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창.연.

2020년 1월의 CD리뷰

by 정준호

ALPHA557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아리헤리치와 바렌보임의 계보를 잇는 아르헨티나 피아니스트 넬손 괴르네르. 앞서 알파 레이블에서 NHK 심포니와 브람스의 협주곡 2번을 녹음한 그가 다시 초기 독주곡들로 브람스에 돌아왔다. 브람스는 25세와 48세, 20여 년 세월을 두고 두 피아노 협주곡을 썼는데, 이미 20세에 작곡한 소나타 3번에 두 협주곡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점을 간파한 괴르네르는 소나타로부터 첫 협주곡의 주제인 비장미와 두 번째 협주곡의 주제인 유머(Humor)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서른 살 때 쓴 <파가니니 변주곡>은 브람스가 대놓고 드러내지 않던 명인기를 만끽하게 한다.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연주: 넬손 괴르네르 (피아노)


ALPHA549 슈베르트, 슈만, 뢰베, 옌센: 가곡집

독일 바리톤 콘스탄틴 크리멜의 알파 데뷔 앨범. ‘사가’라는 타이틀은 전설, 곧 이야기를 말한다. 제목처럼 그는 독일 가곡 가운데서도 ‘발라드’를 골랐다. 발라드는 짧은 이야기체 운율의 시를 말한다. 괴테, 실러, 하이네가 쓴 발라드에 슈베르트, 슈만, 뢰베, 옌센이 붙인 곡들로 채운 신인의 음반은 더없이 참신하고 도전적이다. 익숙한 슈베르트의 ‘난쟁이’, ‘프로메테우스’, 슈만의 ‘발사자르’, ‘두 사람의 척탄병’과 같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괴테의 ‘마왕’은 슈베르트가 아닌 뢰베의 곡으로 만난다. 크리멜은 발라드 하나하나를 작은 오페라로 다루며, 앞으로 그가 부를 다양한 배역을 예고한다.

*디아파종 황금상

*연주: 콘스탄틴 크리멜 (바리톤), 도리아나 차카로바 (피아노)


A466 바흐: 칸타타와 베이스를 위한 아리아

생애 중반 이후 라이프치히에 정착한 바흐가 특정 성역이나 악기를 위해 쓴 곡들은 모두 자신과 연주자 상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바흐는 교회음악의 강렬한 효과를 위해 주관적인 목소리와 설득력 있는 연주를 원했고, 라이프치히의 유망주는 더 큰 무대로 가는 데 합창장의 인정과 추천이 필요했다. 그 결과 베이스를 위한 칸타타들이 작곡되었다. 베이스는 굳은 신앙을 담을 충분한 그릇이었고, 그와 상응하는 오보에는 표현력을 극대화해 줄 수단이었다. 오보이스트 알프레도 베르나르디니가 이끄는 제피로 앙상블과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 우승자 도미니크 뵈르너가 최상의 기쁨을 이끌어 낸다.

*연주: 도미니크 뵈르너 (베이스), 제피로 앙상블


A460 비우엘라와 소프라노를 위한 작품집

16세기 스페인을 지배했던 비우엘라는 겹줄 발현악기이다. 류트의 전신인 비우엘라를 활로 연주한 데서 비올족이 탄생했다. 약 150명의 제조자가 산술적으로 7만여 개의 비우엘라를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악보가 체계적으로 인쇄 유통되기 전이었기에, 비우엘라 음악은 일부 원고와 사보로만 전한다. 나무와 거트현으로 된 악기도 보존되지 못하고 땔감이 되기 일쑤여서 대여섯 개만 온전히 남았다. 아리엘 아브라모비치는 현존 노래집과 당대 유행했던 마드리갈, 종교곡들에 세속 가사를 붙여 ‘상상곡집’으로 편집했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키에르의 음성이 비우엘라와 공명해, 듣는 이를 스페인 르네상스로 인도한다.

*연주: 마리아 크리스티나 키에르 (소프라노), 아리엘 아브라모비치 (비우엘라) 외


RIC404 넉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베네치아 음악

크레모나와 브레시아에서 제작된, 어깨에 얹는 작은 현악기 바이올린이 만토바를 거쳐 베네치아에서 선풍적으로 자리잡은 내력을 보여주는 음반. 가브리엘리, 로시, 마리니, 우첼리니, 카발리 등 몬테베르디 전후에 활동했던 동시대 작곡가의 음악을 통해 당대 기악의 중심 베네치아의 위상을 새삼 실감한다. 석 대나 넉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곡들이 자아내는 압도적인 음량이 귀를 황홀하게 하며, 각 두 대씩의 바이올린을 앙상블로 대화하게 하거나, 두 조의 바이올린이 메아리로 연주하는 곡들은 장차 비발디를 거쳐 독일의 바흐에게 이어질 세련된 양식을 내다보게 한다.

*디아파종 만점

*연주: 스테파니 드 파이 (바이올린), 브라이스 세일리 (건반), 크레마티스 앙상블


RIC402 요하네스 데 륌뷔르지아 작품집

요하네스 데 륌뷔르지아는 조스켕 데 프레나 심지어 기욤 뒤파이에 앞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플랑드르 음악가였다. ‘음악의 거울’ 앙상블의 작품집은 사실상 륌뷔르지아의 첫 독집으로, 15세기 중반 이탈리아에 만개한 중세 플랑드르 폴리포니 음악의 역사를 15세기 초로 좀더 끌어올린다. 작곡자의 불분명한 생애와 손상된 악보 문제는 과학적인 복원으로 극복되었다. 음악이 빛을 보면서 거꾸로 륌뷔르지아라는 미지의 인물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 것이다. 네 명의 성악과 네 명의 기악(찰현악기 비엘과 리벡, 발현악기 류트와 키타라, 손풍금 오르가네토 등)이 자아내는 선명하고 단아한 중세 음향이 중독적이다.

*62회 그래미어워드 고음악부문 노미네이션

*연주: 음악의 거울 앙상블


RAM1904 텔레만: 카멜레온 (실내악 작품집)

네덜란드의 젊은 고음악 앙상블 덴 하크 콜레기움 무지쿰이 ‘뉴 콜레기움이라는 이름으로 일신했다. 바뀐 이름보다 놀라운 것은 음반에 수록된 텔레만이라는 작곡가의 변화무쌍함이다. ‘카멜레온’이라는 제목도 여섯 기악 연주자가 조합을 달리해 얼마나 다양한 색깔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충실한 음악 선생> 모음곡을 가운데 놓고, 각기 두 개의 소나타와 협주곡, 그리고 세 곡씩의 춤곡을 번갈아 배치한 대칭적인 프로그램은 텔레만의 모음곡집 <식탁음악>의 성찬을 떠오르게 한다. 참신한 기획과 공들인 연주 덕에 텔레만의 팔색조 같은 진가가 제대로 부각되었다.

*디아파종 황금상

*연주: 뉴 콜레기움


RAM1911 비올 트리오 편곡으로 듣는 바흐 명곡집

바흐는 비발디나 페르골레지와 같은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앞선 양식을 받아들여 편곡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곡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른 편성으로 바꾸곤 했다. 세 스웨덴 연주자가 석 대의 비올로 연주한 건반곡들이 정당성을 갖는 이유이다. <프랑스 모음곡 5번>과 <이탈리아 협주곡>을 중심으로 <환상곡과 푸가>,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2번>과 코랄 환상곡들로 꾸민 선곡도 친숙하다. 첼리니 콘소트의 유려한 연주는 이들이 이름을 가져온 르네상스 시대 금세공사 벤베누토 첼리니의 작품처럼 공들인 장인 정신을 엿보게 한다.

*연주: 첼리니 콘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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