으로 끼어 넣었다. 타냐에게 헌정한 첼로 독주와 테이프 레코딩을 위한 <크랙>과 <클라우드>는 합쳐서 채 10분이 되지 않지만, 작곡가 엔케의 이름은 바흐와 나란히 앨범의 타이틀을 이룬다. 세 개의 모음곡을 구분하고 주위를 환기하는 효과 이상을 기대한 것이다. 바흐의 바로크 춤곡과 지금 이 순간을 이어주는 매개로서 엔케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 타냐의 활달하고 표정 넘치는 바흐는 앞선 세 곡의 녹음을 고대하게 한다.
* 연주: 타냐 테츨라프 (첼로)
촌평: 바흐는 하고 싶고.. 평범하기는 싫고...
AVI 8553101 보로딘과 차이콥스키의 현악 사중주 2번
모처럼 듣는 러시아 실내악의 정수. 차이콥스키는 30대 중반에 이 곡을 쓰면서 자신의 최고 작품으로 꼽았다. 앉은자리에서 완성했다고 할 만큼 유려하다. 모차르트의 ‘불협화음’ 사중주를 모델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화성까지 나아가는 모험에 차이콥스키의 장기인 왈츠까지 들을 수 있다. 유명한 ‘야상곡’이 들어 있는 보로딘의 곡도 반갑다.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크트가 주관하는 독일 하임바흐 수력 발전소의 음악 축제 실황. 일곱 현악 주자 가운데,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의 악장이자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의 아내인 강별만 두 곡 모두 연주했다.
* 연주: 강별/안테 바이트하스 (바이올린), 타냐 테츨라프/율리안 슈테켈 (첼로), 안나 레스니아크/티모시 리도 (비올라)
촌평: 차이콥스키는 “내가 쓴 것 중에 최고”라는 자뻑 맨트를 너무 많이 남김.. 죽기 전에 하면 될 것을 헷갈리게..
LWC 1184 R. 슈트라우스의 <돈 키호테> 외
노르웨이 레이블 레보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동 중인 바실리 페트렌코와 오슬로 필하모닉. <자라투스트라>와 <영웅의 생애>에 이어 두 번째 슈트라우스 교향시집으로 <돈 키호테>, <돈 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을 내놓았다. <돈 키호테>의 첼로 독주는 악단의 수석인 루이자 터크가 맡았다. 그녀를 보좌하는 비올라의 산초도 동료 캐서린 불럭이다. 두 영국 여성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페트렌코의 호쾌한 사운드와 만나 슈트라우스의 진수를 들려준다. 그간 러시아 음악으로만 만나던 페트렌코가 슈트라우스를 통해 오슬로 악단을 얀손스 시대 전성기로 되돌리기를 기대한다.
촌평: 얀손스가 돈키호테면 페트렌코가 산초는 될지… 풍차가 될지.. 바람이 될지..
LWC 1182 히스나테라 <하프 협주곡>과 <협주 변주곡>
하프 협주곡이라는 드문 장르가 20세기 라틴 아메리카와 만났다. 게다가 연주는 더욱 이국적인 노르웨이 여성이다. 노르웨이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수석 시트셀 발스타트에게 히나스테라를 소개한 사람은 페루 태생의 지휘자 미겔 하르트 베도야이다. 다이내믹한 <하프 협주곡>이 기대했던 청량감을 준다면, <협주 변주곡>에서는 감춰진 히나스테라의 진면목을 본다. 하프와 첼로가 여는 주제는 알반 베르크를 연상케 한다. 차례로 현악 앙상블, 플루트, 클라리넷, 비올라, 다양한 관악의 주제가 이어지며 마지막 관현악 총주의 론도로 열두 변주를 매듭짓는다. 소름 돋는 팜파스(남미 대평원)의 장관이다!
촌평: 노르웨이 곽정
EPRC 0031 바흐플루스 <그리스도는 죽음의 굴레를 쓰셨네> 외
바르트 네상스가 이끄는 바흐플루스는 벨기에 신생 고음악 앙상블이다. 기악과 합창을 합쳐 60여 명 단원을 연주곡에 맞춰 편성한다. 총인원은 수난곡과 대미사에 필요한 최대치이다. 바로 ‘바흐와 그 이상’이라는 이름에 부합한다. 엘렉트라 레이블의 두 전작과 같이 새 앨범도 바흐 칸타타의 이력을 추적한다. <그리스도는 죽음의 굴레를 쓰셨네>를 듣기까지 바흐의 종조부 하인리히와 사촌 요한 크리스토프의 모테트, 그리고 북독일 오르간의 거장 북스테후데와 게오르크 뵘을 거친다. 한번 듣기로 바흐의 뿌리와 내력을 가늠하는 보물이다. 쿠이켄과 야콥스를 잇는 또 한 사람의 벨기에 장인을 소개한다.
촌평: 이번 음반 중 제일 선호.. 어쩔 수 없다...
EPRC 0032 에르베 니케의 풀랑크 <스타바트 마테르> 외
풀랑크는 1949년 친구 크리스티앙 베라르가 죽자 레퀴엠을 구상했다. 베라르는 발레 뤼스의 미술가로 장 콕토 또한 그를 추모해 <오르페오>를 영화로 만든다. 당초 레퀴엠으로 구상한 풀랑크의 작품은 이듬해 <스타바트 마테르>로 빛을 보았다. 풀랑크는 스트라빈스키의 <오이디푸스 왕>과 <페르세포네>를 모델 삼았다. 에르베 니케는 고음악 전문가이니 만큼 그들의 신고전주의가 하고자 한 절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알프레드 데상크로(1912-1971)의 <레퀴엠 미사>는 그의 사후 메시앙의 제자 트리스탕 푸아송이 자기 것으로 속여 발표했을 정도로 철저히 잊혔지만, 누구라도 탐냈을 만큼 매력적이다.
촌평: 풀랑크는 스트라빈스키 없었으면 누굴 따라 했을까?
QTZ2131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전곡
평창 대관령 음악제 단골손님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보리스 브로프친. 러시아 태생으로 힘과 세기를 겸비한 젊은 비르투오소이다. 이자이가 당대 동료 바이올리니스트 시게티, 티보, 에네스쿠, 크라이슬러, 크릭봄, 키롱가를 위해 쓴 여섯 개의 무반주 소나타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와 경쟁한다. 바흐의 파르티타를 소재로 만든 2번과 ‘발라드’라는 부제의 3번이 가장 자주 연주되지만, 전곡 연주와 녹음도 느는 추세이다. 브로프친의 첫 독집인 이 앨범은 전곡의 진가를 처음 알린 오스카르 슘스키 이후, 동료 선후배인 토마스 체트마이어,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와 경쟁하는 수작이다.
* 연주: 보리스 브로프친 (바이올린)
촌평: 77년생 호빵맨
QTZ2132 힌데미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실내악 전곡
힌데미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메이저 음반사나 그 아티스트가 좀처럼 녹음하기 힘든 레퍼토리이다. 그것이 단순한 ‘울림’이 아니라 민츠의 말을 빌자면 “부드러움을 숨긴 야성이고, 유머를 감춘 엄격함이며, 황홀경의 여지를 둔 퉁명스러움”이기 때문이다. 민츠는 러시아에서 배우던 13세 때 처음 만난 뒤로 힌데미트를 늘 마음에 두었고, 영국으로 건너와 공부하면서 이 곡의 진가를 알았다. 40대 중반 자기 음악을 하면서 비로소 녹음하고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한다. 프란체스코 성인을 그린 발레 <고귀한 환영>의 ‘명상곡’부터 당장 들어보라! 민츠가 말한 “현대의 창문인 동시에 낭만주의의 창문”을 열게 될 것이다.
촌평: 76년생 파마머리.
QTZ2134 슈만, <아라베스크>, <환상곡>, <나비> 외
영국 피아니스트 조지프 통(Joseph Tong)이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쿼츠에서 내놓았던 두 장의 앨범에 이어 이번에는 슈만 선집을 녹음했다. 클라라와 결혼하기 전 20대를 수놓은 대표작을 열거한다. 피아니스트로서 이런 레퍼토리는 리흐테르나 미켈란젤리, 브렌델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레퍼토리이다. 그만큼 연주에서 드러나는 개성이 분명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통은 해석의 여지를 넘어 슈만의 정체성에 집중한다. ‘빈의 사육제’ ‘아라베스크’ 문양 위에 앉은 ‘나비’의 ‘환상’처럼 문학성과 여성성, 그리고 광기와 꿈이 혼재하는 슈만의 언어에 문을 두드리듯 조심조심 다가간다.
촌평: 이름 때문에 베트남 사람인 줄.. Tone으로 바꾸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