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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Mar 03. 2020

부자유친 (父子有親)

스트라빈스키, 델러, 오이스트라흐 부자

가장 마지막에 오는 것을 알려면 앞선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1935년에 완성된 스트라빈스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은 ‘콘 모토’, ‘야상곡’, ‘네 개의 변주’, ‘프렐류드와 푸가’ 이렇게 네 악장으로 되어 있다. 변주 악장은 원래 1악장과 붙어 있던 것을 분리해 2악장으로 두었다가 다시 세 번째로 위치를 바꾸었다.


1.    Con moto
2.    Notturno: Adagietto (Nocturne)
3.    Quattro variazioni (Four variations):
        Variazione I (Variation I)
        Variazione II (Variation II)
        Variazione III (Variation III)
        Variazione IV (Variation IV)
4.    Preludio e fuga (Prelude and fugue)


4악장 "새 잡아먹고 아웅 하는 엽기 고양이"

이 곡은 두 독주 악기가 관현악 반주로 연주하는 전통적인 형식이 아니라, 두 독주 악기를 위한 협주곡이다. 마치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Concerto nach Italienischen Gusto>이 구현하려던 것과 같은 음악이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쳐야 하는 장기자랑의 끝장. 아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나 보다

그렇지만 스트라빈스키는 이 곡의 규모나 비례가 모두 교향악적인 것이었기에 관현악으로 작곡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변주곡 악장이 그랬다. 그러나 이 곡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둘째 아들 술리마Soulima와 연주할 곡을 쓰고 싶었다. 그는 오케스트라 없이 여러 도시를 다니며 연주할 곡을 썼다.      


그는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내내 베토벤과 브람스의 변주곡, 그리고 베토벤 푸가에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작곡한 푸가가 마음에 들었다. 전체로서도 자신이 쓴 순수 기악곡 가운데 가장 흡족했다. 그는 2악장 ‘야상곡’이 제목처럼 저녁나절 즐길 곡이 아니라 다른 작품을 위한 ‘소화제’라고 생각했다.

언니 소화 다 됐어?

초연은 한 문학 강연 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15분 동안 연설을 한 뒤에 음악을 연주했다. 그 뒤로 연주 때마다 이 글을 꺼내 읽었다. 1935년 11월 21일에 파리 살 가보에서 정식 초연했다. 오전 마티네에 이어 저녁에 다시 공연했다. 유럽 각지와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 몬테비데오, 로사리오 등에서 아들과 함께 연주 여행을 가졌다. 이때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푸가 C단조와 연주하는 일이 많았다. 1936년 바덴바덴에서 연주한 직후 프랑스 컬럼비아에서 녹음했다.

재즈처럼 스테레오를 완전히 구분한 브렌델과 발터 클린의 녹음

소니의 스트라빈스키 자작자연 전집에는 당연히 그가 아들과 함께 연주한 녹음이 실렸다. 스스로 그랬겠지만, 나도 이 연주가 매우 마음에 든다. 이는 카운터테너 알프레드와 마크 델러 부자나,

"카운터테너의 대부"였던 알프레드 델러와 그의 아들 마크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와 이고르 오이스트라흐 부자의 다정한 두오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걸 칼라로 보다니...

특히 마지막 ‘프렐류드와 푸가’는 당연히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대푸가’를 연상케 한다.

베토벤이라도 들렸을 듯...

부자 합심하여 이미 양식을 초월한 후기 베토벤을 신고전주의로 전향시키려는 듯한 도전이 사뭇 비장하다.

"아들아, 넌 계획이 있냐?" "우리 아빠, 컨덴싱 아냐?" "그래, 베토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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