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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Mar 26. 2020

Little Women (2017)

BBC 미니시리즈를 보고

이럴 때가 아니지만, 내친김에 2017년 BBC가 만든 3부작 미니시리즈 <작은 아씨들>까지 봤다. 미국 소설이지만 뜻밖에 BBC가 네 번째 드라마로 만들었다. NBC가 만든 미니시리즈에서도 수전 데이라는 청춘스타가 등장했으니, <작은 아씨들>의 인기는 시대를 초월한다.     

BBC의 네 번째 시도 역시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했다. 마치 고모의 앤절라 랜즈베리는 메릴 스트립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이다. 로런스 할아버지 마이클 갬본도 노장이다. 마치 부인 에밀리 왓슨은 여느 아버지보다 심지가 굳은 캐릭터이다. 젊은이들은 신인급이지만, ‘아씨들’을 맡는 아가씨들은 모두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문제 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냥 자기가 되면 된다. 조제핀 마치는 마야 호크가 맡았다. 이선 호크와 우마 서먼 부부(현재는 이혼)의 장녀이다. 할리우드 새 영화의 시얼샤 로넌보다 네 살 어리다.   

그러나 BBC 드라마의 강점은 배우보다는 미술에 있다. 화면에 비치는 모든 것이 19세기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와 뉴욕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실제로 콩코드에서 찍은 그레타 거윅의 영화보다 훨씬 고증에 충실하다. 정원에 핀 꽃, 메그의 결혼식과 피로연, 의상과 화장까지 완벽한 시대극이다.    

Making

더욱 만족스러운 것은 음악이다. 베스는 슈만 따위의 클래식이 아니라 정말 그녀가 쳤을 법한 쉬운 곡을 연주하고, 자매들이 부르는 캐럴도 미국 찬송이다.

셰익스피어 시대 시인 벤 존슨의 시 '셀리아에게'에 붙인 노래. 한국 스카웃 연맹이 번안해 부르게 했다.
한번 더...

독일에서 온 프리드리히 베어 교수가 조에게 불러주는 괴테(실제로 랠프 월도 에머슨이 루이사 메이 올콧에게 전해준)의 시도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Nur wer die Sehnsucht kennt’가 아니라 ‘레몬 꽃 피는 나라를 아시나요Kennst du das Land, wo die Zitronen blühn’이다. 그러니 베어는 로사노 브라치처럼 피아노까지 치며 차이콥스키의 노래를 부르거나, 조의 집에 찾아와 베스의 피아노로 ‘비창’ 소나타를 치는 대신(여기선 로리가 잠깐 ‘미드나잇블루’를 친다), 책장을 정리하며 슈만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발란신의 둘째 부인이 콜럼비아 프로듀서와 재혼해서 낳은 작곡가 아들과 결혼한 로레인 헌트 리버슨, 헉헉..

1년 먼저 나온 BBC 새 버전을 지나치고 새 영화를 봐서 신선했는데,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느낌이 또 달랐을 것이다. 나에게 둘 중 고르라면 자기 이야기를 너무 넣고 싶었던 그레타 거윅의 영화보다는 올콧을 충실히 그리고자 한 BBC를 택하겠다.


많은 극장 영화와 TV 미니시리즈 사이로 미국 작곡가 마크 아다모가 작곡한 오페라가 보인다. 젊은 조이스 디도나토가 휴스턴 오페라에서 메그를 부른 공연 영상물이 있다. 피츠버그 오페라가 ‘레몬꽃 피는 나라’를 유튜브에 올렸다.    

모습만 봐서는 카레닌과 안나 같음

이제 또 당분간 아씨들과 이별해야겠다. 다음번 멀리서 찾아올 때는 내가 로런스 할아버지 나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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