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CD 리뷰
북유럽 강자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구스타보 두다멜 이후 5년 동안이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2017년, 핀란드 지휘자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가 오면서 퍼즐은 다시 완성되었다. 1년 전 시벨리우스 1번 앨범에서 보여준 실력에 더 큰 기대를 불러모았고, 1985년생 로우발리와 그의 악단은 이번에도 찰떡궁합이다. 시벨리우스의 시그니처인 교향곡 2번을 마치 어제 작곡된 곡처럼 신선하게 다듬어낸다. 네메 예르비가 악단에 남긴 두 차례 전곡 연주에 부끄럽지 않을 새로운 사이클이 현재 진행 중이다. 스칸디나비아 3국의 왕을 모두 지낸 16세기 크리스티안 2세 또한 극 부수음악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부활한다.
쇼크 드 클라시카
연주: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지휘),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알파에서 <천사와 악마>, 멘델스존 작품집으로 선풍을 몰고 온 화제의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슈샨 시라노샹. 그녀가 새롭게 조명한 작곡가는 2020년 타계 250주기를 맞은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 주세페 타르티니이다. 난기교 소나타 ‘악마의 트릴’은 타르티니를 널리 알리긴 했지만, 그만큼 그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라노샹과 바로크 마스터 안드레아 마르콘은 다섯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타르티니의 전모를 들려준다. 앨범에서 주목할 것은 빠른 악장보다 오리혀 느린 악장들이다. 베네치아 명인의 서정적인 뱃노래(바르카롤)는 코렐리나 비발디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쇼크 드 클라시카
연주: 슈샨 시라노샹 (바이올린), 안드레아 마르콘 (지휘),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2017년 데뷔 음반은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두 번째인 이번 앨범은 베토벤 소나타의 정점인 후기의 두 곡이다. 저돌적인 선곡만큼이나 젊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필리포 고르니의 해석도 매우 인상적이다. 파벨 길릴로프와 알프레트 브렌델의 제자답게 느린 악장은 침착하게, 대위법 악장은 이지적으로 풀어가면서도, 열정적인 악장에서는 치밀하게 계산된 야성미를 좀처럼 감추지 못하고 피아노를 쉬지 않고 타오르게 한다. 불가사의한 ‘현대적’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는 유전자 지도처럼 얼개가 낱낱이 공개되고, 소나타 형식의 이별을 고하는 32번 소나타 뒤에는 정말 아무것도 올 수 없을 것만 같다.
디아파종 만점, 클라시카 만점
연주: 필리포 고르니 (피아노)
청소년기 이탈리아에서 배워온 모든 것을 결산하는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와, 빈에서 우뚝 선 뒤에 쓴 마지막 세레나데를 한데 묶었다.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 음악원 오케스트라 현악 주자들로 구성된 ‘아르키 디 산타 체칠리아(산타 체칠리아의 활)’는 이탈리아 고음악 악단보다는 독일 앙상블의 전유물이었던 디베르티멘토와 세레나데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새삼 일깨운다. 루이지 피오바노는 바로크 앙상블 리더로는 드물게 첼리스트이다. 서울시향과 도쿄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첼리스트를 지내 우리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참신한 선곡과 해석은 뜻밖에 이 곡들을 사랑한 잘츠부르크 태생 카펠마이스터 카라얀을 떠오르게 한다.
연주: 루이지 피오바노 (리더), 아르키 디 산타 체칠리아
음반 제목 ‘바다에서 온 여인’은 마치 성모 마리아 은유처럼 보이지만, 헨리크 입센 희곡에서 가져온 것이다.
항해 떠난 연인을 기다리지 못하고 결혼한 여인이, 그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매일 해안에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돌아온 옛 애인. 남편은 그녀를 놓아줄 수 없고, 옛 애인은 돌아오라 한다.
진정한 자유를 얻을 때 현실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의 결과가 이 앨범이다. 비발디를 축으로 잊혔던 음악과 더불어 첼리스트 조반니 솔리마 자작곡이 자유롭고 매혹적으로 짜여간다. ‘레이디 로런’이라는 배를 타고 ‘고통받는 세상을 위한 항해 음악’을 떠난 두 사람의 기발한 여정은 전에 없던 감동을 준다.
연주: 키아라 차니시 (바이올린), 조반니 솔리마 (첼로)
바흐보다 19세 연상의 요한 파울 폰 베스트호프는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유럽 중심을 폭넓게 여행했다. 그는 바이마르 궁정에서 보내던 만년에 젊은 바흐와 교류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베스트호프는 바이올린에 대한 당대 제일의 이해,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양식을 바흐에게 전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가 바로 음반에 실린 다섯 모음곡이다. 알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지그의 짜임새와 능수능란한 더블스톱이 바흐 무반주곡의 원형임을 바로 알아보게 한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 야프 슈뢰더와 키아라 반키니에게 배운 불가리아 태생의 플라메나 니키타소바가 그 연결고리를 파헤친다.
디아파종 황금상
연주: 플라메나 니키타소바 (바이올린)
2015년 창단 20주년을 넘기면서 옥스퍼드에서 베를린으로 근거를 옮긴 비올 앙상블 판타즘. 다섯 동료가 바흐의 대위법 음악으로 대화한다.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응용해, 바흐가 작곡한 3성부터 6성까지 음악을 모은 ‘잘 조율된 콘소트’는 처음부터 하나로 기획한 것처럼 잘 어울린다. <음악의 헌정>의 3성과 6성 리체르카르가 시작과 끝이고, 코랄 판타지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건반 연습곡집에서 발췌한 곡을 조성과 성부에 맞춰 세심하게 배열했다. 수난극의 복음사가와 익살꾼 틸 오일렌슈피겔이 공존하는 음반을 들으며 리더 로런스 드레퓨스에게 묻고 싶다. “2집은 언제 나오나요?”
BBC 뮤직 매거진 초이스
연주: 판타즘 앙상블, 리암 번 (베이스 비올)